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두는 엔비디아와 제휴해 자율주행자동차의 미래 비전을 준비 중이다.

중국 최대 검색엔진 기업인 바이두가 인공지능(AI)에 집중 투자하는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바이두는 검색 시장을 수성하는 전략과 더불어 AI에 대한 투자를 통해 무인 자동차와 택시, 그리고 아마존 '에코'와 유사한 홈 가젯 시장에도 뛰어들 방침이다.

블룸버그는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바이두 월드 컨퍼런스(Baidu World conference)'에서 발표된 이 같은 바이두의 미래 전략을 소개하고 그 의미를 분석했다. 바이두의 CEO인 '로빈 리'는 컨퍼런스에서 ‘AI는 새로운 전기’라는 문장으로 AI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바이두는 텐센트 및 알리바바와 함께 중국 3대 인터넷 기업중 하나로 꼽히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덩치가 가장 작고 사업 내용이 검색 비즈니스에 치중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최근 검색 광고 시장이 정체를 보이면서 새로운 활로 모색이 요구되는 시기였던만큼 이번 발표에 투자자 및 전문가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AI에서는 선점 효과 누리겠다’ 의지

애플이나 구글 등을 보더라도 인터넷 대기업이 AI에 투자하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은 아니지만 중국 빅3 가운데 AI에 기업의 미래를 걸었다는 점에서 그 무게감이 적지 않다. 장 야킨(Zhang Ya-Qin) 바이두 총재는 “차량 공유나 금융 기술 등의 분야에서는 후발주자이지만 AI에서는 선점 효과를 누리겠다”고 강한 의지를 표했다. 그는 “바이두가 모든 경쟁사보다 AI를 먼저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는 모바일 검색에서 더 많은 이점을 갖고 있고 경쟁사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에 AI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먼저 맞이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바이두는 또한 예전처럼 기존 시장의 점유율을 텐센트나 알리바바로부터 가져오기 위해 자금을 쏟아붓는 형태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장 총재는 “그것은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일 것이며 중국 전체의 분위기가 그렇게 변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제프리&Co 애널리스트 카렌 챈은 바이두 월드에서 보여진 다양한 AI 관련 계획을 인용하면서 바이두 주식에 대한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정체된 검색 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으로

바이두의 이 같은 움직임은 규제 이슈도 있지만 정체가 시작된 검색 비즈니스 일변도에서 벗어나 성장을 위한 모멘텀을 만들어보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온라인 미디어 서비스인 퀴키와 같은 것에 투자하는 것과 별도로 바이두는 AI 개발을 미래의 기본 요소로 간주하면서 주요 영역에 AI를 접목시키고 AI에 기반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는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물론 이는 매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장기적인 접근이다.

JP모건 분석가인 알렉스 야오는 “신기술이 수익을 만들어내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향후 몇 년동안 신기술을 가시적인 수익으로 만들어내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캐시카우인 검색 비즈니스를 잘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이두는 AI 이니셔티브를 통해 구글 나우나 아마존 알렉사 등 개인 비서와 같은 신제품을 라인업하고, 타겟 광고를 모색할 계획이다. 또 자율 주행차에서부터 가상현실의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유형까지 새로운 서비스 카테고리 시장에도 진출한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스피커 제조사인 '하먼 인터내셔널(Harman International Industries Inc.)'과 협력해 아마존 에코처럼 음식 주문이나 자동차 호출과 같은 명령어를 알아듣는 스마트 기기를 개발키로 했다. 또 오는 9월 30일 AI 매니아들이 무료로 개발툴을 사용할 수 있도록 깃허브 플랫폼에서 '패들패들(PaddlePaddle)' 소프트웨어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는 구글의 텐서플로와 유사한 것으로 AI 프로그래밍에서 표준을 차지하기 위한 바이두의 시도로 해석된다.

자율주행차, 홈 가젯 등 시장에 가세

바이두의 강점은 명확하다. 웹에 대한 서비스 경험과 수억명에 이르는 중국 사용자에 대한 깊은 이해, 얼굴과 음성 인식 기술을 결합함으로써 모든 개인의 상세 프로파일을 생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바이두는 강한 베이징 악센트를 구사하는 고객과의 통화 내용을 텍스트로 변환시키는 장면을 시연하기도 했다.

자율 주행차는 바이두가 크게 베팅하고 있는 또다른 영역이다. 바이두는 무인 자동차가 몇 년 안에 상용 시장에서 현실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이미 시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베이징 주변에서 성공적으로 자율 테스트 주행을 완료한데 이어 최근에는 캘리포니아 DMV로부터 바이두USA의 자율 자동차 시험 주행을 허가받기도 했다. 그래픽용 컴퓨터 칩 제조사인 엔비디아와는 매핑을 포함하고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바이두의 전략에 대해서는 대체로 우호적인 분위기다. HSBC의 한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AI의 장기적인 잠재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바이두의 예상 주가를 200달러로 상향 조정한다(9월 2일 기준 주가는 약 177달러)”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