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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로보티카 시대와 로봇윤리이상헌 동국대 교양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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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6.09  12: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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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지구를 물려받을 것인가?"
이 물음은 인공지능 연구의 선구자인 마빈 민스키가 1994년에 제기한 것이다. 민스키의 예측처럼 언젠가 로봇이 인간의 자리를 대체할 날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날 다양한 종류의 로봇이 우리의 삶 속으로 파고들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가정은 물론이고 학교, 의료시설, 공연장 등에까지 로봇이 등장하며 로봇의 활동 영역이 확대되고 있으며, 해당 영역에서 로봇이 담당하는 기능도 증가하고 있다. 이런 추세를 입증하듯, ABI리서치는 2012년 16억 달러였던 세계 생활형 로봇(consumer robot) 시장의 규모가 2017년에는 65억 달러로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서비스 로봇과 산업용 로봇을 합한 시장이 2016년에 2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우리나라의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말에 '로봇 미래전략 2013~2022'를 발표하면서 국내 로봇시장의 규모를 2011년 2조원에서 2023년까지 25조원으로 확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천명하였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11년 현재 우리나라는 제조용 로봇 부분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밀도를 기록하고 있다. 로봇 밀도는 노동자 1만 명당 제조용 로봇 사용 대수를 표시한 것으로 우리나라는 347로 일본의 339와 독일의 261보다 앞서 있다. 이제 서비스 로봇 등으로 로봇 활용의 영역을 다양화하고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국내 로봇 산업의 중요한 방향이 될 듯하다.

ELSI라는 것이 있다. 인간 유전체 계획(HGP)을 시작할 때 미국 정부는 연구 예산의 5퍼센트를 ELSI에 할당하였다. ELSI는 인간 유전체 연구와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법률적, 사회적 함의(Ethical, Legal, Social Implication)를 연구하는 프로그램이다. 이후 ELSI 프로그램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 총회에서 제정한 “인간 유전체와 인권에 관한 보편 선언”의 정신을 잇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ELSI 프로그램은 HGP와 관련된 사회적, 윤리적 논의를 과학연구와 동시에, 혹은 과학연구에 선행하여 진행함으로써 발생 가능한 논란을 줄이고, 추후에 생길 수 있는 문제들에 사전에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으며, 연구 결과를 사회적으로 용인 가능한 방향으로 활용되도록 유도하여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었다고 평가된다.

미국은 나노기술연구에서도 HGP에서 ELSI를 기획했던 정신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과학과 기술이 더 이상 그들만의 영역에서 독자적 노력으로 성장할 수 없고, 사회와의 긴밀한 소통과 협상이 요구된다는 것을 인식한 것이다. 미국은 2003년 제정한 “21세기 나노기술 연구개발 법령”에서 국가나노기술계획(NNI)에 나노기술이 개발되는 동안에 나노기술과 관련하여 제기될 수 있는 윤리적, 법률적, 환경적,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고려를 포함시킬 것을 명시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2001년부터 과학기술부에서 지원한 인간유전체 기능연구 사업의 일환으로 공식적으로 ELSI 연구가 시작되었다. 나노기술과 관련해서는 나노 소재의 독성 연구를 중심으로 나노기술 영향평가를 진행하였다. 하지만 과학과 기술의 사회적 영향과 윤리적, 법률적 문제들에 대한 고려는 인간유전체연구나 나노기술에만 국한될 문제는 아닌 듯하다.

어찌 보면, 합성생물학은 나노기술보다 훨씬 더 위험할 수 있으며, 정보통신기술은 인간유전체 연구보다 더 광범위하고 심각하게 인간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물론 로봇공학도 예외일 수 없다. 로봇은 합성생물학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고 정보통신기술보다 더 급격하게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

로봇은 이제 산업 현장에서 전문가들의 관리 하에서 활용되는 도구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 곁으로 다가와 있다. 시장의 성장 전망이 큰 로봇 분야가 가사 도우미, 헬스케어, 의료, 교육 등인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로봇 연구자와 로봇 산업계는 로봇에 대해 인간과의 ‘공존’이라는 말을 사용할 정도로 로봇이 확산되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더욱이 로봇에게 더 높은 수준의 지능과 더 많은 자유가 제공된 자율형 로봇의 활용이 증대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로봇에 대한 윤리적, 사회적, 법률적 고려를 로봇산업의 진흥과 더불어 동시에 진행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이상해 보인다.

로봇공학의 ELSI 혹은 로봇윤리(roboethics)는 이제 로봇산업이나 로봇연구에서 필수 구성요소로 인식되어야 할 때이다. 더욱이 최근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군용 로봇, 특히 전쟁용 로봇은 인류 전체의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심각하게 논의되지 않으면 안 된다.“2022년 세계 최고의 로봇활용 국가”나 “1인 1로봇의 팍스 로보티카(Pax Robotica) 시대”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로봇윤리라는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로봇윤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키우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이 요구된다. 이상헌 동국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

이상헌  shrhhe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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