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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담당자에 대한 두 가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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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8.12  04: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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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정책자료 '창조경제를 견인할 창의인재 육성방안'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 하나 있다. 요즘들어 정책담당자들은 '적어도 자신에게 주어진 일은 열심히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이 주어진 일을 훌륭하게, 잘 처리한다는 뜻은 아니다.

일을 '열심히' 한다는 것은 일의 목표나 실현가능성, 혹은 효율성과는 별도로 자신의 직분에 최선을 다했다는 의미다. 가령 어떤 사수가 열심히 총을 쏘았는데, 엉뚱한 목표물을 맞혔다면 그는 훌륭한 사수는 아니다. 마찬가지로 자동차로 5시간 거리를 한 달만에 걸어서 도착했다면 그는 결코 일을 잘하는 사람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창조경제를 견인할 창의인재 육성방안'이 썩 훌륭하거나 잘된 내용이 아니라는 것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물론 이 정책자료에는 나름 대로의 육성목표와 실행프로그램, 실행 체계들이 논리적으로 등장한다. 정책자료로서 구색은 다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우선 인재 육성 목표를 키워드로 뽑아보면 이런 단어들이 나온다.

꿈, 끼, 창의, 도전, 다양성, 개방성, 통섭적사고. 융합형, 맞춤형, 참여활동형, 창업친화형...

창의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것은 그러니까 꿈과 끼, 창의, 도전, 다양성, 개방성의 성향을 갖고 통섭적 사고를 하는 융합형, 맞춤형, 글로벌형, 참여 활동형, 창업 친화형 인재를 키우겠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몇 번을 되새겨봐도 온통 추상적인 단어들뿐이어서 딱히 이거다 하는 느낌이 나지 않는다. '창의'의 뜻이 칼로 무 자르듯 뚝 떨어지듯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디서 어디까지를 통섭적 사고라 하고, 어떤 유형의 사람을 융합형이라고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계획을 세워놓고 인재를 육성한다고 해서 없던 창의가 키워진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애당초 '창조경제를 견인할 창의인재 육성방안'은 그 정책 목표부터 모호하게 출발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 목표를 실행할 프로그램에는 어떤 것들을 내놓았을까.

자기주도적 창의학습 지원, 참여∙활동형 프로그램 확대, 예술교육활동 강화, 학교밖 창의적 체험교육 활성화, 영재지원체제 강화, 맞춤형 교육 확대, 전문대학 수업연한 확대, 발명교사전문역량 강화, 기업가정신 고취, 대학 창업지원프로그램 활성화, 스펙 초월 멘토스쿨 운영, 1가구1지식재산 갖기 운동…

얼핏 보면 실행프로그램들은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듯하지만 역시 손에 잡히는 게 별로 없다. 오히려 거의 모든 항목들은 지원, 확대, 특화, 강화, 유도,고취 하는 식으로 포장돼 있어 뜻을 더 모호하게 흐려놓고 있다. 이런 단어들이 수식어로 붙는 것은 기존에 있던 프로그램들을 손을 봐서 다시 꺼내놓았다는 뜻이다.
하긴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 정책 목표 자체가 모호하고 감이 잡히질 않는데 어떻게 거기에 맞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낼 수 있었겠느냐는 얘기다. 시기적으로도 새 정부의 공약에 맞는 새 정책들을 만들어내는 것도 벅찼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신선한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실행 프로그램이나 아래 열거한 실행체계나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학교내 무한상상실 구축, 진로체험종합지스템 구축, 대학원 창조경제과정 개설 유도, 부처 연계형 거점별 창업지원 클러스터 구축, 사관학교식 창업선도대학 지원, 산학협력중개센터 신설, 대학원 창조경제과정 신설 유도, 산업기술명장대학원 설립, 대학IT융합명품연구소 운영, 창의인재개발원 설립...

실행체계들 역시 기존의 시스템이나 제도를 '창의'라는 이름으로 고쳐 내놓은 것이 역력하다. 명칭 그자체만놓고 봐도 관료주의의 냄새가 풀풀 풍기는 것도 있다. 이런 정책들을 내놓는 정책담당자를 탓하자는게 아니다. 현실적으로도 정부 안에는 창의인재 육성 정책을 추진할 별도 조직이 있는 게 아니다. 대부분은 기존의 인력 또는 교육 관련 부서들이 업무의 연장선상에서 새 정책을 맡기 일쑤다. 한번 써먹었던 실행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을 다시 끌어 올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문제는 이런 실행체계들이 정책 목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끌고 가느냐이다. 체험센터니 지원센터니 하는 것들이 얼마나 형식적이고 수치의존형 제도라는 것은 누구보다고 정책담당자 자신들이 더 잘알고 있다.

창의인재 육성방안 발표 다음날 한 저녁모임에서 10년 지기인 한 고위 공무원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현정부는 좀 달라질 줄 알았다"는 필자의 힐난에 그는 "설익은 정책보다는 기존 정책들을 다듬어 쓰는 게 그나마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논리로 맞섰다. 새로운 실행프로그램이 도입되려면 몇 년씩 연구한 결과가 있어야 하는데, 몇 개월 만에 뚝딱 만들어 발표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듣고 보니 그의 논리가 아주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말 속에서는 미묘한 긴장감 같은 것이 묻어났다. 한편으로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내놓는 정책들이 결국은 몸통은 그대로인 채 포장만 바꿔 올릴 수 밖에 없다는 논리로 비쳐졌다.

정책담당자들이 모두 노회하거나 복지부동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다고 자신의 일을 자신있게 드러내고 싶어하는 정책 담당자들 역시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공무원들에게 영혼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날밤 10년지기와 대화하면서 정책담당자들에 대한 또 다른 생각 하나가 문득 뇌리를 스쳤다. 앞으로도 정부는 계속 바뀌겠지만 그들의 정책 재포장 실력은 반대로 일취월장 해갈 것이라는… 서현진ㆍ본사 편집고문

서현진 기자  suh@irobot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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