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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은 상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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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6.30  22: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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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산업이 무한한 상상력에 의해 발전해가는 분야임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아시모'나 '휴보'와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그 옛날 50~60년대의 '아톰'이나 '마징가Z'와 같은 만화에서 직간접적인 영감을 얻었다는 사실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이른바 입는 로봇(Wearable Robot, Robot Suit)에 대한 아이디어가 할리우드 영화 ‘에일리언’(1979년)에서 빌려왔다는 것 역시 잘 알려진 얘기다. ‘에일리언’은 다시 '아이언맨'(2008년) 등에 영향을 주면서 입는 로봇에 대한 로봇공학자나 로봇비즈니스맨들의 영감을 더욱 깊고 풍부하게 확장시켜준다.
실제로 의료혁명을 일으킨 수술로봇 '다빈치'나 화성에서 저 혼자 모든 임무를 수행하는 탐사로봇 '큐리오시티'도 영화와 소설에서 그 아이디어를 빌려왔다고 한다. 산업적으로는 교육용 로봇이나 앞으로 유망분야로 떠오르고 있는 재난구조 로봇, 실버 케어 (Silver Care) 로봇도 그런 상상력 속에서 출발했음은 물론이다.
1948년 쓰여진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는 빅브라더의 등장이라는 사회비판적 메시지 외에도 오늘날 원격화상회의와 광통신네트워크 설계에 직접적인 영감을 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나 이 소설에 등장하는 텔리스크린(Telescreen) 개념은 최근 미국의 아이로봇과 시스코가 의기투합한 텔리프리즌스(Telepresence) 로봇 '아바 500'의 개발 방향에 영향을 끼쳤다. 텔리스크린은 빅브라더가 부하들을 감시하거나, 호출해서 대화를 나누는 원격 대화ㆍ감시 장치이다. 그런데 로봇 '아바 500'은 조종자가 자신이 원하는 사람에게 로봇을 보내 직접 화상대화를 하는 시스템이다. '아바 500'은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로봇 바퀴와 화상모니터가 달려있다.
최근에 본지가 인터뷰한 로봇 분야 주요 인사들 역시 청소년 시절에 거의 모두 로봇만화나 영화를 보며 로봇공학자와 로봇기업인의 꿈을 키웠다고 전하고 있을 정도다. 로봇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거나 전달하는 매체로 영화와 만화만한 게 없다는 얘기다.
로봇영화는 두말할 나위 없이 할리우드 영화가 대세이고, 로봇 만화는 일본의 전유물처럼 돼 있다. 할리우드 로봇영화는 등장하는 로봇캐릭터만으로도 로봇영화사 한 권을 쓸 정도로 편수도 많고 소재도 다양하다. 1920년대 무성영화시절부터 대략 120여 편의 로봇소재 영화가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역시 1951년 '아톰'을 탄생시킨 이래 '마징가Z' '철인28호' '그랜다이저' '바벨2세' '건담' '메칸더V' '에반게리온'등 수많은 로봇만화와 로봇애니메이션 걸작들을 만들어 냈다. 영화 분야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는데, 최근 개봉한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로봇G'는 로봇의 인간적인 면을 코믹하게 다뤄 또 다른 차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할리우드 로봇 영화와 일본의 로봇 만화는 결과적으로 미국과 일본이 세계 양대 로봇강국인 이유를 또 다른 차원에서 설명해주고 있는 셈이다.
이런 와중에 과학기술 강국 인도가 로봇영화에 뛰어든 것은 의미심장하다. 인도는 지난해 한국에서도 개봉된 영화 '로봇'(원제 Endhiran)으로 1억5000만 달러의 흥행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이런 실적은 이 영화가 많은 상상력과 영감을 주는데 성공했음을 말해 준다. 인도는 현재도 몇 편의 로봇영화를 제작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로봇 강국을 지향하는 우리나라의 현황은 어떨까. 사실은 현황이고 뭐고 따질게 별로 없다. 얼핏 떠오르는 것이 만화와 극장애니메이션을 통틀어 '로보트 태권V' '황금박쥐' '슈퍼 타이탄' '은하함대' '피닉스 킹' '우뢰매' 정도인데,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몇몇을 제외하고는 일본 캐릭터들을 흉내 낸 것들이다. 그나마 최근에 나온 '로봇키드 지오'는 나름대로 새로운 감각과 스토리를 지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로봇 영화는 아예 나오질 않고 있다.
로봇영화에 관심이 많은 권동수 KAIST교수는 우리나라 영화제작자나 감독들은 여전히 로봇이나 과학기술을 소재로 한 영화에 별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로봇영화제를 만들어 로봇에 대한 상상력을 키우는 일에 기여해 보고도 싶었지만 역시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포기했다고 한다.
물론 로봇영화나 만화에 관심 있는 제작자나 감독이 없다고 해서 그 자체로 비관적일 것까지는 없다. 로봇영화나 만화가 없다고 해서 당장 로봇산업이 어떻게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미국과 일본, 하물며 인도와 비교해보면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요즘 우리나라 로봇 계에 “로봇은 콘텐츠”라는 생각을 가진 최고경영자와 공학자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로봇에게 과학기술은 기본이지만, 로봇을 인간에 근접시키는 것은 상상력, 즉 콘텐츠의 힘이라는 것이다. 이는 결국 가장 이상적인 로봇이란 최첨단 과학기술이 밑을 받치고 자유로운 인간의 상상력이 그것을 끌고 가는 구조가 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상은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을 닮아가고 싶은 로봇들의 꿈이기도 할 것이다.
때마침 정부는 중장기 로봇정책의 근간이 될 '제2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2014~2018)'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지난 5년간 적용된 1차 계획 때는 거의 신경을 쓰지 못했지만, 이번 계획에는 로봇업계의 이런 정서들이 조금이나 반영됐으면 싶다. 서현진ㆍ본사 편집고문
서현진 기자  suh@irobot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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