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운송업체 페덱스가 인공지능과 로봇을 통한 배송을 추진하고 있다.

'MIT테크놀로지리뷰'는 페덱스의 CIO인 롭 카터(Rob Carter)의 말을 인용해 페덱스가 자율 주행 차량을 통한 무인 로봇 배송을 구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터는 페덱스가 220개국에서 운영하는 비행기 및 트럭 고속 운송 서비스를 비롯해 사무실과 가정의 지상 배송 서비스 등 다양한 운영 방식에 관한 기술 어젠더를 설정하는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카터에 따르면 앞으로 페덱스는 아마존 에코 혹은 구글 홈과 같은 인공지능 가상 비서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물품 발송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분은 그저 해오던 방식으로 말하기만 하면 된다. 알렉사는 그 질문이 정확한 것인지를 확인하는데 그 다음에는 여러분 사무실이나 집 앞으로 굴러오는 작은 트럭 한 대를 만나 배송품을 집어들면 그걸로 끝이다”고 말한다.

실제로 페덱스는 ‘알렉사, 출하 준비’와 같은 명령어를 이해할 수 있는, 인공지능으로 작동되는 알렉사 앱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앱은 아직은 초기 개발단계지만 양식을 작성하고 메뉴를 검색하는 번거로움을 없앰으로써 배송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고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카터의 설명이다.

인공지능 이용한 자동 주문과 배송

페덱스는 이와 함께 패키지를 운송하는 방법을 자동화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이를 위해 펠로톤 테크놀로지(Peloton Technology)라는 스타트업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펠로톤은 트럭을 소대(platoons)라고 불리는 작은 캐러반 그룹과 전자적으로 연결해주는 반자율(semi-autonomous)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무선 차량간 통신을 사용해 앞서 달리는 트럭의 운전자가 근접해서 뒤에 따라오는 트럭의 가스 및 브레이크를 제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이 기술은 바람 저항을 줄이고 연료를 절약하도록 설계됐다. 이 기술은 전면 자율주행 트럭으로 가기 위한 중요한 단계에 해당하며 펠로톤은 2017 년말 이 기술을 발표할 계획이다.

페덱스는 전면 자율주행 트럭 운송에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다임러의 프레이트라이너(Freightliner) 트럭 사업부와 볼보를 비롯한 여러 기업과 제휴를 맺기도 했다. 다임러의 경우 네바다와 독일의 고속도로에서 반자율 트럭을 시범 운영했으며 볼보는 최근 스웨덴 지하 광산에서 완전 자율 건설 트럭에 대한 시연을 완료한 바 있다.

페덱스의 이러한 움직임은 사람들이 소포를 보내고 받는 방식에서부터 대형 차량의 전세계 이동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에 영향을 미쳐 수조 달러 규모에 이르는 물류 시장의 모습을 바꿔놓을 것이 분명하다. 카터는 10년 이내에 운송 업계에서 자율 차량의 ‘명확한 구현’을 기대하고 있지만 ​​페덱스가 언제쯤 반자율 혹은 완전 자율주행 트럭을 채택할 지 그 시기는 명시하지 않았다.

드론 배송보다는 로봇 배송에 무게

그러나 페덱스는 드론 배송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카터는 스스로를 ‘못말리는 드론 애호가’라고 말하면서도 드론 배송 모델의 경우 대부분 5파운드보다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릴 수 없거나 50마일 이상 날아갈 수 없기 때문에 배송에 상당한 제약이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 드론을 운영할 경우 아이들이나 애완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지 않도록 승인을 얻어야 하는 것도 큰 장벽이 된다고 보고 있다.

물론 특정 출발 지점과 수신 지점에서 설정된 거리를 여행하는 고정 날개 드론이 상용 배송에 적합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로봇이 더 낫다는 것이 카터의 생각이다. 목적지까지 차량을 굴리는 것이 공중으로 띄우는 것보다 훨씬 더 에너지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로봇에 더 비중을 두는 이유이다. 카터는 특히 사람들은 이미 가정과 직장에 와서 미리 지정된 용기에 우편물을 넣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미래의 페덱스 택배 로봇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소포를 내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기술에 다소 소극적이나 주주우호적인 접근

페덱스의 전략에 대해 드론 및 자율주행 분야에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는 아마존 및 우버와 비교할 때는 지나치게 미래 기술에 소극적인 행보라는 지적도 있다. 테크넥스(Technex) 애널리스트 바라스 칸니아판(Bharath Kanniappan)은 페덱스가 배송 시스템에 로봇을 구현하는 관점에서 볼 때 경쟁업체에 비해 뒤처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같은 접근이 익스프레스 운송으로 명성을 얻은 페덱스로서는 상당히 독특한 판매 제안으로, 최대한 신중한 물품 배송 방식을 취함으로써 지속적인 위상을 이어나가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SJ컨설팅그룹의 운송 및 물류 컨설팅팀의 새티시 진델(Satish Jindel)은 페덱스가 상장 회사로서 적절한 선택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진델은 페덱스 주주들은 리스크를 수용하는 아마존의 주주들에 비해 수익 창출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페덱스는 비용 대비 성과가 뚜렷한 분야에 초점을 맞춰 기술을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