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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보, 세계 최고의 재난구조로봇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DRC)로 본 세계 로봇기술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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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23  14:4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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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휴보의 'DRC 파이널 2015' 우승 분투기!

대한민국 로봇 ‘휴보’의 세계 재난구조로봇 대회(DRC) 우승기!
지난 2015년 6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재난구조로봇대회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에서 우리나라 로봇 ‘휴보’가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이하 DRC)는 가상의 원자력발전소 사고 현장에 사람 대신 로봇을 들여보내 냉각수 밸브를 잠그고 나오는 미션을 수행하는 대회이다. 이 대회에는 첨단 과학기술의 상징처럼 불리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이나 세계 정상급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 등 쟁쟁한 실력과 명성을 가진 기업 및 단체들이 모두 나와 세계 최고의 로봇기술을 겨루었다. 여기에서 우리나라의 KAIST 연구진과 휴보는 우승을 일궈낸 것이다.

이 책은 2012년 대회 출범부터 시작해 2013년 12월 열렸던 DRC 1차 대회(DRC Trial), 2015년 6월 열린 DRC 최종 결선(DRC Final) 대회, 두 번을 모두 미국 현지에서 취재한 저자의 생생한 현장 취재 소식을 담고 있다. 더불어 이 대회에서 우승한 KAIST 휴보 연구진의 고뇌와 일정, 그들의 노력을 담고 있다. 이전의 휴보와 확연히 다른 DRC휴보(DRC-Hubo)를 개발하며 수년을 한 결 같이 대회를 준비한 연구진들의 노고도 최대한 가감 없이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여기에 더해 ‘재난구조로봇’ 즉, 위기의 현장에 인간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로봇을 어떻게 만드는지, 전 세계 연구진은 그 험난한 과제에 어떻게 도전했는지에 대해서도 최대한 상세히 담았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보여준 로봇기술의 현 주소
로봇에 대한 대중의 환상과 현실의 괴리가 가장 여실히 드러났던 사건을 꼽으라면 바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익히 알려진 대로 이 사건은 2011년 3월 11일, 일본 관측 사상 최대였던 리히터 규모 9.0의 지진이 일어나 초대형 쓰나미가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을 덮치면서 일어났다. 시커먼 해일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몇 층이 넘는 건물들이 장난감 조각처럼 휩쓸려가는 영상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 엄청난 해일은 곧 후쿠시마 제1원전을 덮쳤다. 당시 총 6기의 원자로 가운데 1·2·3호기는 가동 중에 있었고, 4·5·6호는 점검 중에 있었다. 급기야 쓰나미로 인해 전원이 중단되면서 원자로를 식혀주는 긴급 노심냉각장치가 작동을 멈췄고, 결국 3월 12일 1호기에서 수소폭발이 일어났다.

이 상황에서 해결책으로 고려되는 것은 당연히 ‘로봇’이었다. 실제로 후쿠시마 원전을 관리하던 도쿄 전력이 ‘로봇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하자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이제는 원전을 무사히 복구할 수 있겠구나’라는 기대를 한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실제로 로봇은 사고현장을 복구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 더구나 일본은 ‘로봇 선진국’이란 자부심이 매우 강했다. 주위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일본의 로봇기술이 이것밖에 되지 않는단 말이냐!”라면서 실망하는 목소리를 내는 걸 여러 번 전해 들었다.

그렇다면 이런 재난 상황에 투입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기는 얼마나 어려울까? 그런 로봇은 어떤 기능이 있고, 어떤 모습을 하고 있으며, 도대체 얼마의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만들 수 있는 걸까?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과학자들은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시작했다. ‘인간을 구하는 로봇을 과연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에 답을 내놓기 위해 전 세계 과학자들이 달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최한 ‘재난대응로봇 경진대회(DRC)’가 마침내 막을 올리게 된다.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황당한 제안

