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드니 브룩스 기자간담회 모습

“협업 로봇은 스마트폰을 다루는 것처럼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직접 프로그램밍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산업용 로봇처럼 전문적인 프로그래머가 로봇의 활용 방안을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 작업자가 로봇에게 업무를 직접 시연하는 방식으로 금방 가르칠 수 있습니다.”

산업용 로봇업체인 리싱크로보틱스의 로드니 브룩스(Rodney Brooks) 회장은 12일 일산 킨텍스에서 개막한 ‘로보월드2016’ 현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협업 로봇의 의미와 향후 로봇 시장의 전망, 인공지능의 미래에 관해 자신의 평소 생각을 밝혔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로드니 브룩스 회장은 협업 로봇을 설명하면서 여러차례 스마트폰을 예로 들었다. 대부분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다루면서 사용법을 익히는데 협업 로봇 역시 일반인들이 만지면서 쉽게 로봇의 기능을 숙지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스마트폰처럼 협업 로봇도 수시로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로드니 브룩스 회장은 이날 로봇의 도입 확산에 따른 대량 실직과 인공지능에 대한 과도한 우려 등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이는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과 인공지능들이 대중들의 인식에 잘못된 의식을 심어준 측면도 강하다고 했다.

우선 로봇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기 보다는 하기 싫어하는 일을 대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선진국은 물론이고 중국, 멕시코, 한국 등 국가에선 제조기업들이 생산 근로자를 구하지못해 애를 먹고 있는데 로봇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업무를 하는 데 적합하다고 말했다. 현재 전세계 제조업 업무의 10% 정도가 자동화되어 있는데 앞으로 25% 이상 수준까지 높아질 것이라며 산업용 로봇 시장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 로드니 브룩스가 기자간담회장에서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는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 역시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 로봇들은 실제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지못한다며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인식하고 느끼려면 50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얘기했다. 레이 커즈와일이 주장한 ‘특이점(singularity)’과 같은 현상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인공지능은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잘할 수는 있지만 인간처럼 전반적으로 잘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고 언급했다.

심지어 그는 최근 여러 기업들이 감정을 교감하는 로봇에 관해 언급하고 있지만 많은 부분 과장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로봇에 지나치게 감정을 부여하면 실망할 수 있다며 최근의 지나친 ‘감정 교류 로봇’ 현상을 꼬집었다. 로봇은 단지 반응하는 것이며 기계는 기계로 남아 있는 게 오히려 좋다는 설명이다.

리싱크 로보틱스는 10월부터 국내 공장 자동화 전문업체인 TPC메카트로닉스와 제휴해 협업 로봇인 ‘소이어(sawyer)’를 국내 공급한다. 로드니 브룩스 회장은 한국 로봇 시장은 세계적으로 매우 큰 로봇 시장 가운데 하나라며 한국 시장 진출의 배경에 관해 설명했다. 특히 이번에 국내 선보인 소이어 로봇은 장착된 카메라를 이용해 다양한 분야로 애플리케이션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전자, 자동차 부품업계에서 유용한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산업용 로봇과 협업 로봇의 관계에 대해선 경쟁 관계에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향후 신제품 발표 계획과 관련해선 소이어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연장선상에서 신제품을 준비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개발 계획과 판매 시기를 언급할 시점이 아니라고 즉답을 피했다. 또 가정용 로봇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생각도 현재로선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아직 가정용 로봇에 관해 로봇업계에서 분명히 정의를 내리지 않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를 가진 로드니 브룩스는 산업용 로봇업체인 리싱크로보틱스의 회장 겸 CTO로 일하고 있으며 GE(General Electric)의 로봇자문위원회 위원과 도요타 인공지능연구소 ‘TRI(Toyota Research Institute)’의 자문위 부의장을 맡고 있다. MIT 인공지능 연구소 재직 시절 새로운 인공지능 이론인 ‘행위 기반 포섭구조(Subsumption architecture)’를 제시해 인공지능 발전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MIT 교수시절인 지난 1990년 제자들과 함께 전세계 청소로봇 시장에서 독점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아이로봇’을 창립해 대표적인 로봇기업으로 키워냈으며, 2014년 그의 제자인 신시아 브리질은 전세계 투자유치에 성공한 소셜 로봇기업 ‘지보’ 개발에 성공하는 등 로봇 업계에서 로드니 브룩스 사단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