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족 로봇 치타와 함께 한 김상배 교수(오른쪽 앞줄 두번째)

“5~10년 안에 재난 현장에 긴급재난 구조로봇(robo-rescuer)이 배치될 수 있을 것이다.”

MIT 기계공학과 김상배 교수가 ‘MIT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5~10년안에 불 속을 통과하고, 벽을 격파하며,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고, 가스 밸브를 잠그는 로봇이 실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다는 것.

김 교수는 오래전 도마뱀을 모사한 로봇으로 일약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지금은 MIT '생체모방 로봇연구소(Biomimetic Robotics Laboratory)’를 이끌고 있는 세계적 로봇 과학자다. 최고 속도를 자랑하는 치타 로봇, 2족 원격 제어 로봇인 ‘헤르메스(HERMES)’ 등 주목할만한 연구 업적으로 로봇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 교수는 “빌딩에 화재가 발생해 유독 가스가 누출되면 사람이 접근하기 힘들다”며 “이 같은 상황에선 로봇이 현장으로 들어가 가스 밸브를 잡그는 일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MIT 생체모방연구소가 문을 열고, 벽을 돌파하고, 밸브를 잠그는 서비스 로봇 개발에 열정을 불태우는 이유다. 이를 위해 생체 모방, 인간의 의사결정, 기계적인 설계 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사람 보다 큰 잠재력을 갖고 있는 긴급재난 구조로봇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김 교수는 지난해 MIT 테뉴어 교수가 됐다. 이를 계기로 긴급재난 구조 로봇을 만들기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생체 모방연구소에서 그동안 연구해온 4족 치타 로봇과 원격 조작 2족 로봇 ‘헤르메스’ 기술을 결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MIT뉴스는 이번에 김 교수를 인터뷰하면서 김 교수의 개인적인 이력도 소개했다. 연세대 기계공학과 출신인 김 교수는 군에서 제대한 후 로봇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학과내에 로봇에 관한 공식 프로그램은 없었지만 특정 임무 수행 로봇 개발 학과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로봇에 큰 호기심이 생겼다.

대학 4학년때 김 교수는 보급형 3D스캐너를 개발했고, 다른 학생들과 함께 '솔루션닉스(Solutionix)'라는 스타트업을 통해 제품을 런칭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자신이 제품의 성숙 단계보다는 개발 초기 단계에 더 큰 열정을 갖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 같은 열정이 그를 스탠포드대 유학으로 이끌었다. 그는 스탠포드에서 삶을 바꾸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볼수 없었던 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환경 때문에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다는 것.

김 교수는 마크 컷코스키(Mark Cutkosky) 교수 연구소에 합류하면서 생체 모방 로봇 개발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연구팀은 벽을 올라가는 도마뱀 로봇을 개발, 주목을 받았다. 김 교수는 연구 동료들과 함께 도마뱀 로봇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설립했으나 곧 학교로 돌아왔다. 하버드대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으면서 ‘메쉬웜(Meshworm)’이라는 소프트 자율 로봇 개발에도 참여했다.

그의 관심은 큰 로봇으로 옮겨갔다. 2009년 MIT 교수로 오면서 생체모방 로봇연구소를 설립, 4족 치타 로봇 등 큰 로봇 개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치타가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동물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껴 치타 로봇 개발에 혼신의 힘을 다한 것이다. 김 교수는 로봇 개발과 함께 ‘2.007’이라는 클래스 등 여러 클래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데도 열정을 쏟고 있다. 2013년부터 '생체 영감 로보틱스(Bioinspired Robotics)' 관련 클래스도 운영하고 있다. 동물의 동작과 바이오메카닉스를 응용한 로봇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김 교수는 사람의 동작에도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다. 10년전부터 사람들의 테니스 스윙동작에 관해 연구 중이다. 사람의 동작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근육의 기능을 연구, 향후 로봇에 적용하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