‘DARPA’는 미국 국방성 산하 기관이다. 주 업무는 각종 군사기술, 또는 군사기술로 응용할 수 있는 많은 첨단연구를 지원하는 일을 한다. 과학자가 직접 개발을 하기보다는 연구 과제를 제안하고, 전문적인 연구자들을 찾아 연구비를 주고,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등 연구관리 기관의 성격을 갖고 있다. 또한 DARPA는 ‘챌린지(Challenge)’란 이름을 붙여 공모과제를 자주 운영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처럼 ‘황당한 과제’를 던져 놓고 전 세계 연구진의 참가를 독려하길 좋아하던 DARPA가 이번에는 전 세계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챌린지’를 요구했다. 2012년 4월 1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약 1년 만에 추진된 이 공모과제 겸 기술경진대회의 이름은 바로 ‘DRC(DARPA Robotics Challenge).’ 우리나라에선 딱히 이름을 붙이기 어려워 ‘세계 재난구조로봇대회’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사고 현장에 제대로 투입할 로봇이 없어 피해를 더 키웠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하던 DARPA가 “우리가 연구비와 상금을 지원하겠다. 원전에 걸어 들어가 공장 내부를 복구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어 볼 사람이 있느냐? 로봇을 만들어가지고 모여서 대회를 해보자!”라고 공고를 낸 것이다. 이들이 초창기에 정한 대회 방식은 다음과 같다.
■ 첫째, 로봇이 지정한 장소까지 자동차를 직접 운전해서 몰고 들어갈 것.
■ 둘째, 자동차에서 내린 다음 울퉁불퉁한 돌무더기를 넘어 들어갈 것.
■ 셋째, 진입로를 막고 있는 잔해를 치워낼 것.
■ 넷째, 문을 열고 건물 즉, 원자력 발전소 안으로 들어갈 것.
■ 다섯째, 작업용 사다리를 기어 올라간 다음 공장 내부의 작업자용 통로를 통과할 것.
■ 여섯째, 도구를 이용해 콘크리트 패널에 구멍을 뚫을 것.
■ 일곱째, 냉각수가 새고 있는 파이프를 돌려서 잠글 것.
■ 여덟째, 소방호스를 소화전에 연결하고 밸브를 열 것.

2013년 DRC 트라이얼 대회에서의 처참한 패배
2013년 12월 20일 오후, 미국 플로리다 주 홈스테드 시에 있는 자동차 경기장 ‘홈스테드-마이애미 스피드웨이’에는 KAIST 연구진 20여 명이 개러지 안에 설치된 본부에 모여 앉았고, 경기장 출입이 허락된 5명은 ‘팀 KAIST’라고 적힌 푸른색 조끼를 입고 무전기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로봇을 부산하게 점검하기 시작했다. 경기 도중 밸브를 열고 잠그는 과정에서 휴보가 넘어져 주변에 대기하던 연구진이 수리하러 달려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제한시간 30분 안에 로봇을 수리해 임무를 완수하기는 무리였다. 결국 ‘삐익!’ 소리와 함께 타임 종료 부저가 울렸다.

마침내 20일에 본 대회가 시작됐지만, 대회 진행 상황은 여전히 희망적이지 못했다. 휴보는 평소 특기였던 문 열기, 장애물 제거, 벽 뚫기 등 3개 종목에서 0점을 받았다. 그동안 연습했던 대로만 했어도 모든 종목을 4점 만점을 받아도 이상할 것 없는 과제들이었다. 소방호스 연결과 밸브 잠그기 등 나머지 2개 종목에서도 각각 1점을 받는 데 그쳤다. 밸브 잠그기 과제는 전날 리허설 때만 해도 만점을 받았던 종목이었다. 당시 신문에는 휴보 팀이 9위를 했다는 기사가 실렸는데, 이는 9~11위까지 점수가 모두 8점으로 동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계산하면 순위가 더 뒤로 간다. 중간에 사람이 개입한 횟수가 더 적으면 그 팀을 더 높은 순위로 쳐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선 전체 16개 팀 가운데 휴보 팀이 거둔 성적은 정확히 11위라고 보는 경우도 있다.

한국 KAIST 로봇‘휴보’세계를 제패하다!
DRC 파이널 2015 대회는 6월 5~6일 이틀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소도시 포모나에 자리한 복합경기시설 ‘페어플렉스’에서 열렸다. 대회에 참가한 팀은 2013년 열렸던 트라이얼 대회보다 한결 더 쟁쟁해져 있었고, 우리나라 휴보 팀이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을 받고 다시 출전 기회를 얻어낸 것처럼 일본에서도 도쿄대학교, 일본산업기술연구소(AIST) 등의 쟁쟁한 팀들이 출전을 결정했다. 휴보 팀은 본선에서 9위라는 처참한 성적을 거두었지만, 다행히 DRC의 요청과 국가의 지원을 받아 최종 ‘DRC 파이널 대회’에 참여할 수 있었다.

