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투자증권, ‘2025 로보틱스 데이’ 개최… “미래 대비 필요하나 현실적 판단도 중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기술을 투자 회수 관점에서 보면, 10년 이상은 추이를 볼 필요가 있다.”(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선임연구원)
“휴머노이드 로봇 역량은 미래 경제, 국방, 우주, 문화 전반의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우리는 로봇 공용 AI 모델 개발 등을 통해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전진우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수석)
휴머노이드 시장이 급속도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경제인들 역시 로봇 기술 발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술의 발전은 곧 시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은 4월 30일 오후 ‘2025 로보틱스 데이’ 세미나를 열고 인공지능(AI) 기술과 융합하며 빠르게 진화하는 로봇 산업의 현주소와 미래를 조망했다.
이날 행사에는 증권사 연구원을 비롯해 로봇 개발 기업 대표, 로봇산업진흥기관 전문가 등이 연사로 참여해 시장 전망부터 최신 기술 동향, 핵심 부품의 중요성, 산업 정책 방향까지 심도 있는 논의를 펼쳤다. 특히 단순한 형태의 로봇을 넘어, 실제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작업을 수행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의 부상과 이를 뒷받침할 기술적 과제들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휴머노이드 시장, 잠재력 크지만 기술 성숙 시간 필요"
첫 발표를 맡은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로봇 산업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로봇 산업의 성장세가 여전하며, 그 근거로 로봇 기업 시가총액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고 했다.
양 연구원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잠재력은 결국 노동 가능한 인간 숫자”라면서 “이론적으로 33억 명 규모에 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투자회수 관점에서 로봇 구매 비용을 2년 내 회수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만한 완성도의 로봇이 등장하려면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양 연구원은 "현재 휴머노이드 기술을 살펴보면, ‘두 다리로 이동하는 능력’은 갖췄으나 실제 작업성은 부족한 단계로 여겨진다“면서 ”그러나 공급 대수가 100만 대를 넘어서면 제조 원가가 2000만원 이하로 하락하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AI 기술 발전이 휴머노이드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핵심 동력“이라며 ”향후 자동차, 유통 등 다양한 산업으로 로봇 적용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투자 관점에서는 단순 이익보다 성장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I 강화학습, 로봇 이동 지능 비약적 발전 이끌어”
이준호 뉴로메카 AI 그룹 리더는 최신 로봇 기술 동향, 특히 휴머노이드의 핵심인 이동 지능과 작업 지능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른바 ‘보행로봇’ 분야에서 미국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나믹스’가 독보적이었다”면서, “그러나 2018년 이후 AI 강화학습 기법이 발달하고, 이런 연구성과가 오픈소스로 공유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로봇의 개발 주기가 혁신적으로 단축되고 보편화됐다”고 진단했다.
이 리더는 스위스 연구 경험을 예로 들며 “모델 기반으로 8년 개발한 로봇보다 AI 학습 기반으로 1.5년 개발한 로봇의 성능이 월등했다”면서, “이제 로봇 제어 기술은 연구 영역을 넘어 산업화 단계에 진입했으며, 센서 가격 하락과 중국의 저가 로봇 공급이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기술적 과제는 로봇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매니퓰레이션(Manipulation)’ 능력의 확보, 그리고 고차원적 사고 능력 확보다. 사람이 여러 가지 일을 능수능란하게 수행하는 건 뛰어난 손재주를 갖고 있고, 동시에 상황을 판단하고 업무를 주도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인데, 이 두가지 분야를 모두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유튜브 동영상 등을 보면 멋진 로봇 영상이 많지만, 실제로 일을 시켜 보면 최고 수준 모델의 작업 성공률도 90% 전후에 불과하다”면서 “아직 산업 적용에는 한계가 있지만, 데이터 축적과 파인튜닝을 통해 극복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렇기에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제조, 제품화 역량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돈 버는 로봇이 생존… 실용적 형태에 주목해야”
로봇 및 로봇 부품 기업 '로보티즈'의 김병수 대표는 25년간 로봇 회사를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실용성'과 '경제성'을 강조했다. AI 발전이 휴머노이드 성능 향상에 기여하겠지만, 액추에이터 등 하드웨어의 한계와 전력 문제를 고려할 때 기대만큼의 발전이 이뤄질지는 신중하게 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과거 인간과 교류할 수 있다는 ‘소셜 로봇’이 실패했던 사례를 봐야 한다”면서 “현재의 휴머노이드 역시 효용성 측면에서 의문이 있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두 팔로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형태, 즉 상반신은 휴머노이드이나 하체는 바퀴로 이동하는 형태가 산업 현장에 쓸모있는 존재가 될 것”이라며, “두 다리로 걷는 로봇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나, 바퀴형 이동 로봇이 다리형보다 하중 측면에서 10배는 유리하고 더 많은 영역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역설했다.
