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기다리면 실패, 시장에 필요한 로봇 만들어야"

2003년 IT 839정책에 맞춰 연구소 조직 개편…로봇개발 기반 구축
차세대 먹거리는 바이오, 차차세대 먹거리는 나노기술…차근차근 준비
'사심 없는 정치'의 박정희와 '안되면 되게 하라'의 정주영, 롤 모델

박용후 이디 사장(65)은 늘 젊게 산다. 끊임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는 자세가 그 비결이란다. 그의 좌우명은 "안되면 되게 하라"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디의 사업 아이템들은 줄잡아 150여종이나 된다. 최근에는 로봇과 바이오, 나노기술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박용후 사장을 성남 공단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디(ED) 이전에 다양한 사회경험을 갖고 있더군요.
1970년 노동부 중앙직업훈련원에서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정부가 직업훈련에 집중하던 때였지요. 예전에 우리가 한참 굶주릴 때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 부흥을 위해 수출 드라이브정책을 쓰셨는데 그 첫 번째로 도입한 정책이 기술인력 양성입니다. 미국, 일본, 독일, 벨지움에서 차관과 원조를 받아 전국 곳곳에 직업훈련원을 만들고 젊은 청소년들을 교육시켜 기업체로 내 보냈죠. 그들이 산업현장에서 물건을 만들면서 수출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건데, 이들이 경제부흥의 산파 역할을 했죠. 그 가운데 하나가 정수직업훈련원과 한백(한∙벨지움)창원직업훈련원입니다. 정수직업훈련원은 설립자가 육영수여사이고 한백창원직업훈련원은 박근혜대통령인데, 저는 그 두 곳의 설립 멤버였습니다. 나중에 이들 훈련원이 기능대학으로 확대되고 다시 폴리텍대학으로 이름이 바뀌었지요.

20여년 동안 직업훈련을 담당하다 ED에 입사했습니다.
직업교육을 오래 경험하다 보니 교육 기자재에 관심이 많았어요. 당시는 또 장비나 기자재가 부족하고 성능도 좋지 않았던 때가 아닙니까? 게다가 거의 대부분 비싼 수입품이었습니다. 특히 전기 전자 분야가 심했지요. 직업훈련원 시설과 장비를 구매하면서 그걸 절실하게 경험했습니다. 물론 당시 기술 수준이 미약했지요. 교육 기자재를 국산화 하면 상당히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그때부터 했어요. 그래서 만든 게 파워서플라이입니다. 물론 당시에도 산업용 파워서플라이는 많이 있었어요. 저는 용량이 작은 교육용에 특화 했어요. 교육용 시장은 아주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전직은 잘한 결정이었다고 보나요?
글쎄요. 지금 대표이사에 올랐으니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저는 나름대로 기업 경영에 대한 꿈과 신념을 갖고 매진해왔어요. 직업훈련원 시절에 외국 파견근무 다니면서 우리나라에도 최소한 이런 정도의 국산 교육용 기자재나 계측기가 있어야 하지 않나, 그래서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브랜드파워를 가진 기업 하나쯤은 있어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는 거죠. 지금도 그런 목표는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 2013년 로봇인의 밤 행사에서 신성장동력산업발전 유공자 산업포장을 박은 박용후 사장(가운데)

이디의 사업 아이템이 굉장히 많아요. 한때는 공중전화기도 만들었더군요?
교육기자재 분야 외국 기업들은 보통 한 아이템에 특화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어요. 교육기자재라는 것은 관련 교육시설이나 환경에서 어떤 기준을 만족시켜줘야 되거든요. 예를 들어 어떤 대학에서 전자공학과를 만든다면 그 과에 필요한 장비의 종류가 아주 많잖아요. 그것을 다 만족시켜줘야 학과가 하나 신설이 되는 건데, 이디가 공급하는 장비 종류들은 그렇게 와이드하고 브로드하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현재 저희 회사 아이템은 150여종쯤 돼요. 전자 전기 통신 분야만 하더라도 아날로그시스템 장비에서 디지털시스템 장비와 유비쿼터스 장비, 요즘에는 로보틱스 종류가 많아졌죠. 이렇게 한 분야에서 전체를 커버할 수 있는 곳은 아마 세계적으로 이디 밖에 없을 겁니다.

