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로봇공학자(Young Robot Engineer)' 코너는 한국로봇학회와 로봇신문이 공동으로 기획한 시리즈물로 미래 한국 로봇산업을 이끌어 갈 젊은 로봇 공학자를 발굴해 소개하는데 있다.

여섯번째 인터뷰어는 영남대학교 기계공학부 서태원 교수다. 1983년생인 서 교수는 마산 출신으로 진주 명신고를 거쳐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에서 학사 및 석ㆍ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 2월 석사과정 졸업 후 2008년 8월 박사 과정을 마치는 동안 서울대와 미시건대 기계공학과 S.M.Wu 제조연구센터에서 방문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와 미국 카네기멜론대 나노로보틱스연구소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거쳐 2010년 9월부터 현재까지 영남대 기계공학부에서 교수로 근무하고 있으며, 창의로봇설계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다. 2015년 7월부터 2016년 7월까지 1년간 UC버클리 생체모방 밀리시스템연구소에서 방문 교수를 했다.

주요 연구분야는 △로봇 플랫폼 설계 및 제어 : 수중로봇, 생체모방로봇, 등반로봇, 장애물 극복 로봇 (underwater,bio-inspired, climbing, field robot design and control) △메커니즘 분석 : Serial and parallel mechanism, redundant mechanism, geometrical analysis, optimization 등이다.

Q. 최근에 하고 있는 연구를 소개해 주신다면...

A. 저는 로봇 시스템 메커니즘 설계에 관심이 많습니다. 최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것은 벽타고 올라가는 로봇을 대학원생과 꾸준히 하고 있고, 수중에서 매니퓰레이션하는 연구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제가 가르쳤던 석사 졸업생 3명이 연구발표를 했는데 주제가 모두 달랐습니다. 1명은 매니퓰레이터인데 중력을 보상하는 연구였고, 1명은 산업계 관련 연구인데 공작기계를 보면 공구를 교환하는 터렛장치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을 로보틱스에 있는 링키지 구조를 이용해 툴을 계속 변환해 주는 장비를 만드는 것이 하나였고, 나머지 1명은 장대높이뛰기 원리를 로봇에 적용하면 장애물을 조금 쉽게 액추에이터 추가 없이 넘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연구하는 것 입니다. 다이내믹스부터 시뮬레이션 실험까지 3가지 주제였습니다. 최근 관심이 있는 분야는 이 정도인 것 같습니다.

▲ 바퀴벌레 조향로봇

최근 이러한 다섯 가지 주제 외에도 물 위를 달리는 형태의 로봇을 최근 석사 졸업생과 공동으로 연구한 게 있는데 물과 땅을 동시에 달릴 수 있는, 배처럼 가는 게 아니라 걸어갈 수 있는 로봇을 설계해 실험하고, 꼬리도 달아서 조향도 하는 연구입니다. 또 최근 UC버클리 갔을 때 바퀴벌레 형태의 로봇인데 무게가 30그램 정도입니다. 로봇이 너무 가벼워 빨리 달릴 수 있는데 조향을 어떻게 할지, 방향전환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연구입니다.

설계란 메커니즘 분야이기 때문에 무엇 하나를 한다고 국한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주제가 주어지면 뭔가 솔루션을 찾아내는 과정을 공부하는 것에 연구도 그렇고 관심이 많습니다.

Q. 로봇 플랫폼 설계 및 제어 분야가 주요 연구분야인데 관련 분야의 최근 동향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A. 로봇 설계 동향을 보면 제가 관심 많은 분야는 하드 형태의 로봇을 소프트하게 만들어 실제 적용할 수 있는 형태로 주로 산업용 로봇이 대부분입니다. 이 분야의 제일 이슈는 휴먼과 로봇이 인터랙션하면서 작업하는 형태로 독일이나 미국도 많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 디자인 쪽에서 또 하나의 키워드는 제가 직접 많이 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프트 로봇 분야로 디자인을 바꿔 오히려 제어없이 소프트하게 인터랙션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결국 인터랙션 문제로 접근방법이 하드한 것이냐, 소프트한 것이냐의 문제가 제일 많이 대두되고 있고, 저널도 많이 생기는 추세입니다.

