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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oC 2017 ]여성융합세션“우리는 당신의 대등한 동료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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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2.07  13:5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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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걸스로봇 이진주 대표가 취재한 '융합프로그램1-여성융합세션' 현장 리포트입니다.(편집자 주)

소수자 이슈를 소수자의 입으로 말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징징거리지 않고 말하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숫자. 전국 이공계 여학생 비율은 평균적으로 15퍼센트 언저리에 머물고, 여교수 비율은 가장 상황이 나은 KAIST의 경우에도 채 10퍼센트가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객관적인 지표가 이럴 때, 이공계에서, 특히 로봇계에서 여성은 소수자일까 아닐까. 이 글은 여성 이슈의 당사자이며 캠페이너인 내게는, 결코 객관적일 수 없는 리포트다.


제12회 한국로봇종합학술대회(한국로봇학회장 조영조) KRoC 2017 첫날인 6일, 강원도 평창 휘닉스파크에서는 올해도 여성세션이 열렸다. 지난해 1월, 당시 조영조 조직위원장이 국내 로봇학회로선 처음으로 KRoC에 여성세션을 연 이후, 두 번째다.

▲융합프로그램1 여성융합세션 패널토론 사회를 보고 있는 조혜경 한성대 교수
올해는 최혁렬 조직위원장(성균관대 교수)의 요청에, 로봇계 30년 ‘맏언니’ 조혜경 한성대 교수가 여성 연구자들을 모았다. <'여성’이 키워드일 이유가 없는 세상을 향한 변화와 실천: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의 조건>이라는 주제였다. 조 교수는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논의를 위해 사회적, 제도적 관점이 아닌 개인적 차원의 실천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범위를 좁혔다.”고 말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유수정 박사가 연구성과를 소개하고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김소희 교수가 연구성과를 소개하고 있다.
▲강원대학교 유혜정 교수가 연구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먼저 1부에서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유수정 박사,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김소희 교수, 강원대학교 유혜정 교수가 각각 ‘딥러닝과 컴퓨터 비전’, ‘생체와 로봇을 연결하는 신경 인터페이스 기술’, ‘이동로봇을 위한 통합탐사 기법’이란 제목으로, 현재 주목 받는 각 분야 기술 트렌드와 자신의 연구성과를 소개했다. 딥러닝과 비전이라는 가장 핫한 주제, 바이오 HRI 연구의 근간이 되는 하드웨어, 모바일로봇 기반기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신세대 여성 연구자들이었다.

▲융합프로그램1 여성융합세션 패널토론 참가자들. 사진 좌로부터 조영조 로봇학회장, 유수정 생기원 박사, 김소희 DGIST 교수, 김기훈 과학기술연구원 박사, 유혜정 강원대 교수, 황지혜 과학기술연구원 연구원
이어 2부에서는 1부 발표자들에 더해 조영조 회장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김기훈 박사, 황지혜 박사가 패널로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먼저 좌장인 조혜경 교수는 “여성세션은 여성만의 자리라는 통념 때문에, 오히려 ‘여성’이라는 키워드에 묶이고 싶어하지 않는 여성 연구자들은 그런 자리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여성은 여성대로 ‘내가 모자라나, 왜 특별대우를 바라나’ 불쾌해 하고, 남성은 남성대로 ‘그만큼 해주면 됐지, 뭘 더 해줘야 하나’ 불만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있어 왔다”고 운을 띄웠다.


조영조 회장은 “KIST에 근무하던 시절, 조혜경 교수와 만나 여성 과학자가 남성 과학자와 대등하게 능력을 인정받으려면 130프로 노력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며 “유능한 여성 연구원들이, 여자는 튀지 않아야 한다, 육아와 가사는 여성이 담당해야 한다는 통념에 희생돼 움츠러드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로봇계 유명한 ‘딸바보’이자 여성이슈에 가장 앞장서 온 인물이다. 그가 보기엔 “유교적 관습이 문제”라는 것. 그는 또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일에 대한 신실성이야말로 좋은 파트너십의 요건”이라며, 일터만이 아니라 가정 내 좋은 파트너십의 사례로 “공부하는 부인과 요일을 나눠 육아와 살림을 정확히 반으로 분담한다.”는 KAIST 김정 교수를 소개하기도 했다.

