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낫페이 창업자, 조슈아 브로더

전세계적으로 정치, 종교 분쟁 등에 따른 망명이 늘고 있는 가운데 난민들에게 법적인 권리를 제공하는 로봇 변호사가 등장했다.

영국 BBC는 '세계 최초 로봇 변호사'인 '두낫페이(DoNotPay)' 개발자 조슈아 브로더(Joshua Browder)가 이 로봇을 개조해 망명 신청자의 권익 보호를 돕기 위해 활용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두낫페이는 스탠포드대학의 학생인 브로더가 주차 딱지나 과속 범칙금을 끊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개발한 로봇 변호사로, 텍스트 혹은 음성 명령을 통해 대화를 수행하는 일종의 챗봇이다. 페이스북 메신저를 사용해 조언 및 법적 서류를 제공하기 전에 케이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한다.

로봇은 개조를 통해 미국과 캐나다에서 난민들이 이민을 신청할 수 있도록 도우며 영국에서는 망명 신청자들이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것을 도울 수 있다. 브로더는 로봇 개발을 위해 각 국가의 변호사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 로봇은 국제법에 따라 난민이 망명자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여러가지 질문을 통해 확인해준다"고 설명한다. 가령 '당신은 고국에서 고문을 당할까봐 두렵습니까?'와 같은 질문들이다. 사용자가 망명 신청이 가능한 것이 확인되면 로봇은 수백 가지 세부 정보를 자동으로 이민신청서에 채운다. 모든 질문은 영어로 이뤄지며 인공지능은 대화 도중 피드백을 생성해준다.

로봇은 망명자의 신청서가 최대한 허용되도록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가령 '귀하의 상황에 대한 최선의 답변은 모국에서 학대가 시작된 시기를 명기하는 것입니다'와 같은 식이다. 완성된 신청서 외에도 난민들은 위치에 따른 제출 지침, 필요한 추가 서류의 세부 사항, 추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료 등의 도움을 얻을 수 있다.

현재 변호사 봇은 페이스북 메신저앱을 통해 제공되며 안드로이드 및 애플 기기 사용자는 누구든 이용할 수 있다. 브로더는 왓츠앱을 포함한 더 많은 앱과 더 다양한 언어를 지원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선보인 두낫페이는 많은 주목을 받았다. 브로더가 운전을 시작한 18세 이후 숱한 주차 딱지를 끊었던 것이 변호사 로봇의 개발 동기가 됐다. 두낫페이는 1년만에 25만장의 주차 위반 딱지에 대해 변호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8월에는 긴급 주택지원 영역으로 변호 서비스를 확대했다.

그러나 브로더의 로봇이 난민 구제 영역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테크 비즈니스 사이트인 ‘메모(The Memo)’의 올리버 스미스(Oliver Smith)는 "브로더의 챗봇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는 훌륭한 기술의 사례"라면서도 "그러나 난민은 인터넷 연결성이 가장 취약한 그룹 중 하나이기 때문에 페이스북 메신저 형태의 도움이 최선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각종 서비스가 온라인 및 디지털 형식으로 전환되면서 무선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연결된 사람들에게는 큰 이익이 되는 반면 모국을 탈출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난민 캠프에서는 어려움이 크다"는 설명이다. UN은 '식량, 물, 피난처 만큼이나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연결성에 있어서 난민들은 겨우 39%만이 모바일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