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로봇공학자(Young Robot Engineer)' 코너는 한국로봇학회와 로봇신문이 공동으로 기획한 시리즈물로 미래 한국 로봇산업을 이끌어 갈 젊은 로봇 공학자를 발굴해 소개하는데 있다.

네번째 인터뷰어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융합생산기술연구소 로봇그룹 이동혁 박사다. 1982년생인 이 박사는 충북 청주 출신으로 청주 신흥고와 성균관대 기계공학부를 졸업했다. 학부 졸업후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최혁렬 교수 지도하에 메카트로닉스공학, 기계공학으로 석ㆍ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5년 2월 졸업 후 그해 4월 1일부터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비상근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연구활동을 진행해 오다 올해 6월부터 로봇그룹 상근 전문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주요 연구분야는 △로봇 손 매니퓰레이션 이다. 지난 7월 대한민국 연구계의 미래를 이끌어 갈 신진연구자에게 수여하는 '2016 대통령 포스트닥 펠로우십'에 '촉각정보를 활용하는 로봇 손을 이용한 인간 수준의 조작 능력 구현' 과제로 로봇 분야에서 처음 선정되었다.

Q. 최근에 하고 있는 연구를 소개해 주신다면...

A. 제가 최근 하고 있는 연구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2016 대통령 포스트닥(Post-Doc) 펠로우십 지정 과제인 “촉각정보를 활용하는 로봇 손을 이용한 인간수준의 조작 능력 구현” 과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로봇 손(Hands)을 이용한 조작보다 한 단계 더 뛰어난 거의 인간수준에 가까울 정도의 고난이도 작업을 할 수 있는 로봇 손 기술을 만드는 일입니다. 세부적으로는 크기나 형상, 기능면에서 최대한 사람과 유사한 로봇 손 하드웨어 개발과 주요 테마로는 손안에 들어가는 촉각 센서 하드웨어 개발이 1,2차년도에 진행되고 그 이후로 하드웨어 개발이 어느 정도 완료되면 손을 이용해서 실제 조작 작업을 수행 하는 소프트웨어 기술 알고리즘 개발을 진행하게 됩니다.

5차 년도 연구가 끝나면 최종적인 연구목표는 젓가락을 이용해서 섬세한 물건, 예를 들면 콩을 집는다던가 하는 시연을 하는 것입니다. 로봇이 젓가락을 사용할 이유는 없지만 상징적인 의미에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젓가락 사용은 사람도 습관적으로 연습하지 않으면 힘든 조작이잖습니까. 사람이 하는 작업 중에서도 굉장히 높은 고난이도 작업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정도까지 실현할 수 있는가를 연구해 보는 겁니다.

Q. 연구분야가 로봇 핸드 매니퓰레이션, 다축 힘/토크 센서, 봇 시뮬레이터로 알고 있는데요...

A. 로봇 핸드는 사실 제가 작년 생기원에 처음 와서부터 하는 것이고, 그 전에 원래 전공은 힘 토크센서와 수술로봇 기구설계 제어 분야입니다. 수술로봇에 들어가는 작은 센서를 개발했었습니다. 몸에 들어가는 것이다 보니 작아야 합니다. 그래서 작고 정밀한 힘 센서를 개발하면서 힘 토크센서 관련기술을 축적했었습니다. 생기원 와서는 수술로봇 분야 대신 힘 토크센서 기술을 로봇 핸드에 접목시켜 보려 하고 있습니다. 시뮬레이터 분야는 사실 제가 크게 하는 분야는 아닙니다.