MEMS 분야의 탁월한 연구자이면서 육아 문제의 당사자이기도 한 김소희 교수는 “아이를 낳기 전까지 남성 연구자들과 완전히 똑같다고 생각했다. 특별대우를 받을 일도 없었다.”는 경험담을 전했다. “그러나 아이를 낳은 뒤, 3-4년은 어쩔 수 없이 매이는 측면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나도 그런 배려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마감을 어기지 않고, 업무에 대한 믿음을 주는 동료가 이상적”이라며, “불가피하게 그런 상황이 되지 못할 때, 조직과 동료들이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결국 개인적인 노력만이 아니라, 조직적인 차원의 뒷받침도 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어 조혜경 교수는 김기훈 박사에게 “여성 연구자와 남성 연구자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지, 또 여성친화적인 연구실의 비결은 무엇인지” 물었다. 김 박사의 연구실은 현재 8명의 연구원 중 5명이 여성이다. 그는 “여기 나오기 전까지 남성 연구자와 여성 연구자를 구분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고 전제하며, “결혼하기 전까지 시간과 열정의 투입이 동일하다면, 여성 연구자들도 남성과 동일한 퍼포먼스를 낸다. 아내의 경우를 봐도 퍼포먼스에 한계가 오는 건 육아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여성이 다수인 연구실 환경에 대해서도 “특별히 여성을 우대하지 않았다. 뽑아놓고 보니 탁월한 이들이 여성이었던 경우가 많았다.”며, “한 때 위촉연구원 전원이 여성인 시절이 있었다. 이후 더 많은 여성들이 지원하는 경향이 생겼다.”고 전했다. 여성이 여성을 부른다는 것.

그의 연구실에서 함께 나온 황지혜 연구원은 “여성을 마이너리티로 만드는 분위기는 육아 문제에 부닥쳐서만이 아니라, 학부 시절 성비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황 연구원은 “남성이 대다수인 환경이 계속되면서 새벽까지 이어지는 술자리를 중심으로 하는 메이저리티 문화에 끼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절대적 마이너리티, 아웃사이더로 지냈다. 여성 동료가 있는 환경이 그리웠다.”며 “김기훈 박사의 연구실은 분야도 좋았지만, 여성이 많은 환경이 판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지금은 여성 동료들과 더 많은 대화를 하고, 더 많이 소통하면서, 단순히 일을 같이 하는 동료가 아니라 인생의 친구들과 함께 하는 기분을 느낀다”는 고백이었다.

유수정 박사도 “저 역시 학부 시절부터 남성이 수적으로 지배적인 환경에 오래 있었다. 여성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에 동료로서 여성과 일한 경험이 많지 않고, 한 때는 남성과 일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느낀 적도 있었다.”면서, “이런 시간이 너무 오래되니 가끔은 내 처지를 이해해주는 여성 동료가 있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더라.”고 했다. 여성이라는 것이 함께 일하고픈, 의지가 되는 동료의 조건이 되기도 하더라는 것. 유 박사는 또 “출연 연구소라는 환경이 일반 사기업보다는 복지가 나아도, 위로 갈수록 절대적으로 여성이 마이너리티가 되는 게 현실”이라며, “정치적으로 제도적으로 보완이 있어야 한다. 서울공대 기계과에도 여교수는 한 명 아니냐.”고 비판했다. 애초 여성이 이런 분야에 도전하지 못하게 만드는 교육의 한계나 여성 롤모델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회 분위기가 문제라는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유혜정 교수는 “출산 경험이 없는 신임교수라 아직은 대학원생의 입장에 더 가깝다.”며, “남성, 여성이 아니라 인간으로 개인들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테면 술자리 역시 “여자라서 술을 싫어하는구나. 역시 대화가 안 된다.”가 아니라 술을 싫어하는 개인으로 받아들이면 관계가 더 쉬워질 거라는 얘기다. 다수를 차지하는 남성들의 시선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플로어에서도 의미 있는 분석과 대안들이 나왔다. 지난해 IROS 2016을 성공적으로 이끈 KAIST의 권동수 교수는, “여성세션이 열린다기에 어떻게든 힘을 보태려고 나왔다.”면서 “여성이라서 더 잘할 수 있는 연구, 남성이라서 더 잘할 수 있는 연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개인이 더 잘할 수 있는 연구가 있는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술자리나 다른 문화적인 차이들도 마찬가지라는 것. 권 교수는 또 “궁극적으로는 여성세션이 따로 만들어질 필요가 없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동의했다.

