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인공지능(AI) 음성 비서인 ‘알렉사’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USA투데이' 등 매체에 따르면 미국 아칸사스주 벤톤빌 경찰은 아마존 측에 살인 혐의자의 집에 설치된 아마존 에코의 음성 녹음 기록을 요청했으나, 아마존 측이 고객 정보 유출 금지를 이유로 거부했다.

아마존 에코 음성비서인 ‘알렉사’가 살인 사건에 연루되어 녹음 기록 요청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알렉사 뿐 아니라 앞으로는 다양한 사물인터넷(IoT) 장비들이 사람들의 프라이버시 정보를 기록 및 보관할 것으로 보여 사생활 정보의 유출 및 공개 여부를 놓고 격론이 벌어질 전망이다.

사건 경위는 이렇다. 아칸사스주 벤톤빌 경찰이 빅터 콜린스라는 사람을 죽인 혐의로 제임스 앤드류 베이츠를 작년 11월 22일 구속했다. 사건 기록에 따르면 제임스 앤드류 베이츠는 4명의 친구들과 자신의 집에서 술을 마시고 미식 축구 경기를 함께 보고 있었는데, 일부 친구들이 떠난 새벽 시간에 빅터 콜린스가 욕조에서 죽은 채로 발견됐다. 사망 원인은 교살과 익사였다.경찰은 베이츠를 1급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이 스마트 수도계량기를 조사한 결과 평소보다 많은 물을 사용한 것이 밝혀졌다. 경찰은 베이츠가 정원용 호스를 사용해 새벽시간에 욕조 주변의 혈흔을 청소한 것으로 생각했다. 이와 함께 베이츠의 집에 설치되어 있던 아마존 에코가 사건 당시 주변의 소리를 녹음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관련 자료를 아마존측에 요청했다. 사건 당시 알렉사가 작동 상태에 있었다면 관련 음성이나 소리가 아마존의 서버 측에 저장되어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아마존 측은 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요구를 하지 않는 한 고객의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며 거절 의사를 나타냈다.

아마존 서버가 사건 당시의 음성 기록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확증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알렉사는 주인이 ‘알렉사’라고 부르면서 음성으로 명령한후 비로서 관련 데이터를 서버쪽으로 전송한다. 다만 에코 장비는 버퍼에 60초 정도의 데이터를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주인이 마지막으로 명령한 내용을 버퍼에 보관하고 있다가 다른 명령어가 입력되면 없어진다. 고객이 직접 음성 명령 데이터를 삭제할 수도 있다. 다만 에코에는 과거 음성 관련 기록이 없더라도 서버에는 전체 음성 기록이 남아 있을 가능성은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앞으로 인공지능 장비나 사물인터넷 장비들이 보급 확산되면 사람들의 모든 행동과 음성이 CCTV처럼 기록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경찰이 범죄 수사를 위해 이 같은 정보를 요구할 경우 사업자가 해당 정보를 제공하는 게 옳은 일인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경찰이 아니더라도 해커 집단이 사물인터넷 정보를 해킹해 범죄 행위에 악용할 수 있다.

비영리 기관인 ‘EPIC(전자프라이버시정보센터)‘ 측은 “앞으로 경찰이나 검찰의 디지털 데이터 접근에 관한 법률적인 기준을 명확히 하고, 디바이스 제조업체들이 프라이버시 데이터의 삭제 및 최소화에 관한 기술적인 기준을 채택해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