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에는 무선 조종기로 움직이는 잔디깎는 로봇이 돌아다니고 스프링클러는 시시때때로 정원에 물을 뿌려준다. 하이테크 온실에서는 자동 분무(mist)를 유도하는 습도 센서가 달려있고 지붕에 흘러내리는 물은 온실의 온도를 조정해준다.’
2017년에도 유효한 이 장면은 60년전 일어난 일들이다. 주 무대는 1959년 런던에서 열린 첼시 플라워 쇼. ‘IEEE 스펙트럼’은 오래된 사진을 통해 기술의 무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리즈에서 ‘게으름뱅이를 위한 잔디 손질(Lawn Care for the Lazy)’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1959년 '첼시 플라워 쇼'에는 엘리자베스 2세가 등장해 ‘H.C.Webb & Co.’의 잔디깎는 기계를 체험한다. 무선으로 조종되는 이 기계는 더 타임즈의 ‘내일의 정원(Tomorrow's Garden)’으로 데뷔했으며 이듬 해 파리의 '미라클 가든 전시회(Miracle Garden Exhibition)'에서도 등장했다. 여왕과 필립 왕자가 잔디깎는 기계를 보는 장면이 마치 요즘 사람들이 로봇 시연을 보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1960년 9월 발간된 ‘무선 제어 모델과 전자기기(Radio Control Models and Electronics)’는 이 기계를 ‘게으른 정원사가 꾸는 천국의 꿈’이라고 불렀다. 최고 속도는 시간당 3km 정도이고 최대 0.4km 떨어진 곳에서 무선 작동이 가능하다. 한 쌍의 12V 자동차 배터리는 1/4 마력 전기 모터를 구동해 약 2시간 반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잔디깎는 기계를 조작해본 기술자는 작동이 매우 쉽다고 답했다. “몇 차례의 예비 실행 후 곧 조작에 능숙해졌고 꽃무리 주변에서 가장 복잡한 작업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들뜨는 바람에 방향을 바꾸는 것을 잊어버려 잔디깎는 기계가 갑자기 작은 나무 앞에서 멈춰버렸다”는 사용 후기를 남겼다.두 손으로 잡아야만 작동이 가능한 큰 리모컨은 잔디깎는 기계 이외에도 스프링클러를 켰다 껐다 할 수 있다. 또 첼시 플라워 쇼에서 하이테크 온실도 함께 선보였는데 광 스펙트럼 형광 조명, 자동 분무를 유발하는 습도 센서, 녹색 물을 퍼부어 온실을 식힐 수 있는 유리 지붕 등이 특징이다.
‘Farm Implementation and Machinery Review’의 한 기자는 잔디깎는 기계가 “큰 시계 태엽 마우스처럼 굴러 갔다”고 쓰면서 “그러나 이러한 시제품이 농업 공학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