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지브 코슬라 교수가 면접 로봇 '마틸다'를 들고 있다

앞으로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선 로봇과 면접을 봐야할지도 모르겠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호주 ‘라 트로브대학(La Trobe University)’ 라지브 코슬라 교수는 구직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하는 로봇인 ‘마틸다(Matlda)’를 개발했다. 마틸다는 키 30cm의 소형 로봇으로, 구직 신청자와 면담 후 최종 면접에 오르는 사람을 추리는 일을 한다.

마틸다는 사람과 달리 편견이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취업 지원자를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가령 영업직 직원을 채용할 경우 마틸다는 영업직에 필요한 76개의 질문을 이용해 면접을 진행한다. 단순히 질문만 하는 것이 아니라 면접자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음악을 틀어주고, 면접자의 얼굴을 인식해 감정 상태를 살피기도 한다. 마틸다는 기존 영업사원 가운데 좋은 실적을 갖고 있는 직원의 특성이나 데이터에 관한 정보도 갖고 있다.

로봇이 면접을 하면 편견이나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스라엘 벤-구리온대학이 지난 2011년 8명의 재판관을 대상으로 10개월동안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재판관은 식전, 식후에 따라 판결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감자의 가석방 여부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재판관들은 재판을 시작한 이후 시간이 갈수록 가석방 판결건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식사 후 가석방 판결건수는 원래 수준으로 돌아갔다. 연구자들은 혈당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결론을 내렸다.

로봇이 면접을 하면 이 같은 경향은 없어질 전망이다. 로봇은 구직자 면접시 감정적인 반응과 인지적인 반응을 파악한다. 이미 입사해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는 직원의 데이터가 일종의 벤치마킹 자료로 활용된다.

일부 기업들은 컴퓨터를 활용해 구직자를 선별하기도 한다. 컴퓨터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력서를 검토해 추릴 수 있다. 이후에는 사람이 구직자와 면접한다. 미국 유타주에 있는 ‘하이어뷰(HireVue)’는 구직자들이 보내온 비디오 영상으로부터 데이터를 습득하고 평가한다.

하지만 로봇 면접이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구직자가 로봇과 면접하는 것에 대해 불쾌하게 생각할 수 있다. 인터뷰는 일종의 쌍방 커뮤니케이션이다. 구직자는 면접을 보면서 궁금한 내용을 물을 수도 있고 면접 과정에서 회사 분위기도 파악할 수 있다. 만일 특정 구직자를 꼭 채용해야 하는데 로봇 면접에 대해 불쾌하게 생각한다면 회사를 기피하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스위스 로잔느 대학 '로렌 켈러' 교수는 “구직자가 로봇 면접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틸다와 시험 면접을 실시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유 앙 탄’씨는 로봇과의 면접이 보다 표준화된 면접 과정이라는 느낌을 받았으며 로봇의 귀여운 외모가 자신을 보다 개방적으로 만들었다고 로봇 면접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