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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로봇 공학자' (54) KIST 이이수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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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3.27  22:3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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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로봇 공학자(Young Robot Engineer)' 코너는 한국로봇학회와 로봇신문이 공동으로 기획한 시리즈물로 미래 한국 로봇산업을 이끌어 갈 젊은 로봇 공학자를 발굴해 소개하는데 있다.

54번째 인터뷰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AI 로봇연구소 지능로봇연구단 이이수 박사다. 이 박사는 1985년생으로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에서 학사, 석사를 거쳐 서울대 대학원 동적로봇시스템연구실에서 공학, 지능 시스템 2017년 2월 박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2017년 3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 박사후 연구원, 2018년 10월부터 2020년 9월까지 이탈리아기술원(Istituto Italiano di Tecnologia)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거쳐 2020년 10월부터 현재까지 KIST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주요 관심 분야는 전신 제어(휴머노이드, 4족, 모바일 매니퓰레이터 등), 로봇 보행, 로봇 제어 및 계획 최적화, 로봇 동적기반 제어 분야다.

▲KIST AI연구소 지능로봇연구단 이이수 선임연구원

Q. KIST AI연구소 지능로봇연구단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고 계신데 최근 하고 계신 연구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2020년 10월 KIST에 선임연구원으로 들어와서 본격적인 연구를 한지 이제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현재 KIST에서 개발중인 휴머노이드 로봇의 제어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사람 생활 환경속에서 사람과 공존하며 사람에게 능동적으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로봇 제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사람의 생활 환경은 실험실 환경과 비교하여 복잡하고 불확실성을 지닌 요소가 매우 많기 때문에 휴머노이드 로봇 활용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극복해야 할 문제가 정말 많은데요. 그 중에서 제가 해결할 수 있는 제어와 관련된 이슈들을 하나씩 연구하고 있습니다. 로봇이 넘어지지 않고 안전하면서도 신속하게 움직이기 위한 이동 및 균형 제어 기술, 서비스 제공과 작업 수행을 위해 로봇 팔과 다리를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이기 위한 전신(whole-body) 메니플레이션(manipulation) 기술, 로봇의 관절 각도, 속도 등을 알아내기 위한 상태 추정(state estimation) 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생활격리시설에서 사람을 대신하여 물품을 이송하기 위한 모바일 매니플레이터 형태의 배송 로봇의 제어 기술 관련 연구도 하고 있으며,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합니다만 4족 로봇 관련 연구도 조금씩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다양한 로봇 플랫폼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이들은 다리나 바퀴로 이동이 가능한 다관절 로봇의 제어 기술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관절과 모빌리티를 가진 로봇이 제가 가장 전문성을 가진 분야이고 앞으로도 계속 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Q. 서울대에서 “Balancing and walking control of biped robots using contact wrench based on whole-body control framework(전신 제어 프레임워크 기반의 콘택트 렌치를 이용한 이족보행 로봇의 균형 및 보행 제어)”로 박사 학위를 받으셨는데 어떤 내용인지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제 박사 학위 논문에서는 두 개의 다리를 가진 이족보행(biped robot) 로봇의 균형제어 및 보행을 위한 전신제어 기술을 다룹니다. 전신제어 기술이라 하면, 팔 다리와 같이 여러개의 브렌치(branch)를 가진 로봇의 동작을 효과적이고 유기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로봇의 전체 바디(body)를 한번에 묶어서 푸는 방법입니다. 과거에는 각각의 팔과 다리에 대한 역기구학이나 역동역학을 따로 풀어서 제어했던것과는 차별화되는 보다 진보된 접근법입니다. 지금은 전신 제어 기술이 대중화되어 다양한 로봇에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만, 제가 제안했을때만 하더라도 전세계에서 일부 연구소에서만 개발사용하고 있었던 선진기술이었습니다.