▲수륙 양용 로봇

Q. 우리나라에도 로봇 설계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으신가요?

A. 로봇 설계라 하면 로봇이 워낙 많기 때문에 카이스트 휴보 같은 경우도 로봇을 설계하는거라고 보여집니다. 제가 하고 있는 것은 메카니즘 설계입니다. 저처럼 디자인쪽에 오리엔트해서 설계하시는 분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연구자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제가 좋아하는 연구와 관련해 보면 고려대 송재복 교수님도 계시고, 사실 앞서 설명한 매니퓰레이터도 송재복 교수님 연구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한 것이고, 성대 최혁렬 교수님도 예전에 파이프 올라가면서 청소하는 로봇을 설계하셨었는데, 저도 등반로봇을 하다보니 대단하시다는 생각도 들고 디자인도 아주 잘하시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가장 자극을 많이 받은 교수님이 한국기술교육대에 계시는 김용재 교수님인데, 로봇 팔이나 하드웨어 설계하시는것 보면 아주 감탄스럽습니다.

Q. 관심분야중에 리던던트 메카니즘(redundant mechanism)이라고 있는데 어떤 것인가요?

A. 보통 하나의 움직임을 위해서는 하나의 모터만 있으면 됩니다. 그런데 예를 들어 3개의 움직임을 하고 있는데 7개의 모터를 써서 뭔가 다른 측면에서 장점을 가져가는, 더 다양한 작업을 한다든지 하는 것을 리던던트 자유도가 있는 경우라고 하고, 필요한 것 보다 더 많이 써서 다른 것을 포함한 작업을 하는 형태를 리던던트 액츄에이션이 있는 경우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리던던트한 동물의 예로는 뱀을 들수 있는데 뱀은 앞으로 쭉 가면 되니까 모터가 필요 없을텐데 관절이 엄청나게 많지 않습니까. 그것 때문에 미미한 움직임도 되고 사이드와인딩도 되고 지렁이 같이 갈수 있습니다. 그러한 시스템과 비교해서 보시면 로봇도 뭔가 이러한 것을 하려면 모터를 몇 개 달면되는데 더 추가해서 강성을 조절한다든지 혹은 작업할 때 장애물을 회피한다든지 하는 것 들을 80년대부터 많이 연구해 왔습니다. 제일 유명하신 교수님이 스탠포드의 오사마 카팁(Oussama Khatib) 교수님이나 이태리 부르노 시실리아노(Bruno Siciliano) 교수님 같은 분이며 박사학위때 부터 연구를 시작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말로는 이러한 것을 과구동 혹은 여유자유도라고 하는데, 자유도가 많은 경우는 여유자유도, 구동이 많은 경우 액추에이션 일때는 과구동 또는 여유구동이라고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대 박종우 교수님도 세계적인 대가이시고, 저희 영남대 이재원 교수님도 기구학에 관심이 많으셔서 같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작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UC 버클리 바이오미메틱 밀리시스템 연구소에서 방문 교수를 하셨는데 어떤 연구를 하셨나요?

▲ 바퀴벌레로봇

A. 이 연구실이 최근 바퀴벌레 로봇을 종이 접기 형태로 가볍게 만든 다음에 하이퍼포먼스가 나오는 즉, 빠르거나 혹은 날아가거나 하는 로봇들을 하면서 유명해졌습니다. 바퀴벌레 로봇의 형체인데 종이와 폴리머를 이용해 다리만 붙이면 모터 하나를 이용해 다리가 3개가 붙어서 돌아갑니다. 제가 설계해서 디자인한 것은 아니고 방문교수 기간 동안 이것을 이용해 어떻게 하면 조향을 잘 할수 있을까를 로날드 페어링(Ronald S. Fearing)교수님과 매주 회의를 하면서 연구했습니다. 한번은 이 두개를 연결해서 가운데다 컴플라이언트한 조인트를 붙이면 서로 도와가면서 조향이 쉽지 않을까 해서 아이디어를 내 만들어 보았는데 생각보다 성과가 좋아서 논문도 발표했습니다. 최근에는 이 연구실이 점프하는 로봇으로 사이언스 로보틱스라는 새 저널이 창간호에 소개되었는데 점프를 바닥에서 했다가 벽에서 점프를 또 하는 멀티플 점프가 가능한 로봇입니다. 아이디얼하게 보면 벽과 벽 사이를 뛰어가면서 점프하는게 목표입니다. 점프하려면 에너지를 축적해서 릴리지를 해야 되는데 한 번 뛰는 것은 쉽지만 연속 점프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런 메카니즘을 인정받아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소개된 것 같습니다. 이게 파워모듈레이션이라는 기술인데, 모터가 낼 수 있는 파워보다 순간적으로 파워를 키우는 기술로 동물들이 사용하는 기술입니다.