이어 필자도 발언의 기회를 얻었다. “9대 1인 현재의 이공계 여성 비율을 5대 5에 가깝게 끌어올리려는, 적극적인 어퍼머티브 액션이 아직은 필요한 단계”라는 평소의 의견을 밝혔다. 남성과 여성이 양적으로 동일한 기회를 갖게 될 때, 비로소 다양한 특성을 가진 다양한 개인들이 공존할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었다. 이런 여성세션이 열리고, 학회의 가장 큰 방을 배정받는 것도 그런 액션의 한 실천이다.

서울대 조규진 교수는 “지난해 여성세션 이후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정작 내 연구실 환경을 돌아보니 여학생이 한 명 뿐이더라.”고 고백했다. 조 교수는 또 “여성 교수님 주도로 젠더혁신과제에 참여하면서, 테크놀로지가 여성을 더 배려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는 경험을 전하며, “남성이 수적으로 압도적인 환경은 명백한 다양성의 실패로 봐야 한다. 더 많은 여성이 우리 분야로 올 수 있도록 조직은 무엇을 할 것인가, 제도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국 논의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조혜경 교수는 “여성과 남성이 아니라 개인 차와 기질의 문제라는 말씀들을 주셨다. 통계적으로 여성적, 남성적이라는 게 나올 수 있는 환경조차도 아니다. 지금은 너무 소수이기 때문에 여성들을 좀 더 끌어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정리하면서, “앞으로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젊은 여성 연구자의 진입을 돕는 개인적인 노력들도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필자가 이 문제에 천착해 소셜벤처 '걸스로봇'을 만든 것이 2년 전이다. “가장 남성적인 학문인 공학에서, 가장 미래적인 분야인 로봇을 하는, 가장 소외된 존재인 여성을 말한다”가 우리의 모토였다. 걸스로봇의 목표는 당장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 양적으로든 질적으로든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 사회적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소셜벤처에서 소셜 임팩트란 돈만큼이나 귀중한 성과다. 일단 로봇하는 여자들의 생태계가 만들어지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생겨난다고 생각했다.

2015년 12월 걸스로봇 런칭파티에서, 조혜경 교수가 “남자 한 사람 몫을 하기 위한 30년”에 대해 고백했을 때, 예의 그 조근조근한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내가 진작 했어야 하는 일인데, 대신 시작하게 해서 미안하고 고맙다”는 그의 말은, 어쩌다 로봇에 꽂힌 일개 ‘덕후’의 심금을 울렸다. 조경은 동국대 교수, 이동희 독일 뮌헨공대 교수, 엄윤설 숙명여대 교수, 박혜원 미국 MIT 미디어랩 박사 등 내로라하는 여걸들의 손을 잡고 이 분야에 들어왔다.

현장에서 지켜본 조영조 회장(당시 조직위원장)이 이듬해 1월 강원도 평창 휘닉스파크에서 열린 KRoC 2016에 여성세션을 만들어 필자를 좌장으로 초대했다. 국내 로봇학회로서는 첫 여성세션이었다. 김현진 서울대 교수, 곽소나 이화여대 교수, 김계경 ETRI 연구원, 김윤경 NASA 연구원이 무대에 서서 귀중한 연구성과를 공유하고, 여성 이슈를 논의했다. 제주공항이 폭설에 갇힌 초유의 사태로 발을 구르던 내게도, 현장의 열기가 전해졌다.

그 기억을 안고 있는 내게, 몇 명이 모이든, 어떤 주제를 다루든, 이 학회에서 가장 중요한 세션은 여성세션이었다. 문제와 해결책은 조금 다를지언정, “여기 로봇하는 여자들이 있다. 우리는 당신의 동등한 동료가 되고 싶다.”는 것을 알리는 자리 말이다. 두 번째 로봇세션을 열어주신 학회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진주  robot@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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