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의 라인을 그리는 자율로봇이 등장했다.

일본 닛산이 개발한 피치-R 로봇은 지난 5월 26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재미난 활약을 보여줬다. 레알 마드리드의 우승으로 끝난 결승전에서 피치-R도 축구장 라인을 그리는 작업에 합격점을 받았다.

피치-R 로봇은 4카메라 비전시스템, GPS 위치 추적 및 충돌 회피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친환경 용해성 페인트로 잔디, 활주로 혹은 자갈에 흰색 선을 그린다. 충전식 배터리 팩으로 구동되는 피치-R은 일단 움직이면 자율적으로 이동해 실시간으로 주변 환경을 분석하고 빠르게 스캔해 적절한 공간을 찾는다. 고르지 않은 표면도 문제없으며 주변 장애물을 탐색하는 것도 가능하다. 피치-R은 5명씩 팀을 이루는 파이브어사이드, 7명이 팀인 세븐어사이드 및 11명팀을 위한 필드를 그릴 수 있으며 전체 과정은 20분이면 끝난다. 특히 프로구단의 표준 경기장뿐 아니라 축구 애호가들이 주말이나 퇴근 후 취미 삼아 축구를 하는 공간에서도 유용하다.

닛산은 풀뿌리 축구팬들을 흥분시키고 참여시키기 위해 피치-R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피치-R은 닛산의 고급 프로파일럿(ProPILOT) 운전자 보조 기술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프로파일럿은 100% 전기차인 닛산 리프(LEAF)와 유럽 최고의 판매를 기록한 크로스오버 차량 닛산 캐시카이(Nissan Qashqai)에서 사용 중인 시스템이다.

자동차가 어떻게 구동되고, 어떻게 동력을 공급받고, 주변과 어떻게 통합되는지에 대한 닛산의 비전인 닛산 인텔리전트 모빌리티(Nissan Intelligent Mobility)의 핵심 부분에 해당한다. 닛산 인텔리전트 모빌리티 기술을 이용한 고급 프로토타입 첫 제품이 바로 피치-R인 셈이다.

닛산의 마케팅 및 브랜드 전략 담당 부사장인 로엘 드 브리스(Roel De Vries)는 "UEFA 챔피언스 리그는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를 보유하고 있지만 스타들도 소년 시절에는 축구를 할 수 있는 공간만 있다면 점퍼를 골대로 사용하고 분필을 사용해 라인을 그리던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덧붙여 닛산 유럽 마케팅 담당 부사장인 장 피에르 디어나즈(Jean-Pierre Diernaz)는 "바로 이것이 우리의 디자인 및 엔지니어링팀이 피치-R을 고안한 이유"라며 "풀뿌리 축구에 도움이 되고 젊은 팬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으로 닛산의 최고 기술이 활용된 것"이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