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의 로봇산업을 조명하는 기사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 논조가 비슷하다. 중국이 최대 로봇 시장으로 부상했으며, 중앙 정부의 ‘중국 제조 2025’ 계획 발표이후 제조업체들이 앞다퉈 로봇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 정부도 로봇산업단지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중국의 로봇밀도가 몇 년안에 세계 10위권에 진입할 것이란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중국이 로봇산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은 노동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란 해석도 대강 비슷하다.

그렇다면 로봇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비단 중국뿐일까. 미 경제 매거진 ‘포브스’는 전세계적으로 로봇 도입에 가속도가 붙고 있으며, 로봇혁명이 중국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고 진단한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빠른 속도로 로봇이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로봇산업과 IT산업의 성장곡선은 매우 다른 양상을 보여왔다. IT산업의 성장은 ‘무어의 법칙’으로 대변된다. 반도체 분야는 무어의 법칙이 관철대는 대표적인 분야인데, 비슷한 현상이 네트워크, 3D프린팅 등 디지털 산업 전반에 적용되었다. 이들 디지털 산업은 기하급수적 성장을 구가해왔다. 하지만 로봇산업은 오랫동안 ‘역동성’과는 거리가 있었다. 산업용 로봇은 상대적으로 애플리케이션이 제한되어 있어 IT산업에 비해 완만한 성장을 해왔다.

▲ 연도별 글로벌 로봇 보급 현황

포브스는 지난 2009년 이후 로봇산업의 성장세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빅데이터,클라우드 등 혁신적인 기술보다는 뒤쳐지지만 로봇산업에도 가속이 붙기 시작했다는 것. 원래 중국도 로봇 시장이 폭발할 가능성은 별로 었었다. 9억명에 달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존재하는데 업체들이 굳이 로봇을 도입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폭스콘 같은 업체들은 수년동안 산업용 로봇에 투자했고 생산라인에 속속 로봇을 투입했다. 지난해 중국은 유럽 보다 많은 산업용 로봇을 도입했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하지만 멕시코도 작년에 전년대비 배에 가까운 산업용 로봇을 도입했다. 오랫동안 로봇혁명의 진원지는 유럽, 미국, 일본이라고 여겨졌으나 더 이상은 아니다. 중국을 필두로 멕시코 등 세계 각국으로 로봇혁명의 열기가 퍼지고 있는 것이다.

포브스는 로봇혁명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이유로 세가지를 언급하고 있다. 첫째, 로봇 도입 및 설치 비용의 감소다. 2000년대 초반만해도 산업용 로봇을 도입하기 위해선 대당 수억원의 구입비와 설치비가 필요했으나 최근에는 10분의 1수준까지 떨어졌다. 대표적인 산업용 로봇 공급업체인 유니버설 로보틱스는 전세계에 3만4199대의 로봇을 판매했다.

둘째, 쉬운 애플리케이션의 보급이다. 로봇은 소형화되고 안전해졌으며 프로그래밍이 간편해졌다. 협업 로봇이 대표적이다. 설치가 용이하며 코딩 방법도 전통적인 로봇에 비해 훨씬 쉽다. 로봇을 증설하는 것도 용이해졌다. 새로운 로봇을 도입하기 위해 전면적으로 공장의 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셋째, 공급망의 현지화 현상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소비자에게 가까운 지역에 공장을 설립하려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고객들의 수요를 신속하게 파악해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면 리스크도 줄일 수 있고 자본 조달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요인이 결합해 로봇혁명의 글로벌화가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다는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