Q. 로봇 손이 인간 같은 조작능력을 하려면 앞으로 얼마나 더 시간이 걸릴까요?

A. 완전히 인간과 똑같이 하는 데는 사실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저는 5년~10년이 아니라 그 이상 필요하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기본 소재기술 자체가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액추에이터, 모터 한계 안에서 해야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소프트 액추에이터를 많이 하고 계신데 상용화되어 나오려면 앞으로도 20~30년 정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Q. 2016 대통령 포스트닥 펠로우십에 로봇분야 최초로 선정되었는데 축하드립니다. 이것이 어떤 제도인지, 무슨 혜택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2016 대통령 포스트닥 펠로우십 지정서 수여식

A. 대통령 포스트닥 펠로우십은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박사학위를 취득 한 젊은 연구자를 대상으로 우수한 신진 연구자를 육성한다는 명목아래 2011년부터 시작돼온 제도입니다. 올해에도 지난 7월 11명이 대통령 명의의 지정서를 받았습니다. 전체 이공분야 연구자들 중 박사학위 취득 후 7년 이내, 만 39세 이하의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하며, 수상자로 선정되면 1인당 최대 5년(3년+2년)간 연간 1억 3천~1억 5천만원의 연구비를 지원받게 됩니다. 이번 포스트닥 펠로우십에 처음으로 로봇분야에서 제가 선정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운이 좋게 제가 여기에 선정되어 감사하게 생각하고 또 개인적으도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Q.연구를 수행하는데 있어 힘들고 어려운 점이 있다면?

A. 원래 저는 매니퓰레이션 전공자가 아닌데 매니퓰레이션 연구를 하고 있는게 힘듭니다. 원래 전공은 힘 센싱하고 기구설계, 기구해석인데 매니퓰레이션 분야는 대개 제어이론 비중이 높습니다. 그러다보니 저도 생기원 와서 남몰래 말도 못하고 전공부터 다시 공부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매니퓰레이션을 할 기회는 없었지만 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이 연구실에 오게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Q. 생기원에서 로봇 핸드를 한다는 것을 알고 지원하신 것 같은데요.

A. 그렇습니다. 의료쪽은 어떻게 보면 서비스 로봇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상용화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부분이다 보니 기술 성숙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지금 마지막으로 남은 분야가 센서화 하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센서를 의사들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할 일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분야를 찾게 되었고, 그것을 매니퓰레이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2008년 2월 성대 기계공학부를 졸업하셨는데 로봇을 전공하시게 된 계기는?

A. 사실 어릴때는 컴퓨터를 좋아해서 프로그래머를 지망했었습니다. 하지만 직업으로서의 프로그래머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 보다는 남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서 진로를 바꾸어 기계공학과를 선택했습니다. 대학원 전공을 정할 때 좋아하는 컴퓨터와 전공했던 기계공학을 잘 융합할 수 있는 부분이 로봇 공학이라고 생각되어 로봇 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했습니다. 특히 로봇 공학은 기계, 전자, 재료, 컴퓨터 공학 등 수많은 공학 분야들이 하나로 융합되는 일종의 공학분야의 종합 예술이라고 볼 수 있으며,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제 적성에 잘 맞는 좋은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Q.나에게 로봇이란 질문을 던진다면...

A. 저처럼 이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는 연구자가 답하기에는 어려운 질문이지만, 나에게 로봇이란 평생 풀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풀려고 하는 문제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로봇을 연구하다보면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로봇이라면 이런 정도는 하겠지” 라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 현장에서의 로봇 기술 사이에는 아직도 굉장히 큰 갭이 존재한다는 것을 자주 느낍니다. 아마도 이러한 갭은 적어도 본인이 살아있는 동안은 끝까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감히 예상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끝까지 해결 못할 것을 알면서도 덤비는 것이 로봇 공학의 묘미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Q. 앞으로의 꿈과 목표가 있다면?

A. 일단 단기적인 목표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대통령 포스닥 펠로우쉽 과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현재 과제 1차년도에 로봇 손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목표는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고 생각됩니다. 내년부터 남은 4년의 기간 동안은 로봇 손을 이용해 단계적으로 고난이도 작업 구현에 도전하며 특히 로봇 손이 사람과 동일한 도구를 이용하여 작업을 구현하는 것에 초점을 둘 것입니다.

