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로봇산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IROS 2016, ROSCON 2016 등 로봇 분야 국제 컨퍼런스가 국내에서 개최돼 우리 로봇 산업계의 위상을 한층 높였으며, 인공지능 컴퓨터인 알파고와 이세돌 9단간 세기적 바둑 대결이 벌어져 인공지능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절정에 달했다. 그런가 하면 국내 로봇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산업부와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등 주요 기관의 정책 담당 책임자와 사령탑이 바뀌었으며, 범부처 차원의 로봇산업 발전방안도 확정발표됐다. 평창 동계올림픽 로봇지원단이 발족하고 국내 대기업들의 로봇사업 진출 소식도 속속 나왔다.

로봇신문은 2016년을 마감하며 올해에도 국내외 로봇계를 정리하는 굵직한 사건 10가지를 선정했다. 로봇기술 발전 기여도·로봇연구자 관심도·국민적 관심도·로봇대중화 기여도 등을 고려했다. 27일에는 '국내 10대 로봇 뉴스'를 소개하고 이어 28일에는 '해외 10대 로봇뉴스'를 소개한다.

① 인공지능(AI) 열풍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인 ‘알파고’와 이세돌 9단간 바둑대결은 우리나라에 인공지능에 대한 열풍을 불어왔다. 처음 인공지능과의 바둑 대결 소식이 들릴 때만해도 이세돌이 낙승할 것이라는 예측이 압도적이었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알파고의 압승으로 나타났다. 이를 계기로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높아졌다. 정부는 향후 민간 투자분을 포함해 3조5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인공지능 개발을 지원한다고 발표했고, 대기업이 대거 참여하는 인공지능 연구원도 설립됐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세계적인 인공지능 시스템인 왓슨의 국내 진출 소식이 이어졌고 그동안 국내 출연연구기관과 기업들이 참여해 개발한 인공지능이 장학퀴즈에 등장해 참가자들과 기량을 겨루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② 로봇 국제학술대회 개최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국제로봇학술대회인 ‘IROS 2016(IEEE/RSJ International Conference on Intelligent Robots and Systems)’이 지난 10월 9일부터 14일까지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리면서 세계 로봇과학자들의 이목이 한국에 쏠렸다. 올해로 29회째인 이 행사는 인공지능ㆍ자율주행차ㆍ의료 로봇 등 핵심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논문들이 발표되었다. 세계 40여개국 로봇 관련 분야 과학자들과 기업체 연구원 2200여명이 참가해 로봇기술의 발전 방안을 논의하고 신기술을 소개했다. IROS 2016 뿐 아니라 오픈소스 로봇 운영체제인 ROS 분야 국제 컨퍼런스인 ‘ROSCON 2016’도 열렸다. 특히 국내 최대 로봇 전시회인 ‘로보월드 2016’과 ‘ROSCON 2016’, ‘IROS 2016’ 등 대형 행사들이 연이어 열리면서 우리의 국제적인 위상은 한층 높아졌다.

③ 소프트 로봇 개발 본격화

미래부는 올해부터 최장 7년간 약 125억원을 투자해 소프트 로봇 개발을 지원키로 하고 서울대 ‘인간중심 소프트로봇 기술연구센터’를 ‘2016년 하반기 소프트 로봇 분야 선도연구센터 지원사업(ERC)’으로 선정했다. 소프트 로봇 ERC는 현재 기초연구수준인 소프트 로봇을 상용화해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센터는 5개 내외의 소프트로봇 시제품 개발과 성능평가까지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소프트로봇 ERC를 통해 현존 로봇기술로 구현하기 어려운 극한 환경에서의 정찰로봇, 의료기기로봇, 웨어러블 로봇 등 소프트로봇 활용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④ 현대로보틱스 설립

국내 최대 로봇업체인 현대중공업의 로봇사업부가 ‘현대로보틱스’로 분사했다. 현대로보틱스가 출범함에 따라 현대그룹은 로봇사업의 전문성을 더욱 확대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설된 현대로보틱스는 대구시 달성군 테크노폴리스에 본사와 공장에 대한 증개축에 착수, 이전을 완료할 계획이다. 현대로보틱스는 또한 테크노폴리스에 1500억원을 투자해 의료로봇과 산업용로봇을 생산하기로 했다. 신설 공장은 각종 설비와 기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스마트 팩토리로 설계된다. 생산 자동화 라인을 적용해 생산 규모를 현재 연간 4800대에서 8000대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사업도 현재 산업용 로봇에서 의료로봇, 인공지능 로봇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⑤ 로봇 정책라인의 변경

올해 로봇산업 정책과 집행을 책임지는 정부 부처와 주요 기관의 정책 총괄 책임자와 사령탑이 전부 바뀌었다. 산업부의 시스템산업정책관과 기계로봇과장이 바뀌었고 한국로봇산업진흥원과 한국로봇산업협회 등 기관의 사령탑이 바뀌었다. 게다가 정부와 민간 및 정부 출연연구기관간 가교 역할을 담당하고, 정책 발굴을 주도해왔던 로봇 PD도 새로운 인물로 채워졌다. 이처럼 로봇 정책 라인과 관련 기관 사령탑이 한꺼번에 바뀐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번에 바뀐 정책 라인과 주요 기관 사령탑에 거는 업계의 기대감도 높다.

