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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복 한국로봇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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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3.27  19:4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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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싸게 만드는 것은 경제성 보다는 기술의 영역"

"국제화와 내실화로 한국로봇학회 새로운 10년 역사 쓸 것"
"자체 하중 줄여줄 중력보상장치, 세계 로봇 발전에 기여할 것"
"앞으로 상당 기간은 산업현장 자동화와 로봇화가 화두 돼야..."

송재복 한국로봇학회 회장(55 고려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은 국내 최고의 산업자동화와 로봇화 권위자이다. 지난 1월부터 제10대 한국로봇학회 회장을 맡으면서는 국내외를 누비며 그동안 '숨겨왔던' 리더십을 오롯이 발휘하고 있다. 직접 만나보니,차분하고 조용한 인상과 달리 그는 교수로서 전공에 대한 확신과, 또한 학계 리더로서 분명한 비전을 갖고 있었다. 봄 햇볕이 따스하던 3월의 어느날 오후에 고려대 공과대학에 있는 그의 연구실을 찾았다.

한국로봇학회 회장에 취임한지 3개월이 지났습니다. 그 동안 무슨 일을 했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계획입니까?
지난해 학회가 창립 10주년을 맞았고 올해는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첫해입니다. 그래서 제가 취임하면서 내건 캐치프레이즈가 국제화와 내실화입니다. 국제화와 관련해서는 지난 1월 임기 시작하자마자 말레이지아에 가서 거기 로봇단체(MyRAIG)와 교류 협력을 위한 MOU를 맺었어요. 거기는 학회가 따로 없고 산업협회와 통합형태이더군요. 얼마 전에는 인도로봇학회(RSI)와 MOU를 체결했습니다. 앞으로 태국,베트남,인도네시아의 학회들과도 만날 계획입니다. 또 매년 11월 열리는 '유비쿼터스 지능로봇 국제학술대회'(URAI 2014)를 올해는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해요. 아직 결정은 안 했지만 내년 행사는 중국에서 열어볼까 합니다. 우리 연구자들의 국제 교류기회를 넓히기 위해서죠. 기업들도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요. 국제화는 그 대상을 점차 전세계로 확대해 가야겠죠

학회의 내실화는 어떤 의미입니까?
내실화는 의례적으로 나오는 이야기이긴 해요. 학회가 규모가 작아요. 물론 10년 전에 비하면 많이 성장했지만 아직 정비해야 할 내규가 많지요. 그 동안 부족했던 것 가운데 하나가 포상제도입니다. 열심히 연구하는 회원들에 대한 보상은 중요한 일인데 별로 신경을 쓰지 못했어요. 포상제도를 정비해서 많은 분들이 상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꾸준하게 회원을 늘리는 일도 중요하지요. 회원수가 현재 1800여명인데 연내에 2000명을 넘기고 싶습니다. 일본로봇학회가 4500명 정도 돼요. 역사나 산업계 규모로 보면 저희가 일본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기는 어렵긴 해요. 하지만 아직도 국내에서 학회에 가입 안 하신 분들이 꽤 많아요. 그런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또 저희가 그분들의 도움도 받고 싶습니다.

학생 회원들에 대한 관심도 높더군요. 활성화 방안이 있습니까?
학생회원들 굉장히 중요하죠. 학회의 미래니까요. 그런데 모든 학회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이 있어요. 가입 했다가 졸업해서 취직하면 유야무야한 존재가 되는게 학생회원들이에요. 사실 회사 다니면서 학회 활동하는 게 쉽진 않죠. 그런데 학생회원들이 나중에 정회원 되고, 또 한국 로봇계를 이끌어갈 재목이 되는 거잖아요. 그렇다고 회비 깎아 주면서 관리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요. 그보다는 학회에 오면 무엇인가 얻어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보통 학술대회에 가면 학생들이 주로 논문을 발표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열기가 좀 떨어져요. 논문 6편 발표하는데 듣는 사람이 6명인 때도 있어요. 이건 아니다 싶어 지난해 제가 학술대회 조직위원장 하면서 방식을 바꾸었어요. 모든 구두발표는 교수(학교)와 박사급 연구원(연구소) 등으로 제한을 두었어요. 물론 기업에 계신 분은 예외고요. 발표자들에게는 경험담이나 소속기관 소개처럼, 학생들에게 도움 될만한 말씀을 많이 해달라고 당부를 했어요. 빈자리가 꽉 차고 반응이 좋았어요. 학생들에게는 교수가 어떻게 발표하는지도 보고 배울 수 있잖아요.
▲ IROS 2016의 성공적 개최를 다짐하는 업무협약식. 왼쪽부터 송재복 회장, 서일홍 IROS 2016 조직위원장, 염홍철 대전시장, 권동수 IROS 2016 프로그램 위원장.