▲박사 학위 논문에서 다루는 토크제어 이족로봇 Dyros RED를 이용한 균형 제어 실험 모습

학위 논문을 통해 제안한 방법은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가치가 있습니다. 한 가지는 로봇이 넘어지지 않기 위한 균형 유지 조건이 내포된 로봇의 전신 제어 기술을 제안했다는 점입니다. 로봇에 있어서 넘어지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는건 매우 중요합니다. 로봇이 넘어질 경우 파손될 뿐만 아니라 함께 있는 사람에게도 위해를 가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항상 균형을 잃지 않으며 보행을 하거나 로봇 전신을 이용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게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동역학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필요한 만큼의 지면 접촉렌치(contact wrench)를 계산하고 로봇의 발이 그 필요한 힘과 모멘트를 생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저는 이 균형 유지를 위한 지면접촉력 조건을 영공간투영행렬(nullspace projection matrix) 기반의 계층적 제어기(hierarchical controller) 형태로 제안하였습니다. 그래서 제안한 방법을 사용할 경우 로봇에게 주어진 작업(예를 들면 무게중심의 위치나 팔의 위치 등의 제어)이 항상 균형조건을 만족하는 범위내에서 수행되게 됩니다. 이를 통해 기존의 방식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한가지는 국내 최초로 토크제어 기반 전신제어기술을 실제 사람 크기의 이족 로봇에 적용하고 검증 실험까지 수행했다는 점입니다. 실험 사례는 국내 최초일뿐더러 국제적으로도 드문 사례였기 때문에 실험 구현 자체가 굉장히 도전적인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이 실험 결과 자체도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Q. 박사님의 주요 관심 분야가 전신 제어(휴머노이드, 4족, 모바일 매니퓰레이터 등), 로봇 보행, 로봇 제어 및 계획 최적화, 로봇 동적기반 제어 등으로 알고 있습니다. 로봇 제어 분야의 최신 동향이나 특이 사항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크게 두 가지 트랜드가 눈에 띄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전신 제어 기술과 경로 최적화(trajectory optimization) 두 가지를 하나로 묶어서 실시간 제어하기 위한 시도가 늘고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강화학습기반 제어 기술이 로봇 보행에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휴머노이드, 4족 로봇, 모바일 메니플레이터 등과 같은 부유형 기저(floating base)를 가진 로봇은 균형 유지 조건을 만족해야 하므로 활용 가능한 제어 솔루션이 제한됩니다. 예를 들면 휴머노이드 로봇이 팔을 이용해 작업을 하려면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 동작이 느려야 하거나 작은 동작만 가능할 수도 있는 것이죠. 이러한 이유로 적절한 전신 제어기와 경로가 함께 제공되지 않는다면 로봇이 쉽게 넘어져 제어에 실패할 수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로봇들이 다수의 관절을 가지는 만큼 관절 가동 범위나 관절 토크 출력 제약도 고려해야 하므로 더더욱 제한적인 동작만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제약들을 고려하기 위해서는 결국 로봇 전신의 기구학, 동역학 등을 고려해서 제어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그래서 로봇 말단부의 위치나 힘을 제어하기 위한 제어 솔루션(ex. 관절 토크)을 찾는 것이 전신 제어기가 하는 역할입니다. 이런 전신제어 기술은 최근 10여년간 급격히 발전하여 대부분의 다족 로봇에서 활용됩니다. 그런데 이 전신 제어 기술 주어진 순간에 대해서만 안정성을 보장하는 제어 솔루션을 계산합니다. 따라서, 시간의 흐름에 따른 동작 수렴성을 제공할 수 있는 경로 최적화 기술을 통해서 적합한 경로가 함께 제공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날에 요구되는 로봇들은 불확실성에 둘러 쌓여 있습니다. 로봇 주변에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사람과 물리적 상호작용을 하고, 정확한 상태를 모르는 지면을 밟고 보행을 해야 하는 등 모델링 된 정보와 실제 로봇의 상황이 다릅니다. 이런 것들의 영향으로, 아무리 좋은 제어기와 경로가 있더라도, 주어진 경로를 추종하는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 맞닥드릴 수 있습니다. 더욱이 보행을 하는 로봇의 경우 그런 상황이 더 잦습니다. 그래서 처음 생성한 경로를 추종하도록 제어하다 보면 높은 확률로 작업 수행에 실패합니다. 그래서 경로도 변화하는 로봇 상황에 맞게 최대한 자주 업데이트 되어야 합니다.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건 실시간으로 제어와 경로 최적화를 동시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실시간 MPC(model predictive control)를 수행하기 위한 노력들이 근래에 많이 있습니다. DDP(differential dynamic programming)나 iLQR(iterative linear quadratic regulator)과 같은 기법을 적용해서 실시간으로 모델 기반 경로 최적화와 피드백 제어까지 하는 방법이 주목받는 것 같습니다.