KAIST는 DRC휴보를 더 가다듬어 완벽하게 개량한 ‘DRC휴보Ⅱ’를 만들었고, 이 휴보로 결국 DRC 파이널 대회에서 감격의 우승을 차지하게 되었다. 최종 결선 경기에서 8단계 수행임무를 44분 28초만에 완수해 1위를 거머쥐었으며, 2위와 3위 팀 역시 만점을 받았지만 시간에서 승부가 갈렸다. 우승 상금은 200만 달러지만 2위에게도 100만 달러가 주어졌고, 3위는 50만 달러를 받았다.

‘휴보 아빠’ 오준호 교수는 DRC 파이널 대회 우승에 대해 “기술적인 진보를 한층 더 크게 이룰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로봇기술은 실제 재난구조 상황에 투입될 만큼 완성됐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오 교수는 “미국이나 일본의 로봇은 수십 년 동안 대규모 연구비를 투입해 개발한 것이므로, 이번에 1등을 했다고 우리가 가장 기술이 뛰어나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면서 “김연아 선수가 피겨스케이트 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했지만 그렇다고 우리나라를 피겨 강국으로 부르긴 무리가 있지 않느냐”라고 몸을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국가적 역량을 높이려면 갈 길이 먼 만큼, 더 뛰어난 로봇기술 개발을 위해 정진하겠다는 의미이다. 그러면서 오 교수는 “실생활에서 로봇이 재난, 구조 활동에 참가하려면 더 큰 기술적 진보가 필요한 만큼 꾸준히 연구개발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휴보는 한국형 인간형 로봇 생태계의 원조
이미 휴보는 당당한 세계 인간형 로봇 연구의 한 축이다. 인간형 로봇을 연구하고 싶은 여러 나라 과학자들에게 좋은 연구장비가 되기 때문이다. 사실 휴보는 국내보다 미국에서 더 인기가 높다. 폴 오 드렉셀대학교 교수팀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재미휴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휴보센터는 2010년에 휴보 8대를 무더기로 해외에 수출하기도 했다. 미국 미시간공과대학교(MIT), 카네기멜런대학교, 퍼듀대학교, 버지니아공과대학교,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 등 6개 학교이다. 싱가포르 국책연구기관인 ‘정보통신연구소’도 2대를 샀다. 그 이후 세계적 IT기업 구글도 휴보2를 2대나 사 갔고, 우리나라 한국원자력연구원도 DRC휴보Ⅱ 1대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로봇혁명’ 속에서 우리나라는 어떤 변화를 추구해야 할까. 전통적으로 뛰어난 기계 제어기술을 가진 나라는 실제로 세계적으로도 강한 힘을 갖고 있다. 사실상 미국이 전반적으로 가장 앞서고 일본과 유럽이 비슷한 수준으로 해석된다. 그 다음으로 우리나라 정도를 꼽고 있다. 이런 정밀 로봇공학기술의 집결체가 인간형 로봇이다. 실제로 고성능 인간형 로봇을 만들 수 있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얼마 되지 않는다. 미국·일본·한국·유럽 정도다. 아직 인간형 로봇이 실용화 수준에 도달할 거라고 장담하긴 무리가 있다. 로봇이 문고리 하나 비틀어 열고, 밸브 하나 잠그는 데 5분, 10분씩 걸린다. 뭔가 일을 시키려면 사람이 일일이 동작 순서를 조정해 주느니 직접 자기 손으로 하는 게 더 빠르고 편하다. 게다가 가정에서 누가 몇억 원씩 주고 이런 로봇을 사다 쓸 수 있을까?

하지만 방사능이 가득 찬 재난현장 복구, 우주탐사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런 아직은 활용도가 낮은 로봇이라도 개발하고 투입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물론 이 기술의 파급효과는 덤인 셈이다. 휴보 팀의 DRC 우승을 놓고 ‘한국 과학기술의 변혁을 일으킬 만한 기념비적인 사건’이라고까지 말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관건은 ‘로봇 강국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오준호 교수가 평소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다. 평소 공부를 안 하던 학생이 한 달 정도 공부해 평균 80점을 받는 것은 쉽다. 하지만 95점 맞던 학생이 100점을 맞으려면 1년 내내 공부해도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로봇산업은 로봇 휴보의 고군분투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은 5점의 점수를 채우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집중과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그것이 미래 사회에 우리 ‘기술 한국’이 나아갈 중요한 방향 중 하나가 아닐까.

'휴보, 세계 최고의 재난구조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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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DRC)로 본 세계 로봇기술의 현주소
전승민 지음 | 248쪽 | 15,000원
예문당 펴냄

조규남  ceo@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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