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일을 효율적으로 하지만 감정 표현을 전혀 하지 않는 로봇 보다는 실수를 하더라도 감정 표현을 잘하는 로봇과 함께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 교감을 잘 하면 로봇이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도록 로봇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도 불사한다고 한다.

영국 '텔레그래프’ 등 매체에 따르면 영국 브리스톨대학과 컬리지런던대학 과학자들은 로봇이 어떻게 인간의 신뢰를 얻는지에 관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일을 효율적으로 하더라도 사람과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않고 표정이 없는 로봇 보다는 실수를 하지만 감정 표현에 능하고 적극 소통하는 로봇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을 위해 ‘버트(Bert)’라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활용했다. 이 로봇은 두 개의 큰 눈망울과 입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감정 표현을 할 수 있다. 연구팀은 버트를 ▲일을 효율적으로 하지만 표정이 없고 말도 하지 않는 로봇 ▲실수를 하지만 감정도 표현하지 않고 말도 하지 않는 로봇 ▲실수를 하지만 감정 표현을 하고 의사소통도 적극적으로 하는 로봇으로 구분해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번 실험에서 피실험자들은 오믈렛을 만드는 일을 하며 ‘버트’는 요리에 들어가는 계란이나 오일 등 식재료를 챙겨주는 역할을 했다.

일을 잘하는 로봇은 피실험자에게 정확하게 계란이나 오일 등 식재료를 전달하지만 얼굴에는 표정이 전혀 없고 말도 하지 않는다. 이에 비해 감정 표현과 소통에 능숙한 로봇은 중요한 시점에 계란을 떨어뜨리는 실수를 한다. 하지만 이 로봇은 계란을 건네기 전에 “계란을 줄까요”라고 묻기도 하고 실수를 한후에는 슬픈 표정을 짓고 사과도 했다. 이 로봇은 나중에 요리가 완성된 후 부엌에서 같이 일할 수 있는지를 질문하기도 했다.

실험 결과 21명의 참가자 가운데 15명이 실수를 했지만 감정 표현에 능한 로봇과 함께 일하고 싶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심지어 일부 실험 참가자들은 감정 표현을 많이 하는 로봇이 주방에서 일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 슬픈 표정을 지을 것을 걱정해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순전히 로봇이 감정을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연구팀은 "가장 좋은 로봇은 사람과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로봇이며 가장 효율적인 로봇일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로봇이 불가피하게 실수를 하더라도 이를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한 '애드리아나 해머허'는 “후회와 같은 인간적인 속성이 로봇에 대한 불만족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