▲개발한 event-based finite state machine 기반 강인한 보행제어기의 간략화한 다이어그램과 실험 모습. 지면에 인지하지 못한 물체와 부딪혀도 보행 중인 로봇이 넘어지지 않음을 보였음

한편 휴머노이드 등의 보행 제어 및 구현은 매우 힘든 분야 중 하나입니다. 시뮬레이션에서는 잘 되나 실제 실험 구현은 정말 힘듭니다. 여러 원인이 있는데요. 우선 로봇 모델과 실제 로봇이 완전히 동일하지 않고, 로봇의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없으며, 지면 환경 등 로봇 주변 환경도 완전히 알 수 없습니다. 이런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다보니 로봇의 보행을 제어하는게 참 어렵습니다. 이론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보니 강화학습 기반의 보행 제어 기술을 적용해보려는 노력이 예전부터 꾸준히 있어 왔습니다. 한동안은 시뮬레이션으로만 잘되고 실제 로봇으로는 잘 되지 않아 한계인듯 했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Sim to Real이 잘 안되었죠. 그런데 최근들어서 4족 로봇에 있어서는 성공적인 결과들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2족 로봇에서도 가시적인 연구 결과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Q. 휴머노이드 로봇의 경우 균형잡기, 보행, 일어서기 등의 동작은 아직도 쉽지 않은 기술입니다. 우리나라가 휴머노이드 로봇의 경우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일본이나 미국 등과 비교하면 어떤 수준인지, 무엇이 부족한지, 언제쯤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속한 KIST에서도 과거 마루(Mahru)라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기도 했고, 2015년 한국의 휴보랩이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DRC)에서 우승했으며, 제가 박사과정으로 있던 서울대학교 동적로봇시스템연구실(Dyros Lab.)의 Team SNU도 DRC에서 좋은 성과를 냈었습니다. 최근에는 현대자동차에서 세계 최고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을 보유한 보스톤 다이내믹스를 인수하기도 했죠. 그 외에도 우리나라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연관된 학술적인 연구들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는 아니더라도 휴머노이드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들이 보유한 전반적인 기술력 수준은 비슷하다고 생각되나 이족보행 기술 수준에서 격차가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미국이 이족보행 기술에 큰 강점을 보이며 가장 앞서나가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런 기술력을 통해 보스톤 다이내믹스라던가 애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와 같은 회사가 경쟁력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들의 가장 큰 차별점은, 높은 수준의 보행 기술을 먼저 보유한 후 이를 바탕으로 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한다는 점입니다. 이들 로봇이 대중에게 알려진건 오래되지 않았지만, 이족보행을 위한 기술을 정말 오랫동안 심도있게 연구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어내고 앞서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족보행 기술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활용하는데 존재하는 매우 높은 허들입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보행을 할 수 있으면 기존 로봇이 할 수 없는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반면, 보행이 안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허들을 반드시 넘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이론뿐만 아니라 수많은 실험 경험과 노하우가 동반되어야 하여 실질적인 연구 난이도가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오랜기간 연구하고 실험하면서 기술력 축적을 하는게 매우 중요하죠. 단기간에 좋은 성과를 만들기 힘든 분야다보니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분들이 기피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족보행은 언젠가는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중요한 로봇기술입니다. 사람의 생활 영역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모빌리티 해결책이 바로 이족보행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점을 고려하여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 외의 차이점을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는 현재 대학교 연구실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일부 대학 교수님들의 노력으로 휴머노이드 관련 연구와 인력양성이 명맥을 이어 오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 일본, 유럽은 산학연의 균형이 잘 맞춰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꾸준한 연구와 개발, 인력양성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봅니다. 휴머노이드 강국으로써 더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산학연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저희 KIST에서도 다시 휴머노이드 로봇을 하기 위한 노력을 조금씩이나마 늘리고 있고, 현대자동차 등의 대기업에서도 관련된 연구 개발이 이뤄지는 만큼 서서히 자리 잡아가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까지는 최소 십 년 이상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이족 보행은 넘어질 가능성이 크다는게 너무나도 큰 리스크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가 아직 많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만약 이족보행 대신 바퀴로 이동하는 형태의 휴머노이드를 생각한다면, 시장 수요만 있다면 수년내에도 상용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합니다. 이미 페퍼(Pepper)라는 소프트뱅크사의 로봇이 있지만 단순한 안내와 간단한 상호작용만 가능한 수준이죠. 수년 내에 더 나아가 팔과 손을 더 적극적으로 사용해서 고차원의 서비스를 능동적으로 제공 가능할 수 있다고 봅니다. 관련하여 필요한 개별적 요소기술들은 어느정도 성숙했기 때문에 SI(system integration)만 잘 이뤄진다면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Q. 로봇을 연구하시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로봇 공학에 있어 중요한 부분은 실험적 검증 과정이 필수라는 것입니다. 내가 개발한 기술을 실제 로봇에 검증해 본다는 건 재미있으면서 보람찬 일입니다. 하지만 이 실험이 실질적 연구에는 어려움을 유발합니다.

