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아기 로봇을 이용해 시행되고 있는 10대 대상의 엄마 체험 교육이 의외의 부작용을 낳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교육을 진행하는 주최 측은 여전히 아이들이 교육을 재미있어 하며 별다른 부작용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보다 면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워싱턴포스트는 사람을 닮은 로봇 아기로 10대 소녀들에게 미리 육아를 체험하도록 하는 교육에 대해 소개하면서 부작용에 대한 내용도 함께 실었다. 교육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물론 교육에 참여한 학생들의 10대 임신률과 낙태율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높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전세계 고등학교 성교육의 일환으로 교사들은 유아 시뮬레이터를 여고생들에게 제공해 며칠간 돌보도록 하고 있다. 로봇 아기는 개당 1000달러로 울고, 소리치고, 잠자도록 설계됐다.

인형에 내장된 컴퓨터는 아기의 기저귀를 갈거나 트림하거나 먹는 것을 체크하며 혹은 모든 것이 크게 잘못돼 아기가 죽었을 때도 상황을 기록한다. 우선 아기를 돌보는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런던에 있는 청소년 상담사인 자넷 콜린스는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심야에 걸려온 어떤 부모의 전화를 소개했다. 그 부모는 “‘이 인형을 작동 중지하는 방법을 알려달라’며 자신의 딸이 ‘거의 미쳐가고 있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로봇 아기의 경험이 오히려 10대 소녀들의 임신과 낙태를 부추긴다는 견해도 있다. 콜린스는 “어른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실제 섹스를 제대로 하는 소녀들은 거의 없다”며 “내 경험으로는 충동적으로 섹스를 하고 임신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뜻하지 않게 이를 가르치는 셈”이라고 말한다.

최근 발간된 저널 란셋(Lancet)의 연구에 따르면 13-15세의 호주 10대들에게 로봇 아기를 제공하는 것은 손에 폭발물을 쥐어주는 것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호주의 가상 육아(VIP) 프로그램에 참여한 소녀들은 그렇지 않은 소녀들에 비해 20대 초반에 임신을 하거나 낙태를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의 VIP 프로그램은 미국 회사 리얼리티웍스가 운영하는 ‘리얼케어 베이비’와 유사한 것으로 미국의 연구자들은 리얼케어 베이비의 전신인 ‘Baby Think It Over dolls’의 문제점을 비판한 바 있다.

란셋의 이 연구는 2003년부터 2006년까지 3년동안 VIP 프로그램에 참여한 소녀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을 비교 분석해 결과를 내놨다. 호주의 57개 학교가 참여한 가운데 VIP 프로그램에 참여한 그룹은 1267명, 그렇지 않은 비교 그룹은 1576명이었다. VIP에 참여해 아기 인형을 돌본 소녀 가운데 20세까지 아기를 가진 비율은 8%로 나타난 반면 비교 그룹은 4%로 절반에 불과했다. 또 VIP 그룹의 9%가 최소 한 번의 낙태를 한 것에 반해 아이를 돌보지 않은 그룹의 소녀들은 낙태 비율이 6%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