작년 영국 사이언스 뮤지엄은 영국 최초 로봇인 ‘에릭(Eric)’을 재건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에릭은 지난 1928년 1차 세계대전에 참전 후 전역한 윌리엄 리차드 예비역 대령과 항공기 엔지니어인 앙랜 레펠이 만들었다. 세계 최초 로봇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1928년 9월 20일 런던에서 열린 ‘모형 엔지니어학회 전시회’ 개막식에서 에릭은 4분간 퍼포먼스를 펼쳤다. 청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좌우로 돌아보며 손을 흔드는 동작을 보여줬다. 말도 했다.

▲ 영국 최초의 로봇 '에릭'

에릭은 모형엔지니어링 학회 전시회 이후 영국과 유럽을 돌면서 인기 몰이를 했다. 에릭을 처음으로 본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놀라움이었다. 언론들은 에릭이 거의 사람과 같다고 흥분했다. 이렇게 인기를 끌었지만 에릭은 어느날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에릭에 이어 대중적인 인기를 끈 또 하나의 로봇이 있다.

영국 공영매체 BBC는 에릭에 이어 1930년대 영국 노샘프턴셔(Northamptonshire) 케터링(Kettering) 지역에서 제작된 로봇 ‘로버트(Robert)’를 소개하고 있다. 로버트는 영국을 넘어 체코슬로바키아 매체와 미국 타임지 기사로도 소개될 정도로 명성을 얻었다. 사람 보다 훨씬 큰 로봇인 ‘로버트’는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교통 정리를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기도 했다.

로버트를 제작한 사람은 ‘찰스 로손(Charles Lawson)‘이라는 전기 엔지니어였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건 라디오숍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누군가 당신이 3주안에 로봇을 만들 수 없을 거라는데 5파운드를 걸겠다”고 말하자 로버트 제작에 도전했다.

▲ 담배를 피는 로봇 '로버트'

그가 제작한 로버트는 지역 언론인 ’노샘프셔 이브닝 텔레그래프‘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당시 기사 제목은 “케터링 로봇이 담배를 즐긴다”는 것이었다. 1939년 3월 기사는 로버트가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며 심지어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고 과장된 내용도 있었다.

찰스 로손의 아들인 데이비드 로손은 로버트가 1938년 시제품이 만들어졌으며 케터링의 '템퍼런스 홀(Temperance Hall)'에 처음으로 설치되었다고 말했다. 로버트는 10피트(약 3m) 정도의 키에 내부에는 기어, 선, 전기부품, 체인 등으로 가득차 있었고 머리 부분에 마이크와 스피커를 장착했다고 그는 기억한다. 로버트는 모터, 광전지(photoelectric cell), 전화 릴레이, 녹음기 등의 기술적인 결합으로 만들어졌다.

▲ 체코슬로버키아 신문에 소개된 로버트

▲ 메리엄 웹스터 사전에 소개된 로버트

로버트는 1939년 뉴욕세계박람회에 등장한 웨스팅하우스의 '일렉트로(Elektro)'와 기술적으로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로버트가 어떻게 작동됐는지에 관해선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이 없다. 담배를 피는 동작은 19세기 오토매톤(automaton) 기술에 채택되었던 자동 벨로우즈(automated bellows) 기술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말을 건내는 동작은 녹음기 기술을 활용해 사전 제작된 내용을 반복했던 것으로 보인다.

BBC는 로버트의 대중적인 인기는 지난 1930년대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가 인기를 끈 것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플래시 고든(Flash Gordon)과 같은 SF 시리즈물이 영국 극장가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로버트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대중들의 시선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로버트를 제작한 찰스 로손은 지난 2002년 96세의 나이로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