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수많은 인간의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인공지능이 쉽사리 도달할 수 없는 영역도 분명히 있다. 창의성을 요하는 분야나 장인의 섬세한 손길이 요구되는 분야를 꼽을 수 있는데 공예품이 그 예 중 하나다.

그러나 최근 선보인 도자기를 빚는 인공지능 로봇은 우리의 이런 생각도 그리 오래 가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국의 대표적인 예술 학교인 센트럴세인트마틴(Central Saint Martins)의 한 학생이 도자기 빚는 AI 로봇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디지털트렌즈’ 보도에 따르면 이 학교 학생 샬롯 노드먼(Charlotte Nordmoen)은 휴먼메이드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도자기 빚는 로봇 시제품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머신러닝 알고리즘과 실리콘 소재의 인간 손가락으로 구현됐다. 노드먼은 도자기를 자율적으로 디자인하는 프로그램과 디자인을 이해하고 이를 로봇이 따를 수 있는 도구로 변환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이를 적용했다.

이 알고리즘은 온라인에서 화병의 이미지를 축적한 다음 기본 형태의 윤곽을 추출한다. 노드먼은 이를 ‘꽃병의 DNA’라고 부른다. 이는 다시 새로운 디자인들을 생성해내는 방식으로 재결합된다. 로봇이 디자인 상에서 지속적인 향상을 이뤄내지는 못할지라도 인간 중심의 기술조차도 스마트한 알고리즘의 일부임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디지털트렌즈는 분석했다.

노드먼은 “나의 목표는 사람들이 손으로 만드는 것과 유사한 품질의 도자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오늘날 기술적인 혁신이 경제적 인센티브에 의해 추동되는 만큼 가까운 미래에 공예 분야에서 이 같은 혁신이 크게 진전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는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노드먼은 “공예작업이 그 자체로 우리에게 기쁨을 준다면 기계가 대신 할 수 있고, 없고가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며 이 프로젝트가 함의하는 다른 의미를 피력했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인간의 직업과 할 일을 대체할 때 우리가 스스로에게 해야할 질문이 무엇인가를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