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로봇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AI를 현실세계로 구현하기 가장 좋은 디바이스가 다름아닌 로봇이기 때문이다. 문제를 진짜로 풀려면 디바이스가 필요하다. 따라서 AI를 실행하는 디바이스로서 로봇은 중요하다. 실제로 단순 텍스트만으로는 사람을 이해하기 어렵다. 여기에 시각 정보나 촉각 및 조작 등 개념을 추가해야 한다. 진정한 인텔리전스 구현을 위해서는 몸체(바디)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AI는 가상세계에서 활동했다. 가령, AI에 사진을 보여주고 텍스트로 표현하도록 하는 Visual Question Answering(VQA)이나 비디오 영상를 주고 스토리를 글로 쓰게 하는 Visual Storytelling(VIST) 등이 대표적이다. 비디오 영상을 제공하면 대사를 만들고 대사를 주면 영상을 제작해주는 ‘비디오 QA’도 존재한다. 뽀로로 만화 내용에 대해 질문하고 답하는 학습용 뽀로로 선생님 로봇도 개발했다. 이처럼 언어나 시각 정보가 중요해졌고 여기서 빠진 것이 행동이다.

오픈AI가 최근 공개한 챗GPT(Cha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는 사람의 대화에 가장 가까운 AI라고 볼 수 있다. 이는 계속해서 잘못된 답변을 바로 잡으면서 최적의 대화 방법을 학습하는 강화학습 방식이다. 하지만 알파고 AI가 바둑을 두고 챗GPT가 사람과 대화하며 글을 써주지만 현재 AI가 잘 수행하는 것은 대부분 게임이나 텍스트의 세계이다. 즉 닫힌 가상 세계에서의 디지털화된 데이터에 주로 기반하여 학습한 결과인 것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인공지능이 인간 수준의 지능에 도달하는 데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미래에는 AI가 스스로 데이터를 만들고 학습하는 로봇의 형태가 될 것이다. 로봇이 필요한 데이터를 직접 수집해서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는 것이다. 로봇을 언어(말)로 가르칠 수 있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학습 방법이다. 가령 특정 물건에 대한 결과물을 얻어야 하는 경우라면 로봇이 보고, 만지고, 들어본 다음 색상, 재질, 무게 등의 데이터를 수집해 목표하는 결과값을 얻어내고 다음 행동을 하는 것이다.

AI가 몸을 갖추고 세상과 상호작용하며 오감 경험으로부터 체득된 지식을 끊임없이 습득할 수 있는 로봇 AI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인지과학 측면에서 봤을 때 스스로 지각하고 행동하는 인간의 모습을 닮게 될 것이다. 따라서 로봇 분야도 인간이나 동물이 어떻게 스스로 학습하면서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