'IROS 2016 대전' 행사에서는 한국 로봇계를 대표할만한 초청강연자를 내세운다고 들었습니다.
보통 대규모 학술대회에서는 세분 정도의 유명인사를 초청하여 강연을 듣는 플리너리 토크(Plenary Talk)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 동안 이런 분들은 모두 외국에서 모셔왔어요. '국제지능형로봇&시스템 컨퍼런스'(IROS)는 '국제 로봇&자동화 컨퍼런스'(ICRA)와 함께 세계 로봇 학술대회를 양분하는 큰 행사입니다. 이런 행사를 저희 학회가 2016년 대전에 유치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우리나라 수준도 많이 올라갔으니 초청강연자 세 분 가운데 한 분 정도는 국내에서 모시자는 얘기가 나왔어요. 산업통상자원부에 지원을 요청 했더니 반응이 왔어요. 발표할 내용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라면 정부 과제 차원에서 발굴 작업을 해보라는 겁니다. 알다시피 정부 과제는 보통 상업화나 상품화를 전제로 하잖아요. 과제 결과물을 IROS에 발표하는 것은 좋지만 처음부터 IROS 발표를 위해 시드 머니를 줄 수는 없다는 거죠. 물론 시드머니가 많지는 않아요. 보통 정부 과제가 연간 20억~30억 원 수준이잖아요. 그런데 학교나 학회에서 하는 과제를 그렇게 까지 지원할 수는 없으니까 연간 5억원 정도로 제안해보래요.

어쨌던 정부 지원을 이끌어냈군요. 과제는 선정했나요?
지난해 여름에 공모를 했는데 12개 후보 과제가 접수가 됐어요. 회원 아닌 분들도 참가했고 부회장이었던 저도 냈죠. 8월까지 내부 심사를 통해서 3개 과제를 추렸어요. 저희는 3개 과제를 함께 수행해서 그 가운데 하나를 플리너리 토크를 통해 발표한다는 구상이었지요. 그런데 당시 로봇PD가 3개 과제 지원은 어렵다고 해서 한 개 과제로 좁혔어요. 그 최종 제안자가 저에요. 그렇다고 꼭 제가 IROS 2016 초청연사가 된다는 보장은 없어요. 일단 그런 취지로 초청 강연자 발굴 작업이 시작됐다는데 의미가 있어요. 2016년 까지는 앞으로 시간이 좀 있잖아요. 그 동안 국내에서 얻어진 다른 연구성과들도 나올 테니 그때 다시 경합을 해서 정말 내세울 만 하다는 과제를 최종 선정해야겠죠.

어떤 과제를 제안했습니까?
산업용 로봇이라는 게 굉장히 크고 무겁잖아요. 그런데 로봇이 실제로 움직이는데 필요한 가변 중량은 굉장히 적어요. 학생들에게는 보통 그 중량이 20% 미만이라고 가르치죠. 그러니까 모터에서 나오는 동력 80%는 자기 중력을 유지하는데 소비해요. 로봇이 실제 동작하는데 필요한 토크(torque)는 별로 안돼요. 그래서 아이디어를 낸 게 자기 중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동력을 모터가 아닌, 기계식으로 보상 해주자는 겁니다. 간단한 스프링 기구를 이용하는 장치인데, 이미 국내외에 여러 건 특허를 출원했어요. 얼마 전 미국에도 들어갔고요. 이 장치를 이용하면 로봇이 자기하중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토크가 필요 없게 돼요. 동작에 필요한 20%만 필요한 상황이 되는 거죠. 그렇게 되면 모터와 감속기 등의 용량이 아주 작아질 테니 로봇 전체 가격이 크게 낮아지겠지요. 저는 처음엔 그 부분만 생각했는데 에너지 절감에도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예를 들어 1000와트 전력이 필요한 로봇인데 100와트만 필요하게 되니 전기료를 많이 아낄 수 있잖아요. 장기적으로 효과가 매우 크다고 했더니 다들 기대를 많이 하더라고요.