▲ 매니퓰레이터

Q. 로봇 설계, 제어 연구를 하시다 보면 어떤게 제일 힘드신가요?

A. 로봇이라는게 되게 복잡고 설계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또 제가 교수이니 학생들을 통해 연구를 하게 되는데 학생들한테 설계라는 것을 가르치는게 만만치 않습니다. 사실 제가 대학 다녔을 때 생각해 보면 사실 학부 다닐 때는 설계라는 것을 전혀 몰랐습니다. 대학원 졸업할 때 한두개 정도 설계를 해 봤다 정도였는데, 이것을 학생들을 통해 설계 기술을 익히고 연습해서 좋은 시스템을 설계해야 되는데 그게 어렵습니다. 최근 가장 큰 고민은 연구년 갔다와서 느꼈는데 과연 설계를 어떻게 하면 학생들한테 잘 가르칠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저는 요즈음 연구적인 측면보다 교육적으로 고민이 더 많습니다. 대학원생뿐만 아니라 학부생도 결국 회사에 입사하면 설계 작업을 해야 합니다. 회사가 공대를 나와도 학생들이 할 수 있는게 없다는 불만들을 하는데 그게 설계를 못해서 그렇다고 봅니다. 실제로 학생들이 4년동안 설계를 해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설계를 잘 가르칠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고 있고 우수한 학교들 커리큘럼도 많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 장대높이뛰기로봇

Q. 로봇을 특별히 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대학원 들어갈때는 개인적으로 로봇에 대한 관심보다는 설계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연구실 이름도 견실설계공학연구실인데 견실이라는게 로버스트(Robust), 튼튼한, 힘센 이런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연구실이 저한테 제일 맞을 것 같아 지원했고 거기서 시작한게 병렬기구 구조, 스테이지를 4~5년정도 연구했습니다. 그러다 설계를 하는데 제일 재미있는 분야가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로봇 분야에 관심이 있어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CMU를 가게 되면서 메틴 씨티(Metin Sitti)교수 지도하에 소형 마이크로 로봇부터 바이오 인스피레이션 로봇을 만들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병렬기구부터 로봇이기 때문에 기구학적인 해석 기법이라든지 다이나믹스 제어기법 모두 로봇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그전부터 로봇을 사실 하고 있었다고 보는것이 맞을 듯 싶습니다. 로봇에 대한 관심은 워낙 예전부터 있었기 때문에 설계에 대해서 관심을 갖다 어플리케이션을 어떻게 잡을까 하다 로봇을 선택하게 된 것 같습니다

Q. 나에게 로봇이란 질문을 던진다면...

A. 로봇이라는게 종류가 많아 인간과 비슷하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고, 자연모사도 하고 합니다. 나에게 로봇이란 이 질문의 답이 될지 모르겠지만 저는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하기 힘들거나 사람이 하기 싫은 일들을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이슈가 많이 되는게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것인데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로봇이 사람이 쉽게하는 일을 대체하는게 아니고 사람이 하기 힘들거나 사람이 못하는 일들을 대체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자동화 공정이나 인더스트리얼 로봇쪽으로 조금 오리엔트 되어 있을수 있습니다.

