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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8.25  22:3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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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 조림녹화 10개년 계획'이라는 게 있었다. 유신시절인 1973년부터 10년 동안 전국 100만ha의 산지에 21억3200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어마어마한 계획이다. 무소불위의 상징이던 대통령의 직접 지시가 있었고 '불도저'라는 별명을 가졌던 당시 내무부 장관이 전면에서 밀어부친 정책이다.

여기에는 엄청난 행정력이 투입됐고 공무원,군인,학교,각종단체가 총동원됐다. 동원된 이들에게 치산녹화가 어떤 의미가 있는 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심으라고 하면 그냥 심기만 하면 됐다. 그러나 이 정책은 성공한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어쨌거나 민둥산 천지이던 전국의 산지가 오늘날과 같이 푸른 산으로 바뀌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지식경제부(산업통상자원부 전신)는 '로봇 미래전략'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동안 시장 규모를 25조원으로 늘리고 모든 산업과 기술은 로봇이 중심이 되는 ’올 로봇’(All Robot)환경을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그 정책적 목표가 1인 1로봇시대의 구축이다.

1년 여전에 발표한 이 정책이 새삼 떠오른건 무엇 때문이었을까. 1인1로봇이면 넉넉잡고 우리나라 인구수 만큼인 5000만대의 로봇을 보급하겠다는 얘기다. 물론 로봇이 꼭 휴머노이드나 웨어러블 같은 외형을 가질 필요는 없다. 무인자동차나 청소로봇, 그것도 아니면 가전기기나 보안시스템 속에 내장된 로봇도 얼마든지 많을 테니까. 하지만 그렇더라도 10년 내에 5000만대는 너무했다. 로봇이 무슨 핸드폰이나 스마트폰도 아닐텐데 말이다.

로봇을 핸드폰이나 스마트폰처럼 널리 보급하겠다는 것을 탓하자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런 시대가 하루빨리 왔으면 하는 바램은 모든 이의 관심사일 터이다. 사람들이 핸드폰이나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이유는 오로지 '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생활이나 업무에 지장을 받지 않고, 주변과 동료들에게서 멀어지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로봇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로봇 미래전략'에서 제시된 10년 내에 이런 수준의 물건이 될 수 있느냐이다.

하지만 '로봇 미래전략'의 어디를 봐도 그런 내용은 없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어떻고, 원천기술과 부품은 어떻게 조달하며 다른 산업과의 융합을 어떻게 꾀할 것인가에 대한 원론적 얘기뿐이다. 다시 말하면 로봇 5000만대를 어떻게 만들겠다는 조달 계획만 있을 뿐, 5000만명에게 어떻게 로봇을 공급하겠다는 내용이 없는 것이다.

물론 '로봇 미래전략'을 발표한 정책당국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일 터이다. 계획을 세워놓고 보니 10년 내에(이제는 1년이 지났으므로 9년 내에) 1인1로봇 시대를 실현한다는 것은 기술적으로는 가능할지 모르나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1인1로봇이라는 것은 얼핏 보아도 경제나 산업 차원의 목표로 해결될 과제가 아니다. 로봇의 궁극적인 목표가 사람을 닮아가는 것에 있다고 본다면 1인1로봇은 결국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는 커뮤니티를 구축하겠다는 얘기이다.

그렇다면 이런 정책은 사회 문화적 의미를 포함시키는 아젠다로 확대해서 추진하는 것이 어땠을까. 발표 당시에도 이런 엄청난 아젠다를 어떻게 산업정책 담당 부처 단독으로 발표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핸드폰이나 스마트폰 분야가 통신 정책을 다루는 미래창조과학부만의 영역에서 이미 오래 전에 벗어난 것은 그런 점에서 매우 시사적이다.

로봇 선진국 일본의 경우는 더욱 구체적이다. 일본은 이미 2003년 경제산업성이 각계 전문가 14명을 모아 '2025년 차세대 로봇비전 보고서'를 냈다. 오는 2025년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는 사회를 어떻게 실현하고 지향해 갈 것인가가 그 골자였다. 기본적으로는 우리의 '로봇미래전략'과 비슷한 취지이다. 주목할 것은 우리와 접근 방식이 정 반대라는 사실이다.

보고서는 사람과의 공존시대에 로봇의 역할과 필요성을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산업적 수요를 예측하여 미래 로봇보급정책의 틀을 제시하고 있다. 2025년 시장규모를 생각보다 적은 7조2000억엔으로 잡은 것도 눈에 띠는 대목이다. 그러나 ‘로봇 미래전략’에서 처럼 '세계 최고의 로봇활용국가'나 '1인1로봇 시대의 구축'과 같은 비현실적인 목표는 보이지 않는다.

이 간담회에 참석했던 SF작가 세나 히데아키씨는 나중에 "보고서는 최소한 이 정도는 실현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담은 것" 이라며 "2025년의 미래는 사실 현실에 더 가까울 수 있다"고 자신의 저서에서 밝힌바 있다. 국가정책 수립에 SF작가가 참여했다는 점도 놀랍지만, 미래를 객관적으로 접근하려는 일본인들의 합리성과 유연성이 부러울 따름이다.

경영에서는 거의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는 스트레칭 기법이라는 게 있다. 벤처기업들을 고무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수사이다. 그러나 정책은 경영과 다를 뿐더러, 1인1로봇은 치산녹화 처럼 당사자들의 컨센서스 없이 단순하게 밀어부쳐서 될 성질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 당국자들은 왜 자꾸만 실현 불가능한 정책들을 만들어 내는 것일까. 40여년전의 사람들이 지금까지 정책일선에서 일하는 것은 아닐텐 데 말이다. 서현진ㆍ본사 편집고문

서현진 기자  suh@irobot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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