발상의 전환을 아이디어로 구체화한 것이군요.
과거 정보통신부 시절에 추진했던 홈 로봇 사업이 실패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뭔지 아세요? 로봇이 결국은 움직이는 PC역할 밖에 못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니 더더욱 로봇의 역할은 줄어들 수 밖에 없어요. 로봇이 제 역할을 하고 시장이 커지려면 팔이 달려 있어야 돼요. 로봇 팔이 있으면 IT만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일들을 할 수 있어요. 심부름도 해주고 필요하면 등도 두들겨 주고…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가격이 비싸집니다. 산업용 로봇은 제일 싼게 2000만원 이상, 3000만원씩 해요. 그런 기능을 300만 원짜리 이동로봇에 달수는 없잖아요. 제가 운영하는 고려대 지능로봇연구실에서도 지난 10년 동안 값싼 로봇팔을 개발하려고 갖은 노력을 했는데 모두 실패 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어요. 산업용 로봇 가격에서 90%를 차지하는 게 서버모터나 감속기, 제어기 같은 부품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그런 부품을 만들 수는 없잖아요. 진짜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부품을 싸게 만드는 방법을 찾거나,아니면 그런 부품 의존도를 현격하게 낮추거나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부품을 싸게 만드는 방법은 사실상 불가능하잖아요.

▲ 2008 유비쿼터스 지능로봇국제학술대회(URAI)에서 포스터세션을 참가한 송재복 회장


스프링을 이용한 중력보상장치는 처음인가요?

물론 그런 장치는 많이 나와 있긴 해요. 그런데 저희가 개발한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예전의 것들은 모두 자유도가 하나뿐입니다. 그래서 간단한 장치 밖에 구성할 수 없는데, 저희 것은 로봇 팔이 시리얼로, 패러럴로 몇 개가 붙어도 작동할 수 있죠. 기계식이라는 것은 센서나 액추에이터를 사용하지 않고 말 그대로 기계식으로 자동화한다는 거잖아요. 그런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저희 밖에는 없어요. 그러니까 저희 특허의 핵심은 중력보상 그 자체보다도 중력보상을 여러 자유도에 대해 구현할 수 있다는 데에 있어요. 이미 많은 기업들이 저희 기술과 특허에 관심을 갖고 함께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중력보상장치에 대한 연구는 로봇산업 발전과 혁신에 나름대로 기여할 수 있는 부문이 아주 많다고 확신해요.

과거 기사들을 검색해봤더니 로봇의 안전에 대해 연구결과를 많이 내놓았던데요.
지금은 조금 주춤해졌지만, 7~8년 전만 해도 로봇팔의 안전문제가 세계적으로 굉장한 이슈였었어요. 그렇다고 지금 로봇의 안전문제가 필요 없게 된 것은 아닙니다. 세계적으로 몇몇 연구팀의 기술 진전이 이루어진 거죠. 저희도 그 분야 연구경험이 10년쯤 되는데 개발한 기술이 몇 가지가 있어요. 로봇과 사람이 충돌할 때 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치가 스프링입니다. 스프링을 이용해 만든 간단한 기구를 로봇과 감속기 사이에 삽입하면 충격을 크게 완화할 수 있어요. 서비스 로봇에 적용하면 아주 좋은 아이템이 될텐데, 아직 상용화가 안됐어요. 이건 순수하게 기계식이고요. 센서로 충돌을 감지하면 자동차 에어백처럼 모터제어를 통해 충격을 최소화 해주는 능동식 기술도 개발했어요. 여기에 비전기술이나 비접촉 초음파센서를 적용하면 충돌 직전에 로봇이 사람을 피해가는 경로를 생성할 수도 있죠. 이 연구는 현재 충돌전, 충돌 직후, 충돌후 이렇게 3단계 전략으로 개발을 진행중하고 있는데, 조만간 현대기아자동차 조립라인에 적용될 예정입니다. 10년 동안 연구해서 처음으로 상용화에 이른 거죠.

