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집권 사회당 대선 예비 경선 투표에서 ‘브누아 아몽(Benoit Hamon)’ 전 교통부 장관이 선두에 나서면서 프랑스 정계를 흔들고 있다.

브누아 아몽은 이번 경선에서 로봇세의 도입과 기본소득제 공약을 들고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로봇세 도입을 공식 공약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로봇산업계로부터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그는 로봇과 자동화 장비의 도입 확산이 고용 시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로봇세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750유로(약 93만 7천원)의 기본 소득을 제안하는 대신 기본소득의 주요 재원으로 로봇세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한 상태다. 기본소득과 로봇세를 연계한 것이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기본소득과 로봇세의 연계 아이디어는 아몽이 처음으로 제시한 것은 아니다. 룩셈브르크 정치인 ‘매디 델보(Mady Delvaux)’는 올해 5월 유럽의회 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기본소득과 자동화에 관한 세금을 연계하자고 제안했다. 델보는 이 보고서에서 기업들이 인공지능과 로봇의 도입에 따른 경제적인 효과에 관해 보고토록 해 자동화에 대한 세금 부과와 사회적인 안전망에 대한 기여 여부를 검토하자고 주장했다. 로봇 또는 자동화 시스템 도입에 대한 세금 부과는 기계가 점점 똑똑해지고 이전에 사람이 수행했던 작업들을 더 잘 수행한다는 논리에 기반하고 있다. 똑똑한 기계를 보유한 소유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게 전혀 문제가 없다는 발상이다.

로봇세 도입과 관련해 앞으로 찬반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업들은 로봇 도입에 세금을 부과한다면 기업들의 경쟁력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반해 찬성론자들은 로봇 자동화의 영향으로 많은 사람들이 실직 위기에 몰리고 사회 안전망이 흔들릴 것이라며 로봇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로봇세 도입에 찬성하는 기업들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블룸버그는 브누아 아몽의 로봇세 도입 근거가 취약하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로봇세는 나쁜 생각(A Robot Tax Is a Bad Idea)’이라는 제하의 기명 컬럼에서 로봇세 도입을 위한 데이터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영국 멘체스터대학, 브리티시 콜롬비아대학 등이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를 인용하고 있다. 멘체스터대학 등 공공 연구진은 ‘판에 박힌 일(routine jobs)’을 하는 직종을 대상으로 직업의 이동 상황을 조사했다. 판에 박힌 일을 육체노동(포크레인 작업이나 가전 제품 수리 등)과 인지 노동(비서, 회계관련 기장업무, 은행 안내 업무)으로 구분했다. 이들 직종은 주로 고등학교 졸업 이하의 저학력자들이 주로 수행한다. 연구진이 조사한 결과 지난 79년 미국 노동 인구의 40.5%가 이 같은 일에 종사했는데, 2014년에는 이 비율이 31.2%로 줄어들었다. 이들 직종에 종사했던 사람들은 실직하거나 서비스업과 같은 보다 복잡한 업무를 하는 직업으로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 미국 노동시장의 변화

연구진은 로봇이 고용 시장의 변황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ICT(정보통신기술)자본’을 이용한 모델을 활용했다. 이 모델을 적용해 연구한 결과 직업의 이동과 실업율의 상승을 설명하기 위해선 실제보다 ICT자본이 7배 정도는 빠르게 증가했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ICT 자본의 증가만으로는 실업율과 직업의 이동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자동화가 저학력자의 삶의 선택에 분명히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다른 요인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숙련 노동자의 비중과 그들의 직업 선택, 아웃소싱과 거래, 노동시장 참가에 대한 정부의 인센티브 제공 등 정책 변화가 일자리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따라서 판에 박힌 단순 작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자동화 도입에 비용 부담을 주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육에 대한 접근권, 보호무역주의의 시행 여부, 사회 안전망의 수준 등 여러 변수에 따라 노동시장은 변화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