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의 감정을 대신할 수 있는 웨어러블로봇이 일본에서 개발됐다. 사진은 상대방을 응시하는 표정을 안경패널에 표현한 예

사람의 감정 노동을 대체할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이 개발됐다.

일본 쓰쿠바대학 시스템정보계 연구실이 사람의 감정노동을 대체하는 웨어러블 로봇 ‘에이전시 글래스’(AgencyGlass)의 시험 제작에 성공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4일 보도했다.

감정노동은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고객들에게 이른바 ‘영업용 미소’를 지어야 하는 서비스산업 종사자들의 노동을 의미한다. 에이전시 글래스 개발을 주도한 오오사와 히로타카 조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시제품은 호텔리어, 간호사, 백화점 점원, 교사 등에게 권할 만하다"고 말했다.

대화상대에 맞게 자동으로 감정표현
지금까지 육체 노동과 두뇌 노동 일부는 로봇과 컴퓨터로 대체할 수 있었지만, 감정 노동을 대체하는 수단은 없었다. 에이전시글래스는 감정노동을 대체하는 감정 사이보그(Emotional Cyborg) 연구의 한 방법으로서 눈으로 표현하는 사람의 감정을 대체할 수 있는 도구로 개발됐다.

에이전시글래스는 안경 렌즈 대신 2개의 유기 EL 패널을 부착해서 착용자의 눈동자 표정을 상황에 맞게 표현해서 비추어 주는 방식이다. 눈동자 표정을 표현하기 위해 가속도 센서와 자이로 센서를 내장했다. 이들 센서는 착용자의 움직임을 감지하여 그 움직임에 맞는 눈의 움직임과 시선을 만들어 내 패널에 비추어 준다.

또 안경 외부 카메라와 연계하여 착용자 주변 사람들의 얼굴 움직임이나 표정, 시선을 감지하고 그에 맞는 감정을 표현해준다. 따라서 상대방에 따라 의무적으로 표현해주어야 하는 의도적인 표정이나 동작을 대신해줘 불특정 다수의 행동에 신경 쓰지 않도록 해준다.

방범에도 적용 가능
에이전시글래스를 착용할 때는 우선 ‘작업 태스크’ 또는 ‘감시 태스크’ 처럼 미리 설정된 모드 중 하나를 설정한다. 이후 에이전시글래스는 착용자의 머리 움직임과 외부 카메라에 비친 상대방의 움직임을 자동으로 포착, 모드에 맞는 최적의 표정을 패널에 표현해준다.

예를 들어, 대화상대가 시선을 옆으로 돌리면 착용자도 그 방향으로 눈을 돌리는 것처럼 눈동자 움직임이나 시선을 처리해준다. 대화 도중 졸려서 눈을 껌벅거려야 할 때는 깨어있는 것처럼 시선을 처리할 수 있다.

▲ 착용자의 시선을 왼쪽으로 돌렸을 때(사진 왼쪽)와 깊게 생각하고 있을 때의 표정(오른쪽)

그러나 에이전시글래스는 유기 EL 패널과 안경테 사이 틈을 이용해 앞을 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오오사와 교수는 그러나 "대화시에 다소 불편하지만, 걷거나 물건을 줍고 책을 읽는데는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외부에서 착용자의 실제 눈 움직임을 추적 할 수 없도록 안경테를 넓은 컬러아크릴판을 사용한 것도 특징이다.

에이전시글래스는 감정노동자들의 감정표현 외에 방범의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오오사와 교수는 밝혔다. 예컨대 에이전시글래스를 착용하고 잠을 잘 경우, 주위 사람들에게는 깨어있는 것처럼 보여 절도 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