요즘의 주된 관심사는 어느 분야입니까?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로봇팔의 설계와 개발입니다. 로봇팔은 앞서 말씀 드린 대로이고요. 또 하나는 자율주행과 같은 내비게이션입니다. 이 분야에서는 과거 21c프론티어 과제로만 10년 동안 25억원을 지원 받았을 만큼 개발 경험도 많아요. 그 가운데 하나가 소형 카메라로 천장을 보면서 로봇이 자신의 위치를 인식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이미 유진로봇에 이전돼 '아이클레보 스마트'라는 유럽수출용 청소로봇에 채택됐죠.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한화테크엠에 자동화 기술 이전을 마쳤습니다. 이 기술은 뭐냐하면요. 지금까지 공장의 반송로봇들은 골프장 카트처럼 마그네틱 라인만 따라가게 돼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효율성도 떨어지고 레이아웃을 바꾸려면 굉장히 번거로웠어요. 이런 불편과 번거로움을 없앴을 수 있는 게 자율주행차, 즉 무인자동차 기술이죠. 그런데 또 무게가 1톤이나 되는 반송로봇이 동작 중에 사람하고 충돌하면 안되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개발한 로봇 안전 기술이 거기에 또 들어갔어요. 지난 10년 동안 정부 지원을 받아서 개발한 기술이 이렇게 하나씩 성공적으로 산업현장에 접목이 되고 있는 거죠. 사실 자랑 같지만 저희 연구실은 모든 기술을 기업체 이전을 전제로 해서만 개발해왔어요.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요.

요즘 ‘논문을 위한 R&D, R&D를 위한 R&D’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학계나 연구계의R&D 관행을 개선해보자는 목소리일텐데요.
산업 정책을 다루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예산이 산업진흥과 고용창출을 위해 쓰여져야 한다는 데에는 누구나 공감합니다. 그런데 이상과 현실은 차이가 많아요. 역설적이지만 대학과 교수 평가에 논문 편수 계량화만큼 쉬운 방법이 있나요? 5000만원당 논문 한편이 나와야 된다는 이상한 논리도 있어요. 대학평가는 논문 편수로 하면서 상품화를 강조하는 것은 불합리해요. 대학 내부에도 문제가 있긴 해요. 교수 승진할 때 제일 중요한 게 SCI 논문 편수입니다. 학생들도 SCI논문이 없으면 10년 지나도 박사과정 졸업 못해요. 또 논문 쓰기 쉬운 분야가 있고 굉장히 어려운 분야가 있거든요. 시스템 전체가 함께 변하지 않으면 아무리 산학협력 외쳐도 소용없다는 얘기입니다. 산학협력에 많은 가산점을 준다고 하잖아요. 결국은 논문만으로 평가하던 것을 논문 플러스 산학협력으로 바뀔 뿐이에요. 산업협력을 강조하려면 논문 비중이 줄고 산학협력 비중은 커져야 맞아요. 논문도 중요하고 산학협력도 중요해지면 교수들은 전지전능해져야만 하는 상황으로 갈수밖에 없어요.
▲ 말레이지아 로봇단체 MyRAIG 회장과의 MOU 체결

산학협력간 균형 문제를 학회 차원에서 대응하는 방안은 없을까요.
개인 회원들이 중심인 학회 성격상 힘들어요.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하는 배경에는 언론매체들도 한몫을 합니다. 특히 모 신문사가 매년 하는 대학과 대학교수 평가는 문제를 더 꼬이게 하는 일등공신입니다. 그 신문사는 대학별 논문 수 경쟁을 부추기며 매년 등수 발표하잖아요. 대학 당국으로서는 거기에 신경을 안 쓸 수 없거든요. 공과대학은 다른 척도로 평가한다고 해도 종국에 가서는 논문 편수에요. 대학 내부에서 공과대학은 그저 여러 단과대학 가운데 하나일 뿐이잖아요. 다행히 최근 들어 정부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어요. 유관부처 차관급들이 무슨 위원회를 만들어 공과대학을 이런 식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산학협력을 중시하자는 의견을 낸 적이 있더라고요. 두고 봐야죠.

