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IST 인간로봇상호작용 핵심연구센터에서 권동수 교수(왼쪽 세번째)가 연구원들과 함께 수술로봇에 적용시키기 위한 햅틱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통신기기와 로봇 등에 일부 적용돼온 햅틱(Haptic) 기술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인터페이스의 대세는 멀티모달, 궁극의 목표는 생각 읽기'라는 보고서를 통해 햅틱기술이 버튼을 누르면 진동하는 단순한 기능에서 벗어나 스크린을 통해 사물의 질감까지 표현할 수 있는 단계로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미국에서도 정부와 대학 기업들이 나서 관련기술 연구와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햅틱기술이 컴퓨터와 로봇 등에 적용되면서 점차 최첨단기기의 유저 인터페이스(UI)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경우 자체 예산으로 전투기 조종 연습을 위한 시뮬레이터와 장치를 개발했고 아이오와대에서도 차량에 햅틱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장치를 개발 중이다.

관련기술을 상용화한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주요기업들로는 핸드폰 진동 및 관련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이머전, 데스크톱 햅틱 장비 '팬텀'과 가상현실 모델링 및 햅틱 렌더링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센세이블, 병렬형 햅틱 장비와 게임용 햅틱 장비 '팰컨'을 공급하는 노빈트테크놀로지 등이 있다. 수술로봇 '다빈치'를 공급하는 인튜이티브 서지컬도 햅틱기술을 수술로봇에 적용,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 햅틱기술을 로봇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는 연구실 차원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시장 수요가 거의 없는데다 정부의 지원도 아직은 미미한 상황이다.

우선 햅틱 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은 미래창조과학부가 매년 100억원씩 ‘현실과 가상 통합을 위한 인체감응 솔루션 사업’에 투입하는 것이 거의 전부다. 로봇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관련 예산이 아예 잡혀있지도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대학과 연구소를 중심으로 관련 기술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만족할만한 결과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재 햅틱 관련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곳은 KAIST 인간로봇상호작용핵심연구센터,KIST 실감교류로보틱스센터, 포스텍 국부투사영상과 햅틱기반 수술용 로봇기술 연구센터 등이다.

KAIST 인간로봇상호작용핵심연구센터를 이끌고 있는 권동수 교수(기계공학부)는 "햅틱 기술이 머지 않아 로봇과 첨단기기의 유저인페이스로 각광받게 되는 것이 확실해진만큼 정부가 과제 선정 등을 통해 연구를 독려하고 관련산업을 진흥해나가는 정책적 배려가 아쉽다"고 말했다.

시뮬레이터에서 수술로봇까지 활용 범위 다양
기존 UI 기술은 인간과 로봇 및 컴퓨터가 정보를 주고받는 데 시청각 정보를 주로 이용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가상현실과 원격 제어 기술의 발전으로 기계 장치가 접촉하는 부분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기술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예컨대 로봇 수술시 의사가 실제로 피부 조직 등을 만지는 것과 같은 정보가 요구되고 있다.

햅틱스(Haptics)는 인간이 느끼는 촉각(tactile)과 운동감각(kinesthetic) 과정을 연구하고 원격 힘·촉각 전달 장치를 설계하는 분야이다. 기계 장치와 인간의 상호 작용을 위해 고안된 일종의 상호작용(HRI) 기술이다. 햅틱 장치를 이용해 인간은 로봇에 명령을 내리고 로봇에서 오는 촉감이나 힘을 느낄 수 있게 된다.

햅틱스는 크게 힘 피드백과 촉각 피드백 두 영역으로 나뉜다.

힘 피드백은 기계적 인터페이스를 이용해 사용자에게 힘과 운동감을 느끼도록 하는 기술로, 놀이동산의 4D체험 영화관, 게임기 조이스틱 등을 통해 가상현실에서 오는 느낌을 손끝으로 느끼게 하는 영역이다.

촉각 피드백은 수용 장치를 통해 전달된 전기신호를 촉감으로 느끼게 해주는 기술로, 정밀한 작업이 요구되는 의료 분야에 주로 활용된다.

현재 햅틱 기술은 이밖에 가상현실이 활용되는 항공·차량·게임 등 각종 시뮬레이터 장비에 폭넓게 응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햅틱 기술을 가상과 현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해주는 중요한 열쇠라고 보고 있다. 경제적 잠재력 역시 의료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매우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국제로봇협회(IFR)에 따르면 2012년 현재 햅틱 기술이 적용된 의료로봇 분야 생산규모는 14억9500만 달러로, 전문서비스 로봇 부문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인튜이티브 서지컬이 햅틱기술 분야 응용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이 진출을 서두르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는 단계는 아니다. ▒ 김태구 기자

▲ 햅틱기술을 이용해 로봇을 움직이고 있는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