▲ 연구원들과 ICROS2016 행사장에서 단체사진

Q. 앞으로의 꿈과 목표가 있다면...

A. 첫 번째 꿈은 사람이 하기 힘든 것들 중에 로봇 공장자동화라든지 아니면 벽면 청소 같은 것들을 할 수 있는 로봇을 실제 상용화 해보고 싶습니다. 어떤 사이언스티픽한 것을 집중적으로 분석한다든지 아니면 휴머노이드 같은 연구를 해서 뭔가 멀티펑션한 것을 만드는게 비젼은 아니고 제 연구목표는 단순하더라도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그리고 사람이 하기 힘들거나 사람이 하기 싫은 것들을 대체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드는게 꿈입니다. 또 하나 꿈은, 사실 어떻게 보면 더 어려은 문제인데 설계교육을 학생들한테 잘해서 학부생들이나 석사과정 학생들이 어디 가서도 ‘나 설계 좀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커리큘럼도 한번 잘 짜보는게 최근 고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최근 학생들에게 조립분해 같은 것도 시켜보고, 또는 상용품을 뜯어 3D모델링 하는 연습을 시켜보기도 하고 있습니다.

Q. 로봇을 전공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 준다면...

A. 제가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로봇은 재미있다는게 제일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그 다음에 로봇이 차세대 시장이라는 것은 100% 확신하고 있습니다. 이 두가지만 가지고도 해 볼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문제점은 로봇이 복합적인 학문이고 융합적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공부하는데 오래 걸리고 쉽지 않기 때문에 끈질기게 하면 좋겠고, 기초 학문을 너무 등한시 하지말고 고등학생 수준에서도 로봇을 만들수 있지만 기초 학문인 수학이나 물리를 조금 깊게 공부할 생각을 하고 로봇을 접근했으면 좋겠습니다.

▲ 등반로봇

Q. 로봇 디자인과 제어가 메인 관심 분야이기는 하지만 로봇분야에서 제일 유망한 분야를 꼽는다면...

A. 지금 제일 핫한 분야는 아무래도 인공지능 분야인 것 같습니다. 저도 버클리에 있을때도 버클리, 스탠포드, 실리콘밸리쪽이 워낙 이런것에 핫한 코어지역이다 보니 급변하는 것을 계속 보고 공부했었는데 상당히 유망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로봇이라는게 모션을 만들어 내야하는 건데 모션을 만드는게 사실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기계공학이나 제어공학이 상당히 오랫동안 시도했지만 아직까지도 만족스러운 상태는 아니지않습니까. 그런 측면에서 봤을때 오히려 소프트한것을 조금 집중해서 발전시켜 놓고 로봇은 발전이 조금 느리니까 길게 보고 해야되는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단기간에 뭔가를 빨리하기를 원한다면 인공지능도 유망하다고 봅니다.

Q. 미국의 로봇기술 강점은 어떤게 있을까요?

A. 버클리에서 많이 느낀 것은 교육을 상당히 많이 시킨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대학원 들어오면 바로 연구에 투입해 연구를 위한 수업을 듣고 하는데 버클리는 2~3년정도는 연구를 거의 안하고 수업만 합니다. 수업의 프로젝트들을 상당히 어렵게 만들어 기초를 탄탄하게 쌓고 박사를 졸업할 때 쯤 연구를 시작하게 되는데, 그것도 프랙티스적인 것은 많이 없고 대부분 사이언스틱한 것을 많이 시작합니다. 제 생각에는 이게 중요하다고 보는게 결국 그것이 하나를 찾는 길입니다. 사이언스틱하게 뭔가 하나를 찾아 낸다면 그 파장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런 연구도 하나 싶을 정도의 연구들도 상당히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것들이 결국 실현된다면 실현되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연구들이 파급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프랙티스가 없으면 과제화되기 어려운데 그런데서 차이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 수중로봇

Q. 국내 로봇산업 발전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A. 학교 근처에 서비스 로봇 회사 보다는 산업용 로봇 회사들이 있습니다. 이 회사들이 모두 로봇에 관심은 많은데 인력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CEO분들은 비전을 가지고 뭔가 시도를 하고, 투자하고 싶은데 밑에서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남대 로봇기계공학부도 장점이 조금 있을 것 같습니다. 로봇은 기계+전기+컴퓨터 어떻게 보면 바이오까지 최근에는 들어가고 하니까 교육쪽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우수한 인력을 배출하는게 제일 중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