로봇계에 구글의 역할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그 여파 때문인지 요즘엔 기계공학적인 접근보다는 빅데이터와 같은 IT적 접근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앞으로 로봇계의 추세가 될까요?
그럴 가능성은 있겠지요. 로봇의 종류가 워낙 다양하고 쓰임새도 굉장히 많으니까요. 그렇게 보면 강력한 IT 역량을 갖고 있는 구글의 로봇 분야 진출로 빅데이터와 같은 요소들이 많이 강화되겠죠. 하지만 저는 생각이 좀 달라요. 로봇은 전통적으로 뭔가 움직이는 게 전제가 돼야 하잖아요. 물론 이런게 기계공학적인 발상일지는 모르겠어요. 저는 앞으로도 상당기간은 산업현장에서 자동화나 로봇화가 큰 화두가 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산업현장에 로봇화와 자동화가 상당히 진전된 것 같은데 사실은 대기업조차도 아주 미흡합니다. 최근 들어 삼성, LG, 현대차 같은 기업들이 저를 찾아와 자문을 구하고 있습니다. 해외 공장들까지 임금이 자꾸 올라서 자동화 필요성을 절감한다는 거죠. 그런데 그 기업들이 로봇 살 돈이 없어서 자동화를 안하겠습니까? 거기에는 자동화에 대한 마인드 부족도 있겠지만 아직 기술이 못 따라간다는 측면이 커요. 로봇을 대량으로 구입하는 것하고 자동화가 잘 될 것인지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로봇을 싸게 만들어 공급하는 것의 성패는 경제성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의 영역이거든요. 로봇을 싸게 공급해서 사람을 대체하거나 사람을 도울 수 있다면 그걸 마다 할 기업은 없어요.

산업용 로봇 기술의 진보가 정체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지금 산업용 로봇 얘기하면 이상하게 쳐다봐요. 정부 R&D 과제를 기획할 때도 "몇 십 년 전에 끝난 걸 또…" 하는 식의 분위기가 없지 않아요. 산업용 로봇 자체는 그럴지 몰라요. 그렇지만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고 봐요. 로봇의 역사가 53년 째거든요. 그런데 매니퓰레이터만 해도 53년 전에 나온 형태와 기술이 지금도 거의 똑같이 사용돼요. 그걸 보면서 왜 혁신이 일어나지 않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현재 산업용 로봇 시장은 세계적으로 몇 개의 기업들이 주도하는 과점 체제잖아요. 이런 상황에서는 3000만 원짜리 로봇을 1000만원에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해도 소용이 없어요. 그렇게 되면 당장 자기네들 매출이 3분의 1로 줄어 들거든요. 기업들 입장에서는 굳이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서 가격을 떨어뜨릴 이유가 없는 겁니다. 저는 앞으로 산업용 로봇기술의 발전이 담보되려면 엄청난 혁신이 이루어져야만 한다고 봅니다.

정부의 중장기 로봇정책에는 1가구 1로봇시대가 등장합니다. 이건 서비스 로봇시장 활성화를 의미하잖아요. 로봇계 분위기도 그렇게 흘러가고 있고요.
1가구 1로봇 시대가 되면 로봇산업이 굉장히 커지겠지요. 거기까지 가는 과정에는 또 많은 기회가 주어질 거고요. 하지만 사실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로봇의 기술적 차이는 별로 없어요. 산업용 로봇에서 개발된 기술들이 바로 서비스용 로봇으로 갈 수 있거든요. 문제는 현실적으로 서비스용이라고 하는 로봇들을 보면 실제로는 컴퓨터에 붙어있는 마우스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한다는 겁니다. 비전기술 같은 연관기술들이 미흡한 점이 많기 때문이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로봇시장을 산업용과 서비스용으로 딱 분류해놓고 이건 해도 되고 저건 할 필요 없고 하는 식의 얘기가 나와요. 넌센스지요. 또 사람들이 자꾸 서비스 로봇 시장이 안 열린다고 한탄하는데 그것도 문제에요. 산업현장에는 약간의 관심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게 굉장히 많거든요. 어느 정도 기술만 있어도 잡을 수 있는 틈새 시장도 아주 많고요. 정부도 그렇고 연구자들도 그렇게 언론에 자꾸 팬시하게 보이는 기술만 하려는 건 문제에요. 정책하는 공무원들도 나름대로 애로사항이 있겠지만요.
▲ 후미오 하라시마 메카트로닉스상을 수상한 뒤 하라시마 박사와 함께(2005년 6월)