우선 연구를 위한 로봇 하드웨어가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기성 제품은 연구용으로 사용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직접 만들거나 로봇을 개조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로봇이 갖춰지더라도, 이를 작동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인 시스템 개발이 이뤄저야 합니다. 그래서 실험 환경을 갖추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또 실험을 할 때 이론과 실제 로봇 시스템과의 차이로 인해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이런 차이점은 주로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제가 학생때는 처음 로봇을 다루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 같습니다. 시뮬레이션에서는 잘되는데 실험은 잘 안되어서 고통받고, 어떤게 문제점인지 짧은 지식으로 유추해보는 과정을 반복 실험을 하며 몸으로 배웠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스마트한 방법은 아니었습니다만, 그때 쌓은 경험적 지식이 소중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실험 자체가 시간도 많이 들고 몸이 참 힘든 일입니다. 개발한 방법을 실제 로봇에 프로그래밍하고, 작동하도록 구현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시간이 들기도 합니다. 또 100kg에 가까운 무거운 휴머노이드 로봇을 가지고 실험할 때는 매번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습니다. 단 한번의 실수로 사람이 다치거나 로봇이 고장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실험을 하다보면 예상 못한 돌발 상황도 참 많구요. 또 로봇이 모빌리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같이 이동하면서 실험해야 하죠. 이렇게 고생해서 실험을 했는데 내가 개발한 방법이 효과가 별로면 좌절감이 들기도 합니다. 또는 실험을 해야 하는데 로봇이 고장나서 몇 달간 사용하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 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로봇 연구자가 되기 위해서는 인내심도 함께 키워야 하나봅니다.

Q. 조선해양공학을 공부하셨는데 로봇을 연구하시게 된 동기가 있다면?

학사, 석사 과정을 조선해양공학과에서 마쳤습니다. 석사를 마칠 때 즈음하여 제가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게 무엇인지를 뒤늦게 생각해 봤습니다. 박사과정을 하면 평생 그 분야의 전문가로 살아야 된다는 생각이 드니, 진짜 내가 하고 싶은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든거죠.

미래가치, 취업 등 복잡한건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재미있어 보이고 제가 좋아하는걸 생각했습니다. 어릴때부터 로봇을 워낙 좋아하기도 했었고 재미있어 보여 로봇을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 후 로봇에 관해서 아는 것 하나 없이 무작정 로봇을 할 수 있는 박사과정 대학원 연구실을 찾았습니다. 운이 좋게도 제 박사학위 지도교수님이신 박재흥 교수님께서 부족한 저를 받아주셔서 로봇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2017년 2월 박사 학위 취득 후 2017년 3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2018년 10월부터 2020년 9월까지 이탈리아기술원(Istituto Italiano di Tecnologia)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계셨는데 당시 주로 어떤 연구를 하셨나요?

박사후 연구원으로 있는 동안도 휴머노이드 로봇의 제어 기술을 주로 연구했습니다. 박사과정부터 했던 연구의 연장선에 해당하는 연구를 했습니다.