장기적인 목표는 로봇 매니퓰레이션 분야에서 인정받는 작은 업적을 하나정도는 남기는 것입니다. 이 분야에 본인보다 유능한 수많은 훌륭한 연구자들이 있기 때문에 최고가 된다거나 정상에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연구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작은 업적 하나정도 남길 수 있다면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Q. 로봇을 전공하고자 하는 후배에게 한마디 조언해 주신다면.

A. 로봇 기술이라는 것이 지금도 계속 발전단계에 있고, 전에 못했던 것들을 구현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로봇 연구자는 어느 정도 발명가와 비슷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것이 좋은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항상 주변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로봇은 여러 학문이 융합된 하나의 시스템을 다루는 분야이기 때문에 학부과정 중에는 기계, 전자, 컴퓨터, 공학 등 여러 분야를 폭 넓게 경험했으면 합니다.

▲다양한 물체 파지 자세 테스트 (a) 스크류드라이버 (b) 볼펜 (c) 스트리퍼 (d) 스마트폰 (Galaxy Alpha)

Q. 유망한 로봇 분야를 꼽는다면, 그 이유는?

A. 꼭 본인이 연구하고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로봇 매니퓰레이션 분야가 유망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현재 로봇공학에서 어느 정도 해결되고 있는 분야도 있고 해결이 먼 분야도 남아 있는데 전자는 대표적으로 워킹(walking)이 있고, 로봇 매니퓰레이션은 후자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제조, 서비스 산업에서 유용한 작업은 손과 팔로 구현되는 것이 사실이고, 이러한 부분이 로봇으로 완전히 구현되려면 센서, 액추에이터 같은 기초적인 하드웨어부터 시작하여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알고리즘 부분까지 해야 할 일이 굉장히 많이 남아있습니다. 아마도 로봇 매니퓰레이션은 로봇 분야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할 일이 남아있을 분야 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5년후 과제 끝나면 상용화를 생각하고 있나요?

A. 상용화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드웨어하고 소프트웨어 2가지를 하고 있는데 실제로 젓가락을 잡고 하는 알고리즘 기술이 상용화 여지가 있겠습니까. 사실 그것은 시간이 더 필요할 테고 하드웨어 자체는 5년 동안 계속 다듬다 보면 완성도가 어느 정도 높아질 것 같습니다. 지금 1차년도에 만든 것도 생각보다 잘 나온 것 같고. 그래서 하드웨어쪽은 로봇 손 자체가 작지만 그래도 연구용이나 서비스 로봇 분야에 정도 시장은 있을 것 같습니다.

Q. 지난 7월에 과제가 확정되고 4~5개월 밖에 안되었는데 벌써 실물이 나왔네요.

A. 사실 되게 빠르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실제 설계는 작년부터 진행이 된 것입니다. 원래는 로봇 의수를 싸게 만들자는 기획으로 설계가 진행 되다가 이 과제를 지원하면서 약간 방향을 틀었기 때문에 설계가 어느 정도 진행된 게 있었기 때문에 빨랐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상태로는 의수로 하기 에는 너무 고성능입니다. 조금 더 자유도를 줄이고 가격을 낮추면 의수버전도 가능하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Q. 국내 로봇산업 발전을 위해서 젊은 연구자로서 조언을 한다면...

A. 선행기술이 대부분인 로봇 산업 특성상 연구의 상당부분이 정부의 R&D 예산에 의해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R&D 예산 자체가 크게 부족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부과제를 진행하다 보면 항상 논문, 특허 등 정량적이고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현재 우리나라의 로봇 기술도 상당부분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에 이르렀지만 이러한 환경이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연구 결과물이 나오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봅니다. 많은 기관과 인원이 투입되는 거대한 과제도 좋지만, 작은 예산이라도 장기간 지원되어 연구자가 긴 호흡을 갖고 진지하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