서울대 79학번인데 현역으로 로봇계에서 활동하는 동기생들은 누가 있나요?
순수하게 로봇계에서만 보자면 김진호 교수(광운대)와 이순걸 교수(경희대) 정도 외에는 없어요. 그러다 보니 76학번 선배들과 어울리는 기회가 많아요. 원래 그 학번 대의 선배들이 숫적으로 좀 많은 편이지요. 김문상 박사(KIST), 신경철 사장(유진로봇), 권동수 교수(KAIST), 오상록 박사(KIST)가 그런 분들입니다. 그러다가 좀 뜸해져 내려오다가 80년대 중반 학번들이 좀 있고요.

로봇계에 입문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습니까?
저희가 학교를 다니던 60~70년만 해도 로봇이란 게 만화영화 외에는 별로 개념이 없었잖아요. 어렸을 때부터 저는 전자계통에 관심이 많았어요.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 이미 광석라디오를 만들고 그걸 보며 좋아했던 기억이 있어요. 초등학교 때는 라디오 조립대회 같은 행사에도 나갔어요. 얼마나 빨리 납땜을 하고, 얼마나 빨리 조립하는지를 겨루는 대회였어요. 대회 참가를 앞두고 몇 달간 연습도 했어요. 당시 혜화동 국립과학관에 라디오 조립방법을 가르쳐 주는 교실이 있었는데 지도교사는 2명인데 학생은 저 혼자밖에 없었어요. 서울대 공과대학에 입학해서도 처음엔 전자과를 원했는데 2학년때 친한 친구들이 모두 기계공학과를 지망하다 보니 저도 그렇게 됐어요. 그렇다고 당시 로봇전공을 염두에 두었던 것은 절대 아니에요. 막상 기계공학과에 가보니 이게 아니다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전과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고요. 그래서 메카트로닉스를 공부하게 됐죠. 기계와 전자가 섞여 있는 게 그 분야잖아요. 지금 기계공학부 교수로 21년째지만 학부에서는 주로 전자공학과 메카트로닉스 이런 것 가르쳐요. 로봇이 메카트로닉스의 산물이니까.

국비유학생으로 MIT 대학원에 진학하게 됐는데.
서울대 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MIT와 스탠포드대, UC버클리 모두 입학허가를 받았어요. MIT 선택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어요. 당시 최고의 학교였으니까요. MIT에서 전공은 메카트로닉스의 연장선인 제어였습니다. 연구 분야는 용접 작업의 자동화였습니다. 용접에서 주로 사용하는 기술은 로봇이라기 보다는 제어에 가까워요. 그러니까 제어 응용이죠. 학위논문도 로봇과는 상관없어요. 용접 작업에서 비전시스템과 온도센서를 이용해서 어떻게 하면 가장 용접이 잘 되는지를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귀국해서 바로 고려대에 부임했습니다.
제가 귀국한 1993년만 해도 제어 전공을 채용하는 학교가 고려대학교 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그렇지만 대학들 가운데 순수하게 로봇 전공자를 뽑는 곳이 그리 많지 않아요. 고려대도 지금까지 로봇 전공자를 교수로 채용해 본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현재 로봇을 가르치는 교수들도 메카트로닉스 전공으로 뽑았어요. 서울대에서도 대부분 로봇 전공자보다는 주로 제어 전공자를 뽑는다고 해요.
▲ 지능로봇연구실에서 송재복교수와 연구원들

대학원생들의 전공 지도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저희 지능로봇연구실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크게 매니퓰레이터와 자율주행 분야로 연구분야가 나뉘어 져요. 매니퓰레이터는 거의 기계공학적인 백그라운드인데 반해 (물론 제어분야는 아닐 수도 있지만요) 주로 알고리듬을 개발하는 자율주행은 기계공학보다는 컴퓨터사이언스에 가까워요. 저희 연구실의 학생 구성에는 특징이 하나 있어요. 고려대 기계공학과에는 모두 29분의 교수님들이 계시는데 대부분 기계공학과 학생들로만 연구실을 구성해요. 그런데 저희 지능로봇연구실은 3분의 1은 전자공학, 컴퓨터 공학, 제어계측공학과 같은 비기계공학과 출신 학생들이죠. 저는 학생들이 들어오면 매니퓰레이터와 자율주행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에 대해서는 절대 관여하지 않아요. 대학원생 지도에 대한 저의 철칙이죠. 분야의 차이가 굉장히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다음 단계에서는 적극적으로 관여하죠. 예를 들어 매니퓰레이터를 하겠다고 하면 현재 과제 진행 정도라든가 여러 상황을 봐서 이런 분야 하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를 하죠. 사실은 뭐 지시에 가깝기는 하죠.

