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를 구할 것이다”

글로벌 투자운용 회사인 모건스탠리 수석 글로벌 전략가(신흥시장 총괄대표)인 ‘루치르 샤르마(Ruchir Sharma)’는 최근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향후 전세계적으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노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로봇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기보다는 노동의 중요한 자원(pool)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루치르 샤르마는 ‘브레이크아웃 내이션’, ‘국가의 성쇠-포스트 위기 세계에서의 변화의 힘’이란 저서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UN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는 오는 2050년 현재의 73억명에서 100억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신-맬서스주의자들은 이처럼 인구가 증가하면 식량 위기가 생기고 반이민주의자들이 국경봉쇄 등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신-러다이트주의자(neo-Luddites)들은 로봇의 부상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루치르 샤르마는 이 같은 시각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세계 인구가 오는 2050년까지 25억명 증가하지만 중요한 것은 인구의 절대 수가 아니라 인구 성장률이라고 주장한다. 인구 성장률은 지난 1960년대 정점에 이른 후 절반까지 떨어졌다. 여성은 점점 더 적은 아이를 출산하고 있으며 칠레부터 중국에 이르기까지 많은 국가들에서 15~64세의 노동 인력은 감소 추세에 있다. 반면에 의료와 헬스케어 기술의 발전에 따라 사람들의 수명은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전체 인구에서 은퇴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경제 성장에 장애가 되고 있는데 로봇이 많은 국가에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루치르 샤르마에 따르면 경제 성장은 생산가능 인구의 증가와 생산성 증가에 좌우된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생산성 증가는 전후 거의 절반 가량으로 떨어졌으며, 노동력의 증가는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독일, 일본, 한국 등 국가에선 이미 생산가능인구가 정점을 지났으며 다른 개발도상국가에서도 이 같은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루치르 샤르마는 고령화 시대에는 로봇이 해답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중국도 전환점에 놓여 있다. 생산가능인구는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 매년 1백만 이상의 노동인력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구의 노령화 현상은 점점 심해질 전망이다. 중국의 노령 인구 비중은 미국 보다 2배 정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산업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루치르 샤르마는 로봇의 도입 확산이 일자리를 빼앗아갈 것이란 주장에 이의를 제기한다. 예를 들어 수퍼마켓 계산대에 스캐너가 도입됐지만 계산원이 줄어든 게 아니라 오히려 증가했다는 것. 자율주행 트럭이 도입되면 미국의 트럭 운전사들이 직장을 잃는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트럭 운전사들은 복잡해진 차량에 맞게 보다 창조적인 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그는 2008년 이후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G7 국가에서 실업율이 감소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 경제는 0.8%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현재 완전 고용 상태에 있다. 독일, 일본 등 산업화된 국가는 로봇을 많이 도입했지만 고용 시장의 미래는 결코 나쁘지 않다.

루치르 샤르마는 생산가능인구가 매년 2% 이상 성장하지 않으면 급속한 경제 성장은 힘들다고 보고 있다. 그가 20개의 개발도상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0년대에는 17개 국가의 생산가능 인구가 빠르게 증가했지만 지금은 나이지리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생산가능인구의 증가율이 낮아지고 있다. 세계 여러 국가들이 여성을 경제 활동 인구로 끌어들이고 해외 이민자를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는데, 이는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고 있는데 따른 대응책이라고 볼 수 있다.

독일은 고령화 사회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매년 150만명의 이민자를 받아들여야하고, 해마다 7만명 이하의 이민자를 받아들이고 있는 일본도 매년 1백만명의 이민자를 받아들여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반이민정서가 커지고 있는 게 문제다.

샤르마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산업 노동자가 3억2천만명에 달하고 있지만 로봇은 단지 160만대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로봇의 도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생산라인에서 볼트를 조이거나 차문을 도색하는 비지능적인 일에 주로 투입되고 있다. 그러면서 노령화 시대에는 로봇이 여성, 이민자, 노령자와 함께 노동의 4번째 자원(pool)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미래에는 경제학자들이 생산가능인구의 증가세를 경제 성장의 중요한 지표로 삼는것과 마찬가지로 로봇의 숫자가 경제 성장을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