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은 로봇 개발 분야에서는 그 어느 해보다 성과가 많았지만 모든 것이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로보틱스 비즈니스 리뷰'가 최근 선정한 '2016년 실패한 로봇 5선'은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공한다. 실패의 원인을 찾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다면 이후 로봇 개발에서 더 나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5. 얼굴 인식을 못한 뉴질랜드의 여권 로봇

지난해 12월 아시아계 뉴질랜드인이 온라인으로 여권을 신청했다가 사진 인식 오류로 여권발급이 거부당한 일이 발생했다. 눈이 작은 아시아계 신청인의 눈이 감겨진 것으로 인식해 발급을 거부했지만 실제로는 눈을 뜨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후 다른 사진을 통해 여권 발급이 허용됐지만 관계 당국에 따르면 전체 신청인의 20%가 다양한 이유로 거부된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에서 불거진 인종 차별 및 편견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됐다. 오늘은 눈이지만 내일은 로봇이 선호하지 않는 키, 피부색, 옷 등도 얼마든지 해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

4. 연구실에서 도망친 러시아의 프로모봇

주목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탈출 혹은 탈출을 시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해 이와 유사한 로봇이 등장했다. 러시아의 프로모봇이라는 서비스 로봇이 실험실에서 탈출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이 로봇은 탈출 후 교통 체증을 일으켰는데 엔지니어가 로봇을 잡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프로그래밍을 했으나 또 다시 탈출을 감행했다. 프로모봇은 지난해 9월에는 급기야 러시아의 정치 집회에 참여해 유권자 의견을 기록하는 등 이상한 행동을 보여 현지 경찰에 의해 체포되기도 했다. 로봇에 수갑을 채웠으나 반항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두고 로봇 개발자들의 노이즈마케팅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3. 인종차별 발언 마이크로소프트의 테이(Tay)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챗봇인 테이(Tay)가 지난해 3월에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한 적이 있다. 오픈한 지 24시간만에 인종 차별적인 트윗을 함으로써 큰 논란을 야기한 것이다. 테이의 경우 기본적으로 문제가 되는 단어는 답변을 거부하도록 돼있었지만 인종차별주의자와 여성 및 무슬림 혐오자들이 모이는 인터넷 게시판의 사용자들이 의도적으로 테이를 세뇌시키면서 인종 차별적인 발언을 쏟아내게 됐다. 누군가 말을 시키면 그대로 따라 적는 트위터의 '내 말을 따라해봐' 게임에는 테이의 방어장치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는 테이 가동 16시간만에 서비스를 중단해야만 했다.

2. 전시장에서 통제 불능된 중국의 패티(Fatty)

지난해 11월 중국 심천에서 열린 하이테크 박람회에서는 로봇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되어 유리창을 부수고 관람객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를 친' 로봇은 패티(Fatty)라고 불리는 졸리는 듯한 표정의 귀여운 가정용 로봇이다. 물론 로봇이 스스로 공격한 것은 아니다. 운영자가 '뒤로' 버튼 대신 '앞으로' 버튼을 누르면서 이 명령을 받은 패티가 이웃 부스로 돌진하고 이어 부서진 유리창의 파편이 관람객의 발목에 박히면서 상해를 입힌 것이다. 이를 두고 로봇의 침공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지만 결정적인 것은 역시 운영자의 실수였다. 다만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일어난 이 사고로 인해 패티는 출시되기도 전에 오명부터 뒤집어쓰게 됐다.

1. 일 못해서 해고된 중국 웨이터 로봇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일을 제대로 못해서 해고된 로봇도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는 기술적인 문제나 부분적인 오류가 아니라 직무상 해고라는 점에서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중국 광저우의 3개 레스토랑은 기대를 했던 로봇 웨이터가 실제로는 완전히 무능했다는 이유로 로봇들을 해고했다. 이 여파로 레스토랑 두 곳은 아예 문을 닫았으며 나머지 하나는 인간 웨이터를 다시 고용해 문제를 수습했다. 특히 이 레스토랑은 아직 한 대의 로봇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다른 직원들에게 나쁜 일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주기 위한 목적에서다. 레스토랑의 주인들은 로봇의 고장이 잦았으며 반복적인 업무는 잘했지만 인간과 상호 작용할 때는 참을 수 없는 정도로 형편없었다고 말한다.

현재 서비스용 로봇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이 같은 실패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개발 결과물과 실제 적용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음을 시사한다. 로봇이 음식 주문을 받고 요리를 고객에게 전달할 때 문제가 생긴다면 식당 자동화는 생각보다 요원한 일일 수 있다. 로봇도 훈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