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내년 7월 개봉할 예정인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티저예고편의 한 장면

스티븐 호킹 박사가 지난 2일 BBC와의 방송 인터뷰에서 “완전한 인공지능이 등장하면 결국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자 AFP통신이 지난주 이를 집중 분석했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등장하는 광기 어린 컴퓨터 "HAL9000", '아이로봇'에서 주인인 인간을 공격하는 휴머노이드. 그리고 '터미네이터'에서 미래의 세계를 지배하는 기계들의 위협이 될 남자를 낳은 어머니를 말살하기 위해 과거로 보내진 살인 로봇 ──.

이러한 암담하고 음울한 인공지능(AI)에 대해 영국의 이론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자 다시 전세계 과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호킹 박사는 이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이미 개발한 원시적 인공지능은 매우 유용하다는 것이 알려졌다. 하지만 완전한 인공지능의 개발은 인류의 종말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일단 인류가 인공 지능을 개발해 버리면, 그것은 가속도적으로 스스로를 재설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AFP가 취재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인공 지능의 위협이 긴박한 것은 아니라 해도 진지하게 검토해 보아야 한다며 박사의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도 있고, 박사의 경고는 과장된 것이라며 반박하는 사람도 있다.

스위스 로잔대학의 인류학자 다니엘라 세루키(Daniela Cerqui) 교수는 "저명한 과학 분야의 전문가가 경고했다는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나도 몇 년 전부터 같은 말을 했다"고 이야기 했다.

인공지능개발 분야에서의 진보는 인간의 능력을 능가하는 기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주장한 세루키 교수는 이대로 가면 생명에 관한 책임을 기계에게 맡기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SF처럼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그것은 정도의 문제이지 우리는 호킹 박사가 경종을 울리는 길을 단계적으로 진행해 가고 있다"고 세루키 교수는 말했다.

한편, 영국 옥스포드대학에서 미래 기술의 영향에 관한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있는 닉 보스트롬(Nick Bostrom) 교수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해 위협이 될 만큼 임박해 있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군사용 무인기나 자율주행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는 로봇 등을 거론하며 현재 사용되는 응용기술이나 가까운 미래에 사용될 것으로 전망되는 응용기술에서 인공지능은 아직 인간의 손 안에 있다고 지적 한다. 하지만 보스트롬 교수는 "기계의 지능이 결국에는 생물의 지능을 넘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존재가 크게 위협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마치 인간처럼 창조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진정한 인공지능"이 완성되는 것은 수십 년 후의 일이라고 말하며 벌써부터 시끄럽게 주의를 환기시킬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이 분야가 1956년 회의에서 확립된 이후 "인공지능이 향후 15~25년 내에 완성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어 왔다"고 옥스퍼드대학의 스튜어트 암스트롱 (Stuart Armstrong) 연구원은 말했다. “사람들이 최근에 보도된 주요뉴스를 놓치지 않았다면 지금 단계에서는 (인공지능)이 벌써 그 경지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암스트롱은 자신의 저서 "Smarter than Us : The Rise of Machine Intelligence"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프랑스 피에르앤마리퀴리대학(파리6대학)의 인공지능 전문가이자 도덕철학자인 장 가브리엘 가나시아 (Jean-Gabriel Ganascia)교수는 호킹 박사의 경고는 "과장"된 것이라고 말한다. 가나시아 교수는 "우리의 생활을 바꾸게 될 인공 지능을 둘러싼 많은 것들은 동요와 불안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호킹 박사는 인간과는 동떨어진 곳에서 스스로 진화하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근거가 되는 데이터가 없다"고 말했다.

영국 브루넬대학에서 컴퓨터사이언스를 강의하고 있는 앨런 터커 (Allan Tucker)교수에 의하면, 인공지능이 직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기계는 어차피 기계일 뿐이라는 것이다. 터커 교수는 "우리는 수천 년에 걸친 진화를 통해 여기까지 왔다. 그 원동력은 바로 서바이벌(생존)에 있다. 우리가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원동력이다. 인공지능에게도 그것이 중요한 요소인데, 구현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