김 대표는 이날 발표에서 작업성을 높이기 위한 ‘로봇손’의 수요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탠포드대학 연구진이 개발한, 주방 일하는 로봇 ‘알로하(Aloha)’ 사례를 예로 들며 “이처럼 사람처럼 정교한 작업을 위해서는 ‘손’의 중요성이 부각된다”면서 “최근 로보티즈에 초소형 액추에이터 구매 문의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 역시 로봇 손 개발 수요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결국 살아남는 로봇은 노동력을 대체하고 돈을 벌어주는 로봇이더라”면서, “휴머노이드 분야도 실용성을 좀 더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지컬 AI 핵심은 ‘감각’… 고성능·저비용 센서 기술이 관건”
로봇용 센서 전문기업 ‘에이딘로보틱스’ 이윤행 대표도 이날 발표자로 나섰다. 이 대표는 피지컬 AI 구현의 핵심 요소로 ‘물리적 상호작용 지능(Physical Interaction Intelligence)’과 이를 가능케 하는 ‘센서’ 기술을 꼽았다.
그는 “현재 로봇 기술은 대부분 모션(움직임) 기반으로 학습돼 있어 지정된 상황을 벗어나면 작업이 어렵다”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로봇 데이터 수집의 어려움 △물리적 세계의 불확실성 △높은 실패 비용과 안전 문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한계 등 4단계의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이 4가지 숙제가 피지컬 AI의 주요 도전 과제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인간이 손의 감각 없이는 정교한 작업을 할 수 없듯, 로봇 역시 감각 없이는 아직까지 자동화되지 못하고 있는 산업시장(약 64%)에 진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고성능 협동로봇을 만들려면 토크(힘) 센서 가격이 원가의 36%를 차지할 정도로 고가였고, 그래서 이 부분을 빼 버린 로봇이 유통되기도 한다. 이 대표는 “에이딘로보틱스가 개발한 정전용량 방식 센서는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민감도는 10배 가량으로 높아 산업용 및 서비스 로봇 적용에 유리하다”면서, “이 기술을 통해 개발된 힘 토크 센서 제품군과 로봇 손은 국내외 주요 대기업에 공급되고 있으며, 의료 분야로도 확장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AX 시대, 로봇은 국가 경쟁력… 핵심 기술 확보·생태계 육성해야”
마지막 연사인 전진우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수석은 로봇 산업 발전의 역사적 맥락과 함께 ‘AI 전환(AX, AI Transformation)’ 시대 로봇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로봇팔이 쓸만해지기까지 50년이 걸렸고, 우리나라는 IMF 외환위기로 로봇 산업 발전이 정체되기도 했지만, 당시 창업한 1세대 로봇 기업들이 현재 국내 로봇 산업의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전 수석은 이어 “4차 산업혁명 이후 사이버물리시스템(CPS)의 중요성이 커졌고,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를 물리적 세계에서 구현할 ‘로봇’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AI 모델이 거대 언어 모델(LLM)에서 거대 행동 모델(LAM)로 진화하고 있으며, 현실데이터 수집 위주의 테슬라 진영과 가상현실 물리 AI 기반의 반(反)테슬라 진영이 상호 보완적으로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 수석은 “작업 자율성과 이동성을 갖춘 휴머노이드 로봇 역량은 미래 경제, 국방, 우주, 문화 전반의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며, “로봇 공용 AI 모델 개발, 휴머노이드 핵심 기술 개발, AI 반도체 및 전용 배터리 개발 스타트업 및 인재 양성의 4대 미션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로봇의 안전성 확보와 함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면서, “안전한 로봇을 넘어 사용자가 ‘안심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산업계의 다양한 윤리적 고려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