서울대학교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있으면서는 이족로봇의 강인한 보행 제어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로봇이 보행하다가 인지하지 못한 장애물이나 외란에 방해 받을 때에도 넘어지지 않는 기술입니다.

▲EUROBENCH Project 컨소시움. 이탈리아 IIT에서 박사후 연구원 과정 중.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회의 이후 단체 사진

이탈리아의 IIT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최적화 기반 전신 제어 기술과 고장 허용 제어 기술을 연구했습니다. 이 기간동안 당시 최신 기술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QP(quadratic programming)와 HQP(heirarchical quadratic programming) 기반의 전신 제어 기술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었고, COMAN+라는 SEA(series elastic actuator)로 관절이 구성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여러 실험도 했습니다. 또 유로벤치(EuroBench) 프로젝트라는 EU 프로젝트에 참여해 휴머노이드 로봇의 성능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방법도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프로젝트 도중에 한국으로 돌아오기는 했으나 그동안 객관적인 성능 지표가 없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평가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본 것은 인상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이탈리아 IIT에서 활용한 휴머노이드 로봇 COMAN+

Q. 로봇 연구자로서 앞으로의 꿈과 목표가 있다면?

실제 세상에 활용될 수 있는 연구를 하는 연구자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논문만을 위한 연구, 보여주기식 연구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고 매번 다짐하고 있습니다. 실제 로봇에 효과적으로 사용 가능하고 세상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Q. 최근 로봇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이를 연구하려는 학생이 늘고 있습니다. 선배로서 후배에게 어떤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지 조언해 주신다면?

최근 로봇 분야 인기가 늘면서 우수한 실력을 가진 학생들이 많이 로봇계로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오픈소스로 공유되는 기술이 많은 상황속에서 학생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서 최신 기술에 대한 습득 속도도 매우 빠릅니다. 로봇은 최상위 수준의 어플리케이션인만큼 다양한 기술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창의적인 결과물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 로봇계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기술은 연구에 효과적으로 활용 가능한 도구일 뿐이라는걸 의식하길 바랍니다. 좋은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내 전공분야에 대한 튼튼한 이론적 배경이 있어야 됩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익히고 있다고 하여도 이론적 이해가 약하면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최신의 논문들에서 볼 수 있는 복잡하고 새로워 보이는 이론들도 알고 보면 학부 때 배우는 공학수학, 미적분학, 선형대수학, 물리 등의 지식만 있어도 이해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좋은 연구자가 되기 위해 기초 지식부터 차근차근 쌓아 나가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로봇 시스템 전체에 대한 넓은 이해도 필요합니다. 로봇은 다양한 기술이 융합된 시스템입니다. 설계, 제어, 인식, 지능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야 완성된 로봇이 됩니다. 따라서 전반적인 로봇 시스템을 잘 파악하지 못하면 내가 하는 연구가 왜 필요한지, 또 그 연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놓칠 수 있습니다. 항상 넓게 보기 위해 노력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KIST에서 개발한 로봇 팔 + 핸드의 제어 기술 연구 결과. 픽앤플레이스(pick and place) 실험 모습.

Q. 연구자로서 한국 로봇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 조언을 해 주신다면...

로봇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고 있는 와중에 학계는 여전히 정량적 논문 점수와 임팩트팩터 등을 따지고 있는 점이 항상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우수한 학계 인력들이 정량적 논문 성과를 강요받아 시간을 소모해야 하는 일을 줄일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연구에 주로 영향을 받은 교수님이나 연구자가 계시다면...

박사과정 지도교수님이신 서울대학교의 박재흥 교수님께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연구에 임하는 자세와 윤리적인 태도 등을 직간접적으로 배웠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보니 그 중에서도 목표한 문제를 풀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으시는 모습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실적을 위해 트랜드를 쫓기보다는 정말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최근 되새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IIT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하는 동안 함께 계셨던 (지금은 독일 DLR에 계신) 이진오 박사님과 함께 재미있는 연구를 하면서 연구하는 법을 많이 배웠습니다. 제가 독립적인 연구자로써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조규남 전문기자  ceo@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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