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파이어 아일랜드(Fire Island)에서 서쪽으로 22마일 떨어진 해양 지역에는 위아래로 흔들리는 노랗고 파란 부표(buoy)가 있다. 이 부표는 사람이나 배를 위한 것이 아니라 고래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고래에게 소리를 보내 위험 알리는 역할

‘애틀랜틱’ 보도에 따르면 매년 선박과 충돌해 생명을 잃는 고래가 늘어남에 따라 이를 방지하기 위해 관계 기관들이 로봇 부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로봇 부표는 파도 아래서 활공하는 고래가 듣도록 소리를 들려주고 주의를 기울이게 함으로써 고래의 생명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뉴욕의 해양 지역은 선박 트래픽이 복잡해 고래들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델라웨어만과 뉴욕 및 뉴저지 항구에서 동쪽 해안을 따라가는 지역 전체가 고래들에게는 최악의 영역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 로봇 부표

‘우드홀해양연구소(WHOI)’와 야생동물보호협회 뉴욕 수족관이 합작한 로봇 부표 프로젝트는 멸종 위기에 있는 고래 종 보호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WHOI 소속의 해양 생태학자 마크 바움가트너는 “배의 갑판에 있는 사람들은 바다 아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하지만 고래는 치명상을 당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10노트 이상으로 항해하는 대형 선박은 고래에겐 살상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래 사망 원인 중 3분의 1이 선박 충돌

고래와 돌고래 보호(Whale and Dolphin Conservation) 단체에 따르면 죽은 채로 발견되는 고래의 3분의 1이상이 보트나 배와의 충돌 흔적이 명확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멸종 위기종의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고래가 언제 어떤 지역에서 헤엄치는지를 알 수 있다면 고래에 대한 위협을 줄일 수 있다. 고래가 위험에 빠지기 전에 보트 속도를 줄이거나 기계를 일시 중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 웨이브 글라이더

뉴욕에 있는 부표는 4피트 너비로 125피트 아래의 해저에 있는 육중한 플랫폼에 연결된 스트레치 호스(stretch-hoses)라는 기다란 케이블에 매달려 있다. 이 시스템에서는 플랫폼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플랫폼은 고래를 다른 종과 식별하기 위해 소리를 수집하고 이 정보를 스트레치 호스를 거쳐 부표로 보낸다. 부표는 위성을 통해 두 시간마다 바움가트너 연구실의 컴퓨터를 호출하고 수집한 모든 데이터를 쏟아붓는다.

분석가는 녹음된 소리를 시각화해서 보여주는 피치 트랙(pitch tracks)으로 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다시 고래 호출(whale call)로 알려진 라이브러리와 비교하면서 고래에 대한 최종 정책 판단을 한다. 고래 호출의 대상이 되는 종류는 혹등 고래, 참 고래, 긴 수염 고래, 보리 고래 등 네 종이다. 이 플랫폼은 부표가 6월 23일 배치된 이후 며칠간 긴수염 고래 호출을 처리하기도 했다.

서핑 보드 모양의 글라이더 로봇도 맹활약

바움가트너는 이외에도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메인주의 해안에서는 고래 소리를 듣는 장비와 바다 표면 20피트 아래에서 이 장비를 견인하는 서핑 보드 모양의 웨이브 글라이더라는 로봇이 활동하고 있다. 9월에는 메사추세츠주의 마사드 비니어드섬(Martha’s Vineyard) 해변에서 떨어진 곳에 부표를 설치할 계획이다.

북서 알래스카에서 떨어진 추크치해(Chukchi Sea)에서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슬로컴 글라이더라고 불리는 다른 로봇 보트가 활동 중이다. 슬로컴 글라이더는 작은 비행기처럼 보이며 해수면과 해저 사이를 계속 다이빙한다. 이외에도 바움가트너는 노바 스코티아와 퀘벡주에 또 다른 슬로컴 글라이더를 배치해놓았다. 이들은 노바 스코티아의 댈 하우지 대학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뉴욕 부표가 네 종의 고래 소리를 듣는 역할을 한다면 나머지 시스템들은 다른 주파수를 모니터하면서 이외 동물을 찾아내는 역할을 한다. 가령 알래스카 글라이더는 북극 고래와 특정 물개의 소리를 듣는다.

코넬대 참고래 프로젝트에서 힌트얻어

바움가트너는 뉴욕 해안에 배치한 이 부표 시스템이 코넬대의 크리스토퍼 클락이 진행하는 참고래 프로젝트에서부터 영감을 얻었다고 말한다. 클락의 시스템은 부표를 사용해 북대서양의 참고래 소리를 픽업하고 2초간 오디오 미리보기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매우 잘 작동하는 반면 참고래 한 종만 커버할 수 있고 짧은 녹음만 가능하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각각의 고래 호출을 종합한 맥락을 파악하지 않으면 혹등고래를 참고래로 오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참고래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500마리 미만이 살고 있어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여있다. 특히 1970년과 2007년 사이에 최소 24마리가 선박과의 충돌로 생명을 잃었다.

바움가트너가 지향하는 것은 실시간으로 작동하는 시스템 개발이다. 배에 천천히 운항해 고래에게 피할 수 있는 시간을 주거나 풍력 터빈을 설치하는 개발자들에게 일시적으로 그들의 작업을 중지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많은 사람들이 바다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해양 생물 보호의 중요성을 깨닫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만약 80톤 무게, 80피트 길이의 생명이 멸종위기에 놓여있는데 그것이 뉴욕 센트럴파크에 서식하고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알고 관심을 갖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