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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들의 로봇 시장 진출 어떻게 봐야할까장길수ㆍ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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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9.09  13:5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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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들의 로봇 시장 진출이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LG전자 조성진 사장은 지난 2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 전시회(IFA)’에서 “스마트 가전 사업과 연계해 생활로봇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LG전자는 올해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롤링봇(Rollingbot)’을 선보였으며, 얼마전에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손잡고 지능형 로봇을 인천국제공항에 설치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도 로봇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삼성은 산업부로부터 3년간 총 167억 5천만원을 지원받아 중소기업에 적합한 차세대 보급형 제조로봇을 개발하기로 했다. 로봇 전문업체인 삼익THK와 협력해 제조라인용 다관절 로봇을 개발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삼성은 올해 MWC와 ‘삼성개발자컨퍼런스(SDC)’에 로봇 개인비서인 ‘오토(Otto)’를 선보이기도 했다. 아직 시작품 단계의 제품이고, 상품화 여부도 불투명하지만 로봇사업에 대한 삼성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로봇 관련 부서를 확대하고 글로벌 우수 인재 채용에 본격 뛰어들었다. 공장 자동화 차원의 로봇 개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다양한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 개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2001년 한울로보틱스와 제휴해 퍼스널 로봇인 ‘아이꼬마’를 내놓을 정도로 로봇 사업에 일찍 눈을 떴으나 실패했던 삼성이 로봇사업에 다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국내 로봇사업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사실 국내 로봇산업계는 큰 변화의 와중에 있다. 국내 최대 로봇업체인 현대중공업은 작년 7월 별도 조직으로 독립한 로봇사업부를 연말까지 분사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분사를 통해 로봇사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경영권에 위협을 받지 않는 선에서 일부 지분 매각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역시 모빌리티의 확장이라는 차원에서 외골격 로봇 개발을 추진하면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중국 자본에 넘어간 디에스티로봇도 지분 구성에 변화가 생기면서 모종의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로봇 산업계에 큰 변화가 있지만 대기업들의 연이은 로봇사업 진출 소식은 당연한 수순처럼 보인다. 인공지능, 산업용 로봇, 서비스 로봇, 생활지원 로봇, 자율주행자동차 등 산업은 글로벌 업체들이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인식해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분야다. 글로벌 수준에서 보면 국내 대기업의 로봇사업 진출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우리 경제가 전반적으로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어서 우선 당장 수익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은 로봇 사업에 투자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긴 하다.

하지만 산업의 큰 물줄기가 로봇, 인공지능,사물인터넷 등 분야를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국내 대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분야다. 그런 점에서 국내 대기업의 로봇 사업 진출은 환영할만하다. 대기업들이 갖고 있는 기술력과 자본력은 국내 로봇 산업의 발전에 비타민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 그들이 확보하고 있는 마케팅 노하우는 우리 로봇산업의 저변을 확산하는데도 큰 활력소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시장은 글로벌 기업들의 샅바 싸움이 치열한 곳이기도 하다. 이 싸움은 특정 상품 시장을 둘러싼 단순한 힘겨루기의 장이 아니라 거대한 플랫폼 또는 생태계 장악을 위한 싸움의 성격이 강하다고 볼수 있다. 그만큼 힘든 노정이 기다리고 있다. 이 전쟁에서 패배하면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다른 산업 분야에서 얻은 교훈이다.

국내 대기업들의 로봇 사업 진출 소식은 반갑다. 하지만 일면 위험 요인도 있고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 게다가 전세계에 불어닥치고 있는 로봇혁명의 열기는 우리나라에선 아직 체감하기 힘들다. 로봇 도입 열기가 일부 제조 업종에 제한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국내 대기업이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로봇 사업에서 도약의 발판을 만들려면 많은 투자금과 인적 자원의 확보가 꼭 이뤄져야한다고 본다. 또 중소 전문기업과의 상생 노력도 필요하다. 올해 4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우리나라의 지능형 로봇법이 대기업 집단에 대한 차별적인 조항을 담고 있다며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국내 대기업들은 규제 완화를 주장하기에 앞서 중소 로봇전문기업들과 상생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는 게 더 긴요한 일이라고 본다.

우수한 개발 자원과 자금력, 그리고 마케팅 능력을 보유한 대기업들의 로봇 시장 진출이 국내 로봇산업의 발전에 긍적적인 선순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그들의 진짜 경쟁 무대는 세계 시장이어야 한다. 이미 우리 중소 로봇업체 가운데선 열악한 조건을 극복하고 세계 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그들의 경험을 소중하게 여기고 존중해줘야한다. 대기업 진출로 국내 로봇 생태계가 전문 중소기업의 씨를 말리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된다. 장길수ㆍ편집국장

장길수  ksjang@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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