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봇이 사람에게 옷을 입혀주고 있다.(사진=MIT CSAIL)

MIT 컴퓨터과학ㆍ인공지능연구소(CSAIL)는 로봇이 사람의 안전에 위협을 주지 않으면서 빨리 옷을 입혀줄 수 있는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12일(현지 시각) 밝혔다.

이 알고리즘을 활용하면 로봇이 장애인이나 이동성이 제한된 사람들에게 충격 또는 상처를 주지않고 옷을 입혀줄 수 있다.

이번 연구 논문의 주요저자인 쉔리(Shen Li) 박사과정 학생은 "(옷을 입히는) 동작의 효율성에 불필요한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동시에 사람에게 물리적 피해를 주지않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도전 과제“라면서 "우리는 로봇이 사람에게 해를 주지 않는 수준의 충격을 허용함으로써 안전성을 보장하면서 사람에게 옷을 입힐 수 있는 효율적인 로봇 궤적을 찾았다"고 말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인간과 로봇간 상호작용시 로봇의 동작계획을 성공적으로 수립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인간 모델링이 요구된다. 인간 모델링이 완벽하다면 로봇은 인간과 상호작용을 능숙하게 수행할 수 있지만, 많은 경우 결함 없는 청사진이란 없다.

일반적으로 로봇이 사람에게 옷을 입히는 동작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로봇은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데 요구되는 매우 협소한 ‘디폴트’ 모델을 갖고 있다. 하지만 디폴트 모델을 활용하면 사람의 개별적인 성격이나 습관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발생하는 인간 반응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한다. 가령 소리를 지르는 갓난아기는 허약한 노약자나 손놀림이 능숙하지 못한 장애인과는 다르게 반응한다.

만약 로봇이 옷을 입히는 동작을 수행하면서 디폴트 모델만을 가정해 로봇의 궤적을 수립한다면 로봇은 사람과 부딪혀 불편을 주거나 심한 경우 부상을 입힐 수 있다. 하지만, 로봇이 사람의 안전을 지나치게 보장해 보수적인 접근을 취한다면 로봇은 근처의 모든 공간이 안전하지 않다고 인식해 제자리에서 동작을 멈출 수도 있다. 이를 로봇을 ‘얼어붙게 만드는 문제('freezing robot' problem)’라고 부른다.

MIT 연구팀은 이같은 전제하에 인간 모델의 불확실성을 염두에 두고 새로운 알고리즘을 설계했다. 로봇이 단 하나의 잠재적 반응만을 이해하는 디폴트 모델 대신, 인간이 다른 인간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를 더 잘 모방하기 위해 가능한 많은 모델을 로봇에게 이해시켰다. 이 경우 로봇 알고리즘은 보다 많은 데이터를 수집함에 따라 불확실성을 줄이고 모델을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다.

연구팀은 로봇이 얼어붙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봇의 동작계획수립자(motion planners)를 위한 ‘안전성’을 충돌 회피 또는 안전한 충격(safe impact)이란 측면에서 재정의했다. 여기서 '안전한 충격'이란 로봇이 사람과 부딪히더라도 사람에게 낮은 수준의 타격을 준다는 의미다.

일상 생활에서 사람들이 로봇의 도움을 받는 과정에서 로봇과의 충돌을 완전히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인식하에 연구팀은 로봇에게 사람과 유해하지 않은 접촉(낮은 충격)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안전에 대한 이같은 두 갈래의 정의를 통해 로봇은 보다 짧은 시간안에 안전하게 옷을 입히는 동작을 완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이 옷을 입히는 로봇의 동작에 어떻게 반응할 수 있는지에 대한 두 가지 가능한 모델을 가정할 수 있다. ‘모델 1’은 사람이 옷을 입는 동안 위로 움직인다는 것이고, ‘모델 2’는 사람이 옷을 입는 동안 아래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알고리즘은 로봇이 동작계획 수립시 단일의 모델을 선택하는 대신 2개의 모델을 활용해 사람이 위로 움직이든 아래로 움직이든 안전한 이동 궤적을 찾도록 도와준다는 설명이다.

잭코리 에릭슨(Zackory Erickson) 카네기멜론대 교수는 "이러한 다면적인 접근 방식은 인간 의식 안전성의 제약, 인간의 동작 예측, 안전한 인간-로봇 상용작용을 위한 피드백 제어를 결합한 것"이라며 "이번 연구는 로봇이 장애인들에게 보다 안전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로봇 지원 시나리오에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로봇이 옷을 입히는 동작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육체적인 느낌뿐 아니라 주관적인 차원의 느낌까지 파악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 해군연구소의 자금 지원으로 이뤄졌으며 12일(현지 시각)부터 16일까지 열리는 ‘2021 RSS(2021 Robotics: Science and Systems)’ 컨퍼런스에서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