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한 호텔

싱가포르 영자 매체인 ‘스트레이츠 타임즈’가 ‘재팬 2020:로봇혁명’이란 제목으로 일본 로봇 혁명의 현장을 취재하는 르포 기사를 게재했다.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사회 곳곳에서 불고 있는 로봇혁명의 열기를 소개한 것. 스트레이츠 타임즈는 2020년 도쿄올림픽이 열리면 드론 배송, 자율주행택시, 가정용 로봇 등이 일본 사회에서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장 먼저 주목한 곳은 '드론 시티'로 명명된 치바현. 앞으로 언제든지 100여대의 드론이 10km의 원거리를 비행하면서 드론 착륙장을 갖고 있는 아파트 건물에 착륙해 고객들이 주문한 상품을 드론으로 배송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치바대학교 '겐조 노나미' 교수는 “현재 3년 완공 예정으로 드론 시티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며 드론 시티에 거주할 날을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나미 교수는 지난 20년동안 드론 기술 개발에 열중해왔는데, 오는 2020년 드론 시티 비전을 그리면서 “앞으로 드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곳에 살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얘기했다. 마치 하늘위에 드론 컨베이어벨트가 만들어지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드론을 통한 배송은 고속도로에서 매일 100여대의 트럭이 감소하는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얘기했다.

노나미 교수는 원래 지뢰 탐지용 드론을 연구해왔는데, 지금은 드론을 활용해 폐쇄된 공간의 3D매핑과 비행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드론 시티 구상은 치바시와 치바대학교가 중앙정부에 제안해 이뤄졌다. 노나미 교수는 “우리는 사람들이 올림픽과 함께 드론 시티를 볼 수 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드론의 쓰임새가 확대되면서 전문적인 드론 조종사들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쿄의 한 사립고등학교는 내년 4월부터 드론과 로보틱스에 관한 교육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기로 했다.

일본은 지난 1960년대 애니메이션 ‘우주 소년 아톰’ 등장 이래 로봇에 대한 환상을 가져왔다. 일본의 하위 문화에 로봇이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로봇은 사람의 빈자리를 대신해주고 있다. 노동력 부족 문제뿐 아니라 정서적인 문제에도 해결책이 되고 있다. 드론은 농업 분야의 경우 살충제와 비료를 공중 살포하는데 활용되며 전력 시설 등 사회 인프라 점검, 영화제작, 취미 비행 등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도쿄 소재 기업인 ‘로봇택시’는 2020년 자율주행 택시를 서비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고령자나 장애인 등 운전이 힘든 사람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우선 제공한다. 로봇택시 대변인은 “대중교통 수단이 부족하고 운전자들도 별로 없는 농촌 지역에 아주 유용하고 안전한 이동 수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봇택시는 올해 5월 미에현에서 로봇 택시 데모 행사를 가졌으며, 2월에는 가나가와현에서 1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성공적인 시연 행사를 가졌다. 2.4km 정도 떨어진 지역에 떨어진 마트에 참가자들을 실어다주었다.

나가사키현에 작년 7월 문을 연 ‘이상한 호텔’은 세계 최초의 로봇 호텔이다. 160여대의 로봇들이 투숙객 안내, 체크인과 체크 아웃, 객실 청소, 짐 운반 등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이상한 호텔은 내년 3월 치바현에 객실 100개 규모의 6층 호텔을 오픈하는데 이곳도 로봇에 의해 운영될 예정이다. 로봇이 많은 업무를 하고 있지만 아직 세탁물 청소나 침대 정리 같은 일은 사람이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상한 호텔은 12명의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호텔 대변인은 “나가사키처럼 노동력이 보족한 곳에선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걱정을 할 필요가 전혀 없다”며 사람은 로봇의 도움을 받아 훨씬 더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한 호텔은 로봇 요리사가 요리를 만드는 미래지향적인 레스토랑도 운영하고 있다. IBM의 인공지능인 ‘왓슨’은 식사 메뉴를 권하기도 한다.

▲ 이상한 호텔의 '로봇하우스'

로봇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쿄의 다카시마야 신주크 백화점은 지난 8월 처음으로 로봇 상품전을 열기도 했다. ‘로보혼’부터 ‘텔레노이드(커뮤니케이션 로봇)’에 이르기까지 100여종의 로봇을 진열 판매했다. 이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끈 로봇은 ‘로비(Robi)’라는 이름의 34cm 크기 소형 로봇이다. 세금을 제외하고 1만5천엔 정도에 판매됐는데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이 로봇은 1천개의 문장을 말할 수 있고 간단한 대화를 이해한다. 노래부르고 춤추는 것도 가능하다.

소프트뱅크의 ‘페퍼’도 빼놓을 수 없다. 페퍼는 가정용은 물론 기업용으로도 보급이 이뤄지고 있다. 이제 자영업자도 페퍼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퍼컷(Percut)’이라는 미용실은 페퍼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데 페퍼는 고객들에게 4가지 정도의 질문을 던지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어울리는 헤어 스타일을 제안한다. 총 64개의 헤어 스타일 관련 데이터를 갖고 있다. 아직 직접 머리를 손질할 수는 없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페퍼가 직접 고객의 머리를 다듬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퍼컷’ 운영자는 말한다.

가정에서 페퍼를 사용하는 집도 있다. IT저널리스트인 츠스무 이시카와씨는 1년 넘게 페퍼와 같이 살고 있다. 그는 “페퍼가 집의 규모에 비해 크고 집안 일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와 아내는 페퍼에 이미 정이 들어버렸다“고 고백했다. 로봇이 사람의 마음을 훔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