⑥ 대기업 로봇 사업 속속 진출

올해는 대기업들의 로봇사업 진출이 속속 이뤄졌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산업부와 공동으로 3년간 167억5천만원을 투자해 차세대 보급형 제조로봇을 개발하기로 한데 이어 올해는 LG전자, 네이버, 현대자동차 등이 로봇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LG전자는 롤링 봇을 국제 박람회에 출품한데 이어 인천국제공항에 서비스용 로봇을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네이버는 지난 2013년 설립한 기술연구조직인 ‘네이버랩스’에서 로보틱스와 자율주행 조직을 분리해 별도법인으로 설립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네이버는 지난 10월 개막한 개발자 컨퍼런스인 ‘데뷔(DEVIEW) 2016’에서 음성인식, 자율주행, 로봇 등 신기술 성과를 발표했다. 이동형 로봇인 ‘M1’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현대자동차도 현재 개발 중인 웨어러블 로봇 기술을 공개, 로봇산업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다.

⑦ 산업부,로봇산업발전방안 확정 발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1월 정만기 1차관 주재로 ‘로봇산업정책협의회’를 개최하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로봇산업 발전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정부는 로봇산업에 향후 5년간 5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첨단 제조로봇 활용 스마트공장 고도화, 서비스 로봇 공공 수요 발굴, 첨단 로봇 상용화센터, 휴머노이드 로봇연구센터, 지능형 로봇법 개정, 로봇부품연구조합 설립 등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정부는 로봇 로드맵도 새로 만든다.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해 산‧학‧연‧관 합동으로 로드맵을 수립하여, 로봇분야 기술개발 추진방향과 분야별 투자전략을 중장기적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6대 로봇연구기관의 주도로 학계와 산업계가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로드맵 수립 위원회’를 구성해 2017년 2월까지 수립해 발표할 계획이다.

⑧ 세계 2위 산업용 로봇 국가 부상 및 스마트 공장 사업 가속화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산업용 로봇 국가로 받돋움했다. IFR(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중국이 지난해 6만8천대의 산업용 로봇을 공급했으며 우리나라는 3만 7천대를 공급, 일본의 3만 5천대를 앞섰다. 우리나라가 일본을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로봇산업은 여전히 높은 해외 의존도를 보이고 있으며 핵심 기술이 취약해 해외로 적극 진출하는데는 한계를 나타냈다.

우리나라가 세계 제2의 산업용 로봇 국가로 부상한 것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 공장 육성 정책과도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산업부는 올해 말까지 2700개사, 2017년말까지 4000개사에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하는 등 2020년까지 1만개 보급 목표를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목표다.

⑨ 평창 동계올림픽 로봇지원단 출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평창동계올림픽 로봇지원단’을 지난 7월 출범시켰다. 이와 함께 동계 올림픽 개최 기간에 맞춰 스키로봇 국제경진대회, 글로벌 로봇·인공지능 융합포럼, 글로벌 로봇캠프, 2018 드론쇼 코리아 등 대형 행사가 열린다.

평창동계올림픽 로봇지원 사업을 실무적으로 주도할 사무국은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 설치됐다. 로봇지원단은 올림픽에 투입되는 로봇의 개발·공급·운영에 관한 총괄 기획, 집행, 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이 단장을 맡고 총감독은 카이스트 오준호 교수, 감독은 박현섭 전 로봇 PD가 맡았다.

⑩ 지방 로봇 개발 거점 활성화

지난 2012년부터 정부가 추진 중인 로봇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이 내년 6월 종료됨에 따라 대구 로봇클러스터 조성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에 따라 대구가 로봇산업의 메카로 받돋움하고 있다. 이어 광주 마이크로 의료로봇센터, 부산 해양로봇센터 등이 올해 속속 준공했으며 포항에 있는 로봇산업융합연구원에는 '국민안전로봇사업단'이 개소했다. 이처럼 각 지역에 전문 로봇 연구 활동 거점이 탄생하면서 전문 로봇 기술의 발전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