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로봇 분야 수요 급증으로 AI 칩 수급 안전성 확보 중요
주총서 머스크 1조달러 보상안 통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과 로봇 사업 확장을 위한 자체 반도체 공장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TSMC와 삼성전자 등 주요 파운드리 업체로부터 공급받고 있지만 수요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라는 판단에서다.

▲2025 연례 주총에서 무대에 오른 일론 머스크. (사진=테슬라 유튜브 캡처)

9일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최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테슬라 연례 주주총회에서 “우리가 원하는 양의 칩을 확보할 다른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며 “아마도 거대한 칩 공장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머스크가 ‘테슬라 테라 팹(Tesla Terra Fab)’으로 명명한 이 공장은 초기 월 10만 장의 웨이퍼 생산을 시작으로 최종적으로 월 100만 장으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2024년 연간 웨이퍼 생산 능력은 1700만 장으로 월평균 약 142만 장 규모에 달한다.

테슬라의 자체 반도체 공장 검토는 완전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개발에 따른 칩 수요 급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AI 칩은 테슬라 차량의 자율주행 시스템과 로봇의 제어 시스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머스크는 “내가 고민 중인 것 중 하나는 어떻게 하면 충분한 칩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주총에서 테슬라의 차세대 AI5 칩이 삼성전자의 한국 공장과 TSMC의 대만·텍사스·애리조나 공장 등 4곳에서 생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TSMC와 삼성은 훌륭한 파트너이며 인텔과의 협업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공급사들이 최상의 시나리오로 생산하더라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테슬라는 현재 4세대 AI 칩을 사용 중이다. AI5 칩은 2026년 소량 생산을 시작해 2027년 대량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머스크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AI6 칩은 동일한 공장에서 생산되지만 성능은 약 2배 향상될 것이며 2028년 중반 대량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자체 반도체 공장 검토가 파운드리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부분의 첨단 칩 제조를 TSMC, 삼성전자, 인텔 등 소수 파운드리 업체가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테슬라가 직접 제조를 고려하는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머스크는 공장 건설 시기와 위치 등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반도체 제조 경험이 없는 만큼 실제 공장 가동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 테슬라 주주들은 머스크의 향후 10년간 1조달러(약 1449조원) 보상안을 75%의 찬성으로 승인했다. 이 보상안은 특정 목표 달성 시 지급되는 성과급 형태로, 테슬라의 AI 및 로봇 사업 전환에 대한 주주들의 지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정환 기자 robotstory@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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