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사람을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바로 '자각(self-awareness)'이다. 자신이 다른 사람과 다른 존재이며, 이를 인지하고 있다는 것은 인간만이 갖고 있는 특권으로 인식되고 있다. 로봇은 다른 로봇과 자신이 다른 존재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미국 뉴욕의 한 과학자가 프랑스 알데바란사의 휴머노이드 로봇 '나오(Nao)'를 이용해 로봇도 자각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로봇도 인간 처럼 스스로를 다른 로봇과 다른 로봇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획기적인 연구로 평가되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데일리메일,엔가짓 등 매체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 있는 렌셀러 폴리테크닉대학(Rensselaer Polytechnic Institute:RPI) 'AI & 추론연구소'의 '셀머 브링스요드(Selmer Bringsjord)' 교수는 '왕의 현자(King's Wise Men)'라는 논리적인 추론 방식의 수수께끼 테스트를 통해 로봇이 자각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왕의 현자'라는 테스트는 자각에 관한 아주 고전적인 방식으로 널리 인식되고 있다.

'왕의 현자' 수수께끼 게임은 자신이 쓰고 있는 모자의 색깔을 먼저 알아맞히는 사람이 승자가 되는 게임이다. 왕에게 3명의 현자가 있는데 각 현인들은 흰색 또는 파란색의 모자를 쓰고 있다. 규칙은 단순하다. 세사람에게 공정한 규칙이 적용되며, 최소한 한사람은 파란색 모자를 쓰고 있다는 것. 현인들은 직접 대화를 할 수 없다. 이 상황에서 가장 먼저 자신의 머리위에 있는 모자의 색깔을 맞추는 퍼즐 게임이다. 파란색 모자의 갯수에 따라 논리적인 추론이 달라진다.

RTI 브링스요드 교수는 전통적인 '왕의 현자' 퍼즐게임에 약간의 변형을 가했다. 3명의 휴머노이드 로봇에게 각각 '벙어리 약(dumbing pill)'을 먹인다. 그리고 두명만 벙어리 약을 먹였고 한명은 가짜 약을 먹였다고 말해준다. 브링스요드 교수가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3명의 '나오' 로봇의 머리 버튼을 누르는 장면이 나온다. 바로 벙어리 약을 먹였다는 신호 버튼이다. 벙어리 약을 먹은 로봇은 당연히 말을 하지 못한다. 오직 한명 가짜 약을 먹은 한명의 로봇만 말을 할수 있다. 물론 누가 가짜 약을 먹었는지는 로봇은 모른다.

연구자들은 세명의 휴머노이드 로봇에게 벙어리 약을 먹었느냐고 묻는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후 한명의 로봇이 '나는 모른다'고 말한다. 그순간 자신이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나서 바로 '미안합니다. 내가 벙어리 약을 먹지 않았다는 것을 방금 알았다"며 자신의 말을 뒤집는다. 한명의 로봇이 다른 로봇과 다른 존재임을 인식하는 순간이라는 것.이번 연구는 8월말 열리는 IEEE(국제전기전자공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로봇이 의식을 갖는다는 것은 인간과 로봇을 구별하는 특징 가운데 하나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로봇이 앞으로 인공지능을 넘어 의식을 갖춘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