로봇 사업에 진출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이디가 창업 28년째이지만 지금까지 대기업으로부터 어떠한 하청도 받지 않았습니다. 말이 그렇지 그게 쉬운 건 아니잖아요. 그게 좋은 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많아요. 그래서 저는 나름대로 독자적인 경영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요. 한마디로, 우리가 살 수 있는 방법은 우리가 꾸준히 노력해서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겁니다. 현재도 늘 새로운 것을 창출해 내려고 합니다. 로봇사업을 시작한 것도 그런 차원입니다. 근래 들어 기술의 변화가 상당히 빠르지 않습니까? 예컨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전환은 아주 오래 걸렸어요. 그런데 디지털 다음단계부터는 엄청 빨라요. 순식간에 스마트 모바일까지 온 거잖아요. 그런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 저희도 연구소를 통해 아이템을 변화시켜왔습니다.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습니다. 2003년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신성장 동력으로 IT 839를 추진할 때입니다. 저는 그 발표 내용을 보고 회사 연구 조직을 거기에 맞춰 개편했습니다. 그 동안 저희 장비는 기초적이고 일반적인 것들이었는데, IT 839를 계기로 임베디드나 유비쿼터스, 신재생 에너지 연구체제로 전환한 거지요. 그때 로봇 연구 체제도 갖췄습니다. IT 839에 로봇이 나오잖아요. 임베디드 실험장치, RF시그널 제너레이터와 스펙트럼 애널라이저, 지능형서비스로봇 등을 그때부터 만든 겁니다. 나중에 진대제 장관이 퇴임하고 저희 회사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 얘기를 드리니 그분이 놀래더군요.

2007년에 참여한 ‘국민로봇’사업은 큰 전환점을 가져왔지요?
사실 그전부터 교육 기자재 차원에서 다관절 로봇이나 교육용 로봇 같은 것을 해왔어요. 그래서 로봇에 대한 개념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연구소 조직 개편하고 2006년에는 견마로봇플랫폼도 내놓았고요. 그 해 11월에 제1회 대한민국 u로봇대상에서 상을 받기도 했어요.

▲ 지능형 로봇 '아로'에 외국인 바이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걸 계기로 2007년 KT 같은 기업들과 컨소시엄 구성해서 정부가 추진하는 제2기 국민로봇 사업을 따냈어요. 국민PC처럼 집집마다 보급할 보급형 지능형로봇을 개발하자는 프로젝트입니다. 사업이 지속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그 프로젝트를 실패했다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시 정부가 주도적으로 투자하지 않았으면 우리나라 로봇산업이 지금 미국,일본에 이어 세계 3위에 오르지 못했을 겁니다. 민간에 내맡겼으면 아직도 초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을 겁니다. 저희만 해도 그 프로젝트를 계기로 지능형 교육용 로봇 '유로보'와 서비스 로봇 ‘아로’를 만들었습니다. '아로'는 롯데시네마에 들어간 발권 로봇 '시로미'의 전신이죠.

'시로미'의 만족도는 어떻습니까?
사실 현재 로봇기술은 일반인이 기대하는 기능하고는 다릅니다. 차이가 좀 있지요. 우리는 어려서부터 태권브이나 마징가제트를 보고 살아온 세대여서 로봇 하면 사람처럼 말하고 비행기처럼 날아다니는 만능으로 생각하는데, 사실 지금 로봇의 기술 수준은 거기에 미치지 못해요. ‘시로미’도 현재는 영화표 발권 기능을 주로 해요. 수도권 롯데시네마 11곳에만 들어가 있고요. 아직 기술적으로 보완할 점이 몇 가지 있어요. 이것들을 점진적으로 보완해서 전국적으로 보급할 겁니다. 롯데시네마만 100곳 가까이 되잖아요. 또 발권이 필요한 장소에는 적극적으로 공급하려고 합니다 키오스크 역할을 하게 하는 거죠.

