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인공지능 로봇 사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SKT는 이달 27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 콩그레스(MWC) 2017’에 새로운 인공지능 로봇들을 일반에 공개한다.

LG전자가 올초 미국 가전 전시회인 ‘CES 2017’을 통해 소셜 로봇인 ‘허브 로봇’, 공항 안내로봇, 공항 청소로봇 등을 선보인데 반해 SKT는 통신업체답게 세계 최대 통신 전시회인 MWC를 데뷔 무대로 삼았다.

SKT가 인공지능 로봇을 주요 테마로 정해 국제 전시회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5년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 2015‘에서 SK는 5G로봇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SK는 중소 로봇 전문업체인 ’로보빌더‘와 제휴해 5G로봇 개발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5G기술을 로봇에 적용해 미래형 서비스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 5G 로봇

이번 ‘MWC 2017’에서 SKT는 인공지능 로봇인 ‘소셜봇’을 발표하고 퓨처로봇·IPL 등 로봇업체와 제휴해 AI연동 로봇을 선보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룹 계열사인 SK(주) C&C와 협력해 IBM 왓슨 기반 서비스도 선보인다.

SKT가 이번에 공개하는 로봇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것은 ‘소셜봇(Social Bot)’이다. 음성 인식 기술에 영상 인식 기술을 더한 탁상형 로봇이다. 외견상 지보의 소셜 로봇인 ‘지보’와 비슷한 외모를 하고 있다. 로봇의 헤드 부분이 이용자의 이동에 맞춰 움직이는 것도 최근 많은 소셜 로봇들이 채택하고 있는 기능이다.

SKT 측은 소셜봇으로 헤드의 움직임, 화면 그래픽을 활용해 더 풍부하게 정보를 전달하고 감성적 표현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손동작 인식 기능도 적용해 통화 중 손바닥을 내밀어 ‘그만’ 표시를 하는 것 만으로도 작동을 멈출 수 있다고 한다. LG가 공개한 허브 로봇과의 기능 비교를 해본다면 MWC를 보다 흥미롭게 관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T는 향후 독자 개발한 '지능형 영상인식 솔루션'을 탑재해 얼굴 인지 기반의 개인화 시스템 구축도 추진할 계획이다. 가족들의 얼굴을 인식해 그에 맞는 대화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유아용 토이봇(Toy Bot) 시제품도 선보인다. 귀여운 호랑이 모양의 캐릭터에 봉제 인형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와이파이를 지원하며 부모와 통화 기능도 갖추고 있다. SKT는 그동안 코딩 로봇을 개발해 공급해왔는데, 이번 유아용 토이봇의 발표로 아이들을 위한 로봇의 외연이 확장되는 셈이다.

SKT는 이번에 AI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분명한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음성 지원 인공지능비서인 '누구'와 연동한 펫봇과 커머스봇 등 외부 개발사의 AI로봇 시제품 2종을 선보인다. 제휴사로 IPL과 퓨처로봇을 택한 게 주목을 끈다. IPL과 퓨처로봇은 국내 로봇산업을 이끌고 있는 벤처기업으로 글로벌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이들 중소업체들이 SKT와 제휴해 해외 시장에서 날개를 달을 수 있을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 소셜봇,토이봇,아이지니,퓨로데스크(좌로부터)

강아지를 닮은 펫봇(Pet Bot)인 IPL ‘아이지니’는 '누구'와 연동해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명령을 수행할 수 있다. 카메라를 통해 홈 모니터링도 가능하다. 퓨처로봇의 커머스봇(Commerce Bot) ‘퓨로 데스크(FURo-DESK)’는 로봇에 POS 기능을 융합해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점용 로봇이다. 손님 접견과 안내가 가능하며 향후 AI가 접목될 경우 고객별·상점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KT는 이들 로봇에 음성인식 인공지능 비서인 ‘누구’를 접목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아마존의 음성인식 인공지능 비서인 ‘알렉사‘ 전략을 연상시킨다. 아마존의 알렉사는 ’CES 2017’에서 집중 조명을 받은 바 있다. CES에 출품하지 않았는데도 많은 기업들이 자사 제품에 알렉사를 탑재해 내놓았다. 아마존의 개방형 플랫폼 전략이 효과를 보면서 알렉사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SKT가 아마존이 선점한 이 시장을 어떻게 돌파할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SKT는 '누구'를 홈 IoT의 허브로 가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SK텔레콤 전시관 스마트홈 코너를 방문하면 '누구'를 통해 IPTV, 공기청정기, 조명, 가스밸브 등 다양한 가전기기를 제어해 볼 수 있다.

LG전자는 지난 CES에서 아마존의 알렉사를 접목한 가전 제품을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SKT의 ‘누구’가 실제 판매되는 가전 제품에 탑재될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SKT가 표방하고 있는 ‘개방’과 ‘협력‘ 전략이 AI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SK텔레콤은 지금까지 60여개 기업들과 제휴를 맺어 70여 개 이상의 스마트홈 연동 상품을 출시하는 등 국내 스마트홈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AI의 대중화 시대를 열겠다는 SK텔레콤의 전략이 이번 MWC 2017에서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