주말 여가시간은.
요즘은 골프 즐겨요. 유학시절 대충 배웠던 골프를 제대로 즐기고 있어요. 오랜 구력에 비해 잘 치는 것은 아닌데, 나이가 들다 보니 격한 테니스를 할 수 없게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골프를 즐기게 됐어요. 골프 안 할 때는 등산을 갑니다. 독서는 사실 시간이 없어서 못하고 있는데 최근에 조정래의 소설 ‘정글만리’를 아주 재미있게 읽었어요.

좌우명이 있습니까?
평범한 얘기일수 있겠지만, 열심히 하면 기회가 온다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늘 마음에 새기고 있어요.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예기치 않는 기회가 오잖아요. 그런데 주위에서 보면 그런 기회가 왔을 때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가 놓치는 경우를 많이 봐왔어요. 물론 그런 기회를 기다린다고 해서 잡히는 것은 아니지만요. 평소에 열심히 하면 그런 기회가 온다는 게 보다 정확한 표현이겠죠. 늘 열심히 하는 것이 기회에 대비하는 자세가 아닌가 해요.

학계 리더로서 산업계와 정부에 기대하는 게 있다면.
기업들은 대개 대학졸업생을 받으면 당장 쓸 수 없어 재교육시켜야 한다고 해요. 그래서 어떤 교육이 필요하냐고 물어보면 기업에서는 또 그건 학교에서 알아서 해달라고 하는 겁니다. 로봇만해도 분야가 얼마나 많습니까. 그걸 다 충족할 수 있는 교육은 불가능하지요. 학교 교육은 기본에 충실하고 경험을 쌓게 해주면, 필요한 것들은 회사가 가르치는게 바람직하다고봐요. 그런데 이런 것들은 궁극적으로 소통의 문제일 수가 있어요. 기업관계자들과 교수들이 만나 그런 맥락들을 얘기할 수 있는 게 바로 학술대회에요. 그분들에게 많은 기회를 드리고 싶어요. 기업들도 어차피 홍보 하고 채용도 해야 하잖아요. 새로운 연구주제를 찾아야 하는 교수들도 좋을 기회일테고요. 한편으로는 교수들로만 학술대회 하려고 하니 재정적으로 어려워요. 기업들이 조금씩만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습니다.
정부 쪽에서는 학회의 다양한 브레인 풀을 활용해주면 좋겠습니다. 어느 기관에서 회의할
때는 누가 뭘 하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잘 모르거든요. 맨날 참석하는 사람들만 참석하니까요. 가령 새로운 정책을 만들거나 사업을 추진할 때 필요한 전문가를 찾는데 학회 데이터베이스만한 게 없잖아요. 최근에 좋은 활용 사례가 하나 나올 것 같아요. 학회에서 올해 역점사업으로 국제화를 내세웠는데 때마침 한국로봇산업진흥원도 국제화 사업을 강화한다고 해서 회의를 진행 중입니다. 진흥원은 예산은 세워 뒀지만 무슨 사업을 해야 할 지 막막하고 학회는 계획은 많은데 예산이 없는 경우잖아요. 멋진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사례들이 많아지는게 바로 가장 좋은 상생의 방법이잖아요. 서현진 기자

[송재복 회장 주요 약력]
1960년 대구 출생
1983년 서울대 기계공학과 졸업
1985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기계설계학과 석사
1992년 미국 매사츄세츠공과대학(MIT) 대학원 기계공학 박사
1993년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1997)
1997년 미국 워싱턴대 전자공학과 교환교수(2000)
2002년 고려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현)
2005년 후미오 하라시마 메카트로닉스상 수상
2010년 국제제어자동화시스템 컨퍼런스(ICCAS) 조직위원장
2011년 국제제어자동화시스템저널(IJCAS) 편집장(현)
2014년 한국로봇학회 회장(현)

서현진 기자  suh@irobot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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