로봇사업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차별화된 전략이 있을까요?
물론 지금 시장에서 로봇이 잘 안 팔려요. 시장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인데, 저도 처음엔 그것 때문에 고민 많이 했었습니다. 얼마 전부터 생각을 바꾸었어요. 내가 만든 로봇을 누군가가 사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니 안되죠. 내 기술을 시장에 접목시켜 시장이 필요로 하는 로봇을 만들어야 팔리잖아요. 시장 조사를 바탕으로 시장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드는 게 중요해요.

▲ 로봇시네마의 설치된 발권로봇 '시로미'

'시로미'만 해도 그래요. 그 동안은 로봇으로 영화표를 산다는 게 번거롭고 귀찮았잖아요. 그런데 이제 그렇게 가거든요. 인건비도 비싸지고 업무형태도 바뀌었잖아요. '시로미'를 롯데시네마에 공급한 것은 순전히 저희의 기획 아이디어입니다. 롯데시네마 대표를 직접 만나 "세계적인 극장으로 앞서가야 하지 않겠습니까"라며 설득해서 공급이 이루어진 겁니다. 그런데 만약 롯데시네마가 먼저 저희에게 와서 "이런 로봇을 만들어 주시오" 할 때까지 기다렸으면 아마 지금도 ‘시로미’는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을 겁니다. 저희는 앞으로 신제품 기획은 이런 식으로 갑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로봇기술을 접목해야 할 분야가 엄청 많아요. 조만간 또 다른 신제품이 나올 겁니다. 기대해도 좋습니다.

2011년 발표한 '셀디스'라는 바이오 기기는 이제까지 사업 분야와는 전혀 다릅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이디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로운 제품을 창출해내는 기업입니다. 기술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서 항상 차세대 먹거리를 생각해야 하는 게 기업의 숙명입니다. 바이오 의료기기 분야를 생각하게 된 것은 그런 차원입니다. 바이오 의료기기를 만든다는 것은 결국 자동제어나 로봇기술이 들어가야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저희 회사 강점이 제어와 로봇기술이 많이 축적돼 있다는 겁니다. 바이오는 시대의 대세이고요. 자연스럽게 바이오 의료기기 개발로 이어졌지요. 그래서 '셀디스'를 개발한 겁니다. 셀디스는 인체에 있는 지방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내는 장비입니다. 피부미용이나 관절 치료에 필요한 기기인데, 로봇이라기 보다는 로봇기술을 응용한 의료기기이죠. 기술 혁신은 멀리서 찾는 게 아니죠.

오래된 기업일수록 혁신과 거리가 멀다는 선입견이 있습니다.
교만한 얘기로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제가 이디에서 가장 혁신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원들한테도 늘 혁신과 변화와 창조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어느 곳, 어느 위치에 있더라도 1등의 경쟁력을 가지라고 강조하지요. 1등의 경쟁력이 혁신을 이끌어내는 틀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직원들에 나누어주었습니다. 그 일도 혁신과 관계가 있을까요?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구성원 전체가 하나가 돼야 합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대표이사가 깃발 들고 앞장서서 “나를 따르라” 하면 다 따라오고 했지만 지금은 그것보다는 창의가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개인의 아이디어가 중요하거든요. 그런걸 결속시키려면 동기부여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제가 갖고 있던 BW를 회사에 넘긴 겁니다. 회사를 혁신 분위기로 이끌고 재정적으로도 건전하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그렇게 해서 신 사업인 나노기술 분야에 투자도 이끌어냈습니다. 나노기술은 저희에겐 차차세대 성장동력이거든요. 고젠바이오라는 기업을 그렇게 해서 인수했습니다. 지금 마그네틱 비드라는 나노기술 기반의 아이템을 개발 중입니다. 각종 시약이나 단백질 같은 효소 검사에 필요한 첨단소재입니다.

