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봇이 형태를 변형하면서 자가 추진력을 얻는 모습(사진=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 캠퍼스)

미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 캠퍼스(University of Massachusetts Amherst) 과학자들이 모터, 배터리 등 동력 장치 없이 자가 추진력(self-propulsion)을 갖춘 로봇(또는 물질)을 개발했다고 ‘더로봇리포트’가 지난 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연구팀은 미군의 자금 지원을 받아 이 기술을 개발했으며, 향후 스스로 에너지를 얻어 움직일 수 있는 군사용 로봇의 개발에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에 개발한 로봇은 주변 환경으로부터 발생하는 에너지의 흐름에 의존해 모터 등 동력 장치 없이도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메뚜기 등 자연계에 존재하는 작은 곤충이나 고무로 만들어진 어린이 장난감은 ‘스냅 불안전성(snap instability)’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 특성이 순간적이고 충동적인 동작을 만들어낸다. 가령 메뚜기와 같은 작은 동물들은 근육이 아니라 몸 안에 있는 스프링이나 걸쇠와 같은 구조를 이용해 팔짝 뛸 수 있다. 파리지옥과 같은 식충식물도 ‘스냅 불안정성’을 이용해 순간적으로 곤충을 잡아먹는다.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 캠퍼스 알 크로스비(Al Crosby) 교수는 “많은 식물과 소형 동물들은 순간적인 동작을 만들어내는 스프링이나 걸쇠 같은 특별한 부분을 갖고 있다”며 “이들은 근육으로만 움직이는 동물보다 더 빠르게 움직인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주변 환경의 에너지 흐름에 의존해 스스로 순간적으로 동작하거나 움직임을 재조정할 수 있는 물질을 만드는 방법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젤(gel) 조각이 건조되는 일상적인 실험 과정을 관찰하면서 젤의 물리적인 특성을 발견했다. 탄력성을 갖춘 젤 조각은 내부의 액체가 증발하는 과정에서 자가 추진력을 갖는다. 대부분 움직임은 느리게 이뤄지지만 매우 빠른 동작을 만들어낸다.

젤 조각의 액체 증발이 진행될수록 스냅 불안전성이 높아지면서 충동적인 동작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때 물체의 형태가 중요하며, 동작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물체 스스로가 움직임을 재조정(reset)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건조하는 겔 조각들의 원리를 학습한 후 서로 다른 형태의 조각들을 만들어 실험을 진행해 반복적으로 움직이고, 기대한대로 반응하는 최적의 형태를 도출했다. 연구팀은 변형을 가한 조각들을 이용해 작은 조각의 로봇들이 계단을 오르는 동작도 시연했다.

크로스비 교수는 증발과 같은 현상을 이용해 강력한 동작을 유도하는 물질을 만들어냈다며 이 원리를 이용해 모터, 배터리 등 동력원을 갖기 어려운 소형 로봇을 설계하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미군 산하 육군연구소 랄프 앤써니엔 박사는 “이번 연구는 다학제적인 연구의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향후 미군이나 국방부를 위한 액추에이션 및 동력 시스템 분야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