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운데 로봇 물고기가 유영하고 있다.

로봇 물고기를 이용해 물고기 집단의 사회적 행동을 파악할 수 있는 연구가 시작됐다. 로봇과 생물학을 결합한 이 같은 '에토로보틱스(Ethorobotics)'는 로봇 에이전트를 통해 어류뿐 아니라 모든 동물종의 행동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이해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로보허브’에 따르면 독일 본대학(Bonn University)의 바이오로봇연구소와 동물학연구소 연구자들은 아로나와 목(Osteoglossiformes)의 모르미루 룸(Mormyrus rume) 어류와 닮은 로봇 물고기를 개발했다. 모르미루는 20mm의 작은 물고기로 꼬리 부분에 발전 기관을 갖고 있어 미약하지만 전기를 흘려 레이더처럼 사용한다.

연구자들은 모르미루와 흡사한 로봇 물고기를 투입함으로써 실제 물고기들의 행동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조사하고자 했다. 더미(dummy) 물고기는 미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비슷한 크기와 모양, 전기적 특성까지 갖춰 모르미루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설계돼있다.

전기와 동작 신호로 물고기 행동 파악

물고기 그룹에서 로봇 물고기를 거부감없이 받아들이기만 하면 이후에는 전기 신호나 움직임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거나 다른 물고기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가능하다. 이 같은 로봇 에이전트를 통해 다른 동물 그룹도 어떻게 서로 다른 자극에 반응하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는지 그 원리를 밝힐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가설이었다. 또 농업에서 동물 집단의 통제, 동물 사육환경의 개선, 폐기물 관리, 항공 교통 통제 및 멸종 위기에 놓인 종의 보호 등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다.

연구팀은 로봇 물고기 실험에서 시각 및 화학 신호에 초점을 맞추고 모르미루간 의사소통 수단으로서의 전기 신호를 탐구했다. 모르미루는 영역 행동, 동료 선택, 그룹 형성 및 무리에서의 일관성 등을 위해 전기 감각 기능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험 대상으로 모르미루를 선택한 것은 이 물고기가 방출하는 전기 신호가 실험자의 미세한 조정을 통해 전기 재생 신호의 의미로 쉽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로봇 물고기는 주둥이 끝과 꼬리 끝 부분에 집적된 두 개의 방출 전극과 신체를 따라 분포된 여러 개의 수신 전극을 갖추고 있다. 이 같은 공간적 배치는 실제 모르마루로 인식되도록 하기 위해 고도로 특화된 전기 지문으로 신호를 생성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부드러운 실리콘 꼬리를 갖추고 있어 다양한 주파수와 진폭으로 진동할 수 있다.

로봇 물고기 따라가는 실제 물고기

몇 가지 실험에서 로봇 물고기가 꼬리 지느러미 진동과 전기 신호를 선택적으로 이용해 활동하는 동안 모르미루의 반응이 관찰되었는데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전기 신호는 행동을 유발하는 자극으로는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로봇 물고기의 행동 패턴이나 어떤 이끄는 힘에 있어서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

그러나 로봇 물고기의 동작은 모르미루 그룹을 설득할 때 도움이 됐다. 유사한 실험에서 모르미루는 꼬리 움직임과 결합된 전기 신호를 생성하는 로봇 물고기에 반응하고 이를 따라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전기 기반의 폐쇄 루프 피드백 실험을 통해 물고기의 다음 행동을 유도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동물 집단의 보다 복잡한 사회적 행동 연구에도 진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