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열린 재활로봇 심포지움에 발표자들이 자료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좌로부터 국립재활원 송원경 단장, 엔티로봇 김경환 대표,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박기한 단장

정부의 지원 정책, 관련 업계의 기술 개발 노력에 힘입어 최근 몇 년사이 국내 재활 로봇의 종류와 수준이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재활 로봇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기술 개발 성과를 바탕으로 보다 적극적인 임상 연구와 이를 제품화 및 마케팅으로 연결하는 두 차례의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을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 한국로봇산업협회, 국립재활원 주최로 30일 역삼동 GS타워 아모리스홀에서 열린 2016 재활로봇 심포지움 '재활로봇 시장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인식제고' 세미나에서는 재활로봇 관련 정부, 업계, 학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재활로봇 산업 현황과 시장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들을 제시했다.

▲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박기한단장

첫 발표자로 나선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박기한단장은 의료 재활 로봇 보급 사업에 대한 현황과 향후 계획을 소개했다. 박 단장은 "정부가 최근 발표한 로봇산업 발전 방안의 4대 유망 분야로 재활로봇이 포함됐다"고 강조하고 "업계의 재활 로봇 제작 지원은 물론 국내외 테스트베드 구축, 제품화 및 보급 사업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단장에 따르면 올해 국립재활원 주관으로 SG메카트로닉스, 큐라코 등의 기업이 참여해 착용형 보행 보조 로봇과 배설케어 로봇 사업에 대한 검증이 이뤄졌다.

총 11억 7000만원이 투입된 이 사업은 두 가지 재활로봇 활용을 통한 임상 데이터 확보 및 유용성 검증을 위한 작업이다. 또 피앤에스미캐닉스는 미국 버크 재활병원과 공동으로 보행 재활로봇에 대한 임상 연구를 진행해 미국 등 해외 진출 가능성을 모색한 사례를 소개했다. 박 단장은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간 약 40억원을 투입해 테스트베드 24곳에서 80대의 로봇을 활용하는 등 88억원의 매출 성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내년에도 1분기 중으로 사업자를 선정해 제품 제작 및 테스트베드 구축을 독려하고 사업화 컨설팅, 품질 및 디자인 개선, 해외 수출 지원 등에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국립재활원 송원경 단장

국립재활원 송원경 단장은 국립재활원을 주축으로 진행하고 있는 재활로봇 중개연구 사업을 소개하고 현재까지의 성과와 사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송 단장은 "국내 재활로봇 분야에 있어 관련기술 개발은 비교적 활발하지만 임상 적용 및 상품화까지 진행된 사례는 극히 적은 실정"이라며 "이런 '죽음의 계곡'을 극복하기 위해 2013년부터 재활로봇의 임상 적용을 진행하는 중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2~3년전만해도 제품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해외 제품과 경쟁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재활로봇 기술 수준이 크게 향상돼 앞으로 대거 임상 적용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국립재활원은 300병상의 재활병원과 재활연구소를 갖추고 있으며 전문의, 치료사, 간호사는 물론 다양한 환자군과 심리학자, 공학자 등이 두루 포진돼 있어 중개 연구를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 사업의 주요 성과로는 척수손상 환자, 뇌졸중 환자의 손기능 재활을 도와주는 엑소 글로브 폴리, 중증 장애인의 지면 보행을 돕는 외골격 형태의 하지재활로봇 등이 꼽힌다. 송 단장은 "앞으로 고급형과 보급형으로 나눠 재활 로봇 중개연구를 진행하고 다기관 중개 임상 연구 활성화, 장애인 및 고령자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기술화 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NT로봇 김경환대표

6년간 재활 로봇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NT로봇 김경환대표는 미국, 일본 등 해외를 비롯한 국내외 재활 로봇 상용화 동향을 집중 소개했다. 김 대표는 미국의 경우 보조 로봇, 신경근 제어, BMI 등에 집중하고 있는데 반해 EU는 외골격 로봇과 의족 부문에 연구개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일본은 연구개발은 다소 취약하지만 안전 인증이나 고령화에 따른 복지 간호 로봇의 보급이 활발하다. 김 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재활 로봇 인허가는 주로 위험성이 없는 2등급에 초점이 맞춰 이뤄지고 있으며 2010년부터 최근까지 국내 제조 51건을 포함해 총 84건의 제품이 허가됐다. 근육의 재건, 관절 운동의 회복 등에 사용되는 로봇 자동화 시스템은 3등급으로 분류되며 최근 10년동안 총 14건의 인허가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 사이넥스 최영환 이사

사이넥스 최영환 이사는 일본 재활, 개호 로봇 상용화 및 관련 제도 동향을 소개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주목해야 할 몇가지 시사점을 제시했다. 최 이사는 "일본은 사이버다인의 외골격 로봇인 할(HAL)이나 비의료기기인 파로(PALO) 등 몇가지 이외에는 개발 측면에서는 그다지 눈여겨볼 제품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고령인구 비율이 26%에 육박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재활, 개호 로봇 보급은 물론 인허가 제도 및 인증 체계 마련, 보험 적용 등의 제반 여건 마련에는 체계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비의료기기에 대한 인증인 ISO 13482 국제 표준은 일본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이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다.

최 이사는 국내 재활로봇 제품화를 위해서는 의료 재활로봇 허가 심사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의료기기와 비의료기기의 명확한 구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전기기계적 안전에 관한 공통 규격 지원제도를 마련하고 ISO 13482 인증 규격 도입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의료 기기 영역은 인허가가 필요한데 국내 기업들은 규제 대응 인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아 제품 상용화가 늦어지고 있어 인력 양성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후 진행된 2부 행사에서는 의료기기정보기술지원센터 허은서 연구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박호준 팀장, 보건의료연구원 김석현 본부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변의형 부장, 연세대학교 의공학부 김영호 교수가 발표자로 나서 의료기기 인허가 및 수가화 제도에 대해 소개했다. 마지막 3부에서는 서울아산병원 전민호 교수를 비롯해 서울대학교병원 서한길교수,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 이자호 센터장, 국립교통재활병원 김태우교수 등이 재활로봇 적정 수가화를 위한 노력에 대해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