▲ 2009년 9월 회사를 방문한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과 함께(앞줄 네번째부터)

지난해 주가가 크게 오른적이 있었습니다. 혹시 그 이유를 분석해본 적이 있나요?
글쎄요. 저는 솔직히 말해서 1997년 상장 이후 주가에 대해 신경을 써본 적이 없습니다. 외부에서 전문 투자자들이 회사를 평가해서 주식을 팔고 사고 하잖아요. 저도 그때 주가가 왜 올랐는지 알 수가 없어요. 다만 저희가 의욕적으로 시작한 바이오와 나노 분야에 대한 투자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다가 다시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는데, 사실 지난해 말 회사 창립이래에 가장 그 가슴 아픈 일이 있었어요. 회사가 어떤 경쟁력을 확보하고 내실을 기하기 위해 구조조정이란 걸 했습니다. 불필요한 사업은 분사하고 일부 생산 부문은 아웃 소싱 체제로 돌렸어요. 그러다 보니까 직원들이 본의 아니게 그만두는 일이 벌어졌죠. 아마 그런 게 시장에 불안한 요소로 반영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디가 이곳 성남공단에 터를 잡은 지는 얼마나 됐나요?
1999년에 이곳 2공단으로 왔으니 15년 됐네요. 오기 전에는 서울 방배동에 본사가 있었는데 좀 불편했었어요. 사무실과 영업조직은 서울에 있고 연구소는 대덕단지에 있는 식이었지요. 서울에서는 또 시설 등록을 3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고요. 그런 것을 해소하고 모든 조직과 시설을 한 곳으로 모아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 건물을 매입하게 된 겁니다. 지금은 상당히 편합니다. 이 건물 안에 마케팅, R&D, 생산, 경영지원, 해외 사업 등 모든 조직과 시설이 다 있습니다. 조만간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을 통해 새로운 30년을 대비하고자 합니다.

최근에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더군요.
아날로그 시대에는 열심히 개발한 상품을 만들고 팔아서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면 회사가 운영이 됐어요. 그런데 IMF외환위기 이후 기업에도 금융공학 개념이 도입됐습니다. 제조와 판매만 신경쓰던 기업들이 금융공학을 접목시키지 않으니까 기업 존재가 상당히 어려워져요. 저 같은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가 금융과 재무를 모르는 게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 상황이 된 겁니다. 또 다른 위기였어요. 이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그래서 시작한 게 MBA 공부였어요. 늘 새로운 일을 찾아 나서는 게 성격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MBA를 마치니 오히려 제가 부족하다는 게 더 많이 보여요. 여기서 그치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곧바로 박사학위를 시작했습니다. 때늦게 시작한 거여서 많이 힘들었지만, 그래야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참고 버텼죠.

원래 엔지니어 체질이었나요?
저희 세대가 실업계나 이공계를 많이 선택했던 것은 빨리 기술 배워 취직하기 위해서였잖아요. 먹고 사는 게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다 보니 적성도 맞았어요. 운이 좋았던 거죠.

▲ 한국로봇산업협회 현판식에서 부회장단과 함께. 왼쪽부터 전유태 상근 부회장, 신경철 유진로봇사장, 박용후 사장, 김정호 로보스타 사장, 김영수 현대로템 전무(2013년 12월)

인생에 롤 모델이 있습니까?
두 분이 있습니다. 한 분은 정주영 회장입니다. 그분의 모토가 ‘안 되면 되게 하라’는 도전정신인데, 저의 좌우명도 ‘안되면 되게 하라’입니다. 또 한 분은 남들이 어떻게 평가하든, 우리나라를 근대화한 박정희 대통령입니다. 그분은 사심 없이 정치하고 국가를 이끌었습니다. 직업훈련원 시절 그분이 육영수 여사 손에 이끌려 가끔씩 보광동 정수직업훈련원을 찾았어요. 그때마다 받았던 느낌이 있습니다. 왜 사람을 보면 풍기는 맛이 있잖아요. 상당히 근엄하지만, 정직하고 정말 열심히 일하는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그때부터 그분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요.

