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평생 ‘학습’하는 동물이다. 네발로 기어다니던 갓난아기 때는 물론이고 성인이 되어서도 다른 사람이 하는 행동이나 대화를 관찰하면서 그대로 따라한다. 자신에게 유쾌하지 않은 환경을 피하고, 누군가에게 선행을 하면 보상을 받는다는 것도 관찰을 통해서 배운다. 하지만 로봇은 그렇지 않다. 관찰하면서 학습하는 능력이 없다. 단지 프로그래밍된대로 행동할뿐이다. 하지만 미래에는 로봇도 사람처럼 관찰하면서 학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예측이다.

로봇 전문매체인 ‘로보허브’ 등 매체에 따르면 영국 쉐필드대학 자동제어 및 시스템 엔지니어링학부 ‘로드리치 그로스(Roderich Gross)’ 박사팀은 기계가 자연 또는 인공시스템을 그대로 흉내낼 수 있는 새로운 머신러닝 방법을 개발했다. ‘튜링 테스트((Turing Test)’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의미에서 ‘튜링학습(Turing Learning)’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튜링학습 방법은 튜링테스트의 상황 설정을 응용했다. 튜링 테스트는 인간 조사자(investigater)가 사람과 인공지능 기계를 구분하지 못할 경우 해당 기계가 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간주한다. 튜링학습에선 인간 조사자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대체된다. 그리고 피실험자인 사람은 군집 로봇(swarm of robot)으로 대체된다. 이어 군집 로봇의 행동으로부터 학습받은 또 다른 군집로봇이 투입된다. 학습 로봇은 원래 군집 로봇의 행동과 규칙을 발견해 모방한다.

▲ 인공지능 컴퓨터는 카메라를 통해 집합 행동을 하는 군집 로봇과 이를 모방하는 학습 로봇을 구분할 수 있다.

▲ 학습받은 로봇들이 집합행동을 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원래의 군집 로봇과 학습받은 또 다른 군집 로봇을 가려내야 한다. 만일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두 군집로봇간에 차이를 인식하면 보상이 주어진다. 하지만 학습받은 군집 로봇들이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기만할 수 도 있다. 학습 로봇들이 원래의 군집 로봇의 행동 패턴을 그대로 복사한다면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두 로봇간에 차이를 인식하지 못할수 있다. 그럴 경우에는 학습받은 군집 로봇들이 보상을 받는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학습을 통해 원래의 로봇으로부터 동작 데이터를 취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군집 로봇들이 가짜라는 점을 알아내야만 한다. 두 로봇간의 차이가 아주 미세해 사람이 구분하기는 매우 힘들다. 인공지능과 로봇들은 관찰을 통해 학습하고 차이를 숨기고 찾아내는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공 지능 알고리즘은 군집 로봇의 행동을 규정하는 법칙을 추론하고 다른 군집로봇의 이상 행동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연구 팀은 이번에 군집 로봇들에게 서로 모이는 ‘집합’ 속성을 부여하고 학습 로봇들이 원래 군집로봇으로부터 집합 행동을 배워 한곳에 뭉치는 상황을 설정했다.

연구팀은 튜링학습 방법이 꿀벌 집단, 물고기떼 등 군집 행동을 하는 동물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데 유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전문저널 ‘군집 지성(Swarm Intelligence)’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