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강이나 호수의 물속에는 수중 포식자인 잠자리 애벌레가 산다. 잠자리 애벌레는 물속에서 가만히 있다가 작은 물고기들이 사정권에 들어오면 턱밑에 있는 덮개 부분(labial mask)을 스프링처럼 길게 뻗어 먹이를 낚아챈다. 순식간에 먹이 포획 활동이 이뤄지기 때문에 작은 물고기는 속수무책으로 잠자리 애벌레의 먹잇감이 되고만다.
잠자리 애벌레의 이같은 먹이 포획 활동은 오랫동안 과학자들의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도대체 어떤 원리로 잠자리 애벌레는 재빠르게 턱에서 덮개 부분을 분리시켜 먹이를 낚아채는 지 규명하고자했다. 많은 과학자들은 턱밑 덮개 부분이 스프링처럼 재빠르게 분리되는 것을 '수압'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독일 과학자들이 잠자리 애벌레의 먹이 포획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이를 로봇에 적용하는 성과를 거뒀다. 독일 키일대학교(Kiel University,CAU) 연구진은 잠자리 애벌레의 포획 활동이 머리와 턱 부분에 있는 이중 구조로 이뤄진 추진장치(catapult system)에 있다는 점을 규명하고 이를 응용해 보다 민첩한 로봇 제작에 활용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성과를 로봇 전문 저널인 ‘사이언스 로보틱스’ 최근호에 발표했다.
▲ 잠자리 애벌레가 물고기를 포획하는 모습(사진=테크익스플로어)
연구팀은 잠자리 애벌레가 먹이 포획 활동 중에 보여주는 놀라운 민첩성은 온전하게 근육계의 힘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근육과 별도로 추가적인 에너지 저장시스템을 갖고 있다. 이 에너지 저장시스템을 이용해 덮개 부분의 놀라운 추진력을 획득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잠자리 애벌레의 턱부분에는 스프링 구조로 이뤄진 2개의 추진장치가 들어있다. 각각의 추진장치는 근육으로 이뤄진 잠금장치와 격발장치를 갖고 있다. 2개의 추진장치는 독립적으로 작용하지만 하나의 시스템처럼 움직이면서 빠른 추진력을 얻는다.
▲ 키일대 연구진은 잠자리 애벌레의 머리와 턱부분을 스캔해 시각화했다.(자료=사이언스 로보틱스)
▲ 잠자리 애벌레의 구조. 먹이를 보면 턱부분에 있는 덮개 부분이 스프링처럼 추진력을 얻는다.(자료=브리태니카 백과사전 )
연구팀에 따르면 메뚜기, 매미, 갓새우 등도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는데 잠자리 애벌레가 특이한 점은 2개의 추진장치가 정확하게 동기화돼 먹이를 포획한다는 점이다. 연구팀의 알렉산더 퀜센은 “2개의 추진장치가 턱밑의 덮개 부분을 놀라운 정확도로 제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연구팀이 2개의 추진 장치를 내장한 로봇을 3D 프린터로 제작했다(자료=사이언스 로보틱스)
연구팀은 잠자리 애벌레의 머리 부분과 턱부분을 3D 스캔한 후 2개의 추진장치의 동작 원리를 규명하고, 3D프린터를 이용해 2개의 추진 장치를 만들어 로봇에 활용했다. 연구팀은 잠자리 애벌레의 2중 추진장치를 로봇에 적용한 결과 점핑 등 운동 능력에서 훨씬 민첩한 로봇을 제작하는게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