나이에 비해 젊어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항상 젊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나름대로 터득한 비결이라면, 열심히 일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면 끊임없이 파고들어야 하죠. 공부도 해야 하고요. ‘안되면 되게 하라’는 모토도 그런 거고요. 사실 이디가 로봇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기존의 로봇 업체들이 모두 웃었을 겁니다. 교육용 기자재 하는 곳이 무슨 로봇을 하냐고요. 그래서 후발 주자로서 서러움도 많이 겪었어요. 그런데 지금 보면 꾸준히 해온 결과가 남부럽지 않게 나오고 있잖아요.

사무실에 종교 상징물들이 많습니다.
27살 때 결혼과 함께 믿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집사람이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사실은 교회 나간다는 조건으로 결혼했지요. 하하하! 믿음 생활을 안 했기 때문에 결혼을 못할 뻔한 일도 있습니다. 특히 장모님의 반대가 심했어요. 그런데 저의 “안되면 되게 하라”라는 DNA가 그때도 왕성했었나 봅니다. 결국 믿음생활을 시작했고 집사람과 결혼했지요. 사실 이런 이야기는 좀 조심스럽긴 한데, 개인의 삶과 가정 생활, 사회생활, 기업활동 등 모든 생활의 진리는 성경 말씀에서 온다고 봐요. 성경 안에 삶의 지혜가 다 있고, 경영에 대한 노하우도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부족한 저는 항상 성경에서 많은 지혜와 방법을 찾아내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마태복음 5장 3절부터 10절까지는 특히 제가 늘 그 의미를 새기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일까요?
거기에는 심령이 가난한자, 애통하는 자,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 온유한 자, 긍휼히 여기는 자, 마음이 정결한 자, 화평케 하는 자 등이 나옵니다. 우선 심령이 가난한 자는, 마음을 비우라는 의미지요. 마음을 비우면 복이 들어옵니다. 애통하는 자는, 마음을 애통하고 간절하게 하면 위로를 받아요. 위로는 회복이고, 회복됐을 때 위로가 되는 거고요. 온유한 자는, 참을 인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얘기가 있듯, 온유한 자에게는 땅이 내 꺼가 된다고 그러잖아요.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불의에 따르지 않고 옳은 일과 의에 같이하면 배부르고 부자가 될 거란 얘기죠. 긍휼히 여기는 자는, 다른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면 남이 나를 불쌍히 여기게 된다는 거고요. 마음이 청결한 자는, 내가 깨끗한 마음을 가지면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화평케 하는 자는, 다툼이 아닌, 평화를 추구하게 되면 하나님의 아들이 되는 권세를 갖게 되고요.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는 자는, 내가 정의를 위해 박해를 받으면 천국 즉 하늘을 얻게 된다는 거죠. 이게 얼마나 기가 막힌 말씀입니까! 이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는데 워낙 제가 부족해서 그런지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앞으로 이디를 어떻게 이끌어 갈 계획입니까?.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이끌고 싶습니다. 이디의 경영 이념이 ‘자연과 인간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기업’ ‘오늘보다 내일이 기대되는 기업’입니다. 또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자’는 게 경영방침이고요. 무엇보다도 직원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일을 통해서 행복을 느끼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직원들은 회사에서 보통 하루 10~12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그렇다면 최고경영자는 여기에서 삶의 즐거움을 찾도록 해줘야 되거든요. 보람도 찾아줘야 하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매출 확대와 이익 실현에도 관심을 가지려고 합니다. 이디라는 회사 명칭도 원래는 ‘Educational Development’ 인데 그 의미를 ‘Exiting & Dynamic’으로 바꿨어요. 잘 통하지 않나요? ▒ 서현진 기자

[박용후 사장 주요 약력]
1950년 평택 출생
서울산업대학교 기계공학과 졸업
경원대 경영대학원 MBA
경원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박사
1970년 노동부 중앙직업훈련원 근무
1973년 정수직업훈련원 근무
1976년 한백창원직업훈련원 근무
1991년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 근무
1991년 이디 영업이사
2000년 이디 대표이사
2008년 한국로봇산업협회 부회장(현)
성남상공회의소 부회장
2013년 신성장동력산업발전 유공 산업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