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빌라노바대학)

캄보디아는 1965년부터 30년간 지속적으로 무력 분쟁을 겪은 나라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의 폭탄 투하로 아마도 역사상 가장 많은 폭탄 세례를 입은 나라 역시 캄보디아일 것이다. 문제는 이 폭탄의 대부분이 폭발하지 않고 UXO(unexploded ordnance; 불발 병기) 상태로 전국에 산재해있다는 것이다. 그 후에는 크메르루즈(Khmer Rouge)의 캄보디아 대량 학살이 있었다. 결국 크메르루즈는 밀려났지만 크메르루즈가 각 국에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캄보디아와 태국이 대량의 지뢰를 배치하면서 나라 전체가 위험물에 노출돼 있는 상태다.

캄보디아는 4500km² 이상이 전쟁 잔류 폭발물(ERW)로 오염되어 있으며 이는 여러 가지 면에서 상당한 악영향을 미쳤다. 2012년 6월 기준으로 6만 4121명이 넘는 사람들이 폭발물 사고로 사망, 부상 또는 장애를 입었으며, 땅을 활용할 수 없어 농장 및 기타 생계 활동에 지장이 생겨 경제 성장이 저하됐다.

비단 캄보디아 뿐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지난 3년동안 폭발물 공격으로 사망한 민간인은 무려 5만 3000명에 이른다. 세계 폭발물 처리 기술자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비싼 군용 폭발물 처리(EOD) 로봇을 활용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선진국에 비해 높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빌라노바대학(Villanova University) 기계공학부 교수진과 학생들은 보다 저렴한 EOD 로봇 솔루션 개발에 나섰다고 과학전문 매체 phys.org가 보도했다. 미국 기반의 비영리 단체인 GWHF(Golden West Humanitarian Foundation)도 이 프로젝트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진다. GWHF는 인도주의 지뢰 대책 및 ERW 개선을 위한 세계적인 단체로 전 EOD 기술자와 경험이 풍부한 인도주의 기술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캄보디아와 같은 저소득 국가에서 운영할 수 있는 저렴한 인도주의 폭발물 처리 로봇을 설계, 구축하는 것이다. 빌라노바 및 GWHF 팀은 다음과 같은 개발 원칙을 세웠다.

*저소득 국가에서 경제적으로 실행 가능한 옵션을 제공하기 위해 판매 가격이 1만 달러 미만일 것
* 부품은 현지 조달이 가능하거나 대량 주문에 적합해야 하며 적시에 적절한 방법으로 현지에서 로봇을 설치할 수 있을 것
* 로봇은 두 사람이 움직일 수 있고, 무게는 100파운드 이하이며, 픽업 트럭으로 운반할 수 있는 크기로 제한할 것
* 운전자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로봇이 캄보디아 모든 지역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원격 제어 및 거친 지형을 탐색하는 기능을 지닐 것

▲ (사진= 빌라노바대학)

2013년부터 4명의 빌라노바 교수진과 25명이 넘는 학생들이 EOD 로봇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캄보디아에서 현장 테스트를 거친 후 2015년 1월 최종 시제품이 결정돼 생산을 위한 재설계 작업에 들어갔다. 로봇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저렴한 비용의 컴퓨터 하드웨어로 만들어진다.
* 현지 국가에서 조립하고 현지에서 수리할 수 있다.
* 여행용 가방에 넣어 비행기에 싣는 것이 가능하며 다른 지역으로 옮겨 배치할 수 있다.
* 로봇 제어 인터페이스는 직관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제한된 교육만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