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팬지가 스파이 동물의 카메라쪽을 손가락으로 가르키고 있다.(사진:BBC)

‘동물의 왕국’과 같은 자연 다큐멘터리에 동물을 그대로 모사한 로봇이 투입돼 보다 생생한 동물 생태계 영상을 담을 수 있게 됐다. 동물 로봇이 실제 동물들과 어울리면서 동물의 사랑ㆍ우정ㆍ슬픔ㆍ 동정심 등을 생생하게 기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30여개의 동물 로봇을 투입해 촬영한 자연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야생의 스파이(Spy in The World)’를 1월 12일부터 방송한다. 이번 다큐를 제작한 '존 다우너 프로덕션' 측은 들개, 원숭이, 침팬지, 오랑우탄, 거북이, 악어 등 30여종의 동물 로봇을 제작해 실제 동물의 세계에 집어넣었다. 이 로봇은 소형 카메라를 내장하고 있으며 원격 제어가 가능하다. 로봇 제작에는 로봇과학자, 아티스트, 프로그래머 등이 참여했다. 오랑우탄 로봇 제작에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갔는데 실제 오랑우탄의 털을 일일이 심는 작업에 많은 시간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 악어 입속에 들어가 있는 새끼 악어 로봇(사진:BBC)

과학자들은 동물들이 동물 로봇을 자신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꼬리를 흔들거나 복종적인 자세를 취하는 등 동물별로 습성을 파악해 재현했다. 이 다큐 제작에는 총 3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이들 스파이 로봇은 실제 동물들 속으로 들어가 그들 구성원의 일원이 돼 동물의 일상을 관찰했다. 제작팀 관계자는 “다큐 제작 과정에서 동물들도 인간과 똑같이 사랑하고 슬퍼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투입된 로봇들은 단순히 영상을 촬영하는 것 뿐 아니라 동물들을 유인하는데도 활용됐다. 실제 인도 라자스탄 지역에 사는 원숭이들은 제작팀이 투입한 어린 원숭이 로봇을 무리로 받아들였으나 사고로 로봇이 죽었다고 생각해 함께 슬퍼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거북이는 거북이 로봇을 진짜 동물로 착각해 짝짓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코끼리 집단에 투입된 거북이 로봇은 코끼리의 폭력적 행동으로 망가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코끼리는 처음에는 거북이 로봇을 받아들였으나 나중에는 폭력 행위를 했다. 또한 악어는 갓 부화한 새끼 악어 로봇을 입안에 올려놓고 움직이거나 물속으로 옮기는 동작을 하기도 했다. 제작팀은 새끼 악어 로봇이 물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방수 기능을 넣기도 했다. 제작팀은 동물 로봇의 도입으로 동물의 실제 생활에 보다 가깝게 갈 수 있게 됐으며 동물들의 감정 상태나 사회적인 행동까지 잘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