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스토랑에서 서비스 로봇이 음식을 가져다주고 있다(사진:신민 데일리뉴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결핍은 혁신의 어머니?’

극심한 노동력 부족을 겪고 있는 싱가포르가 인간을 대체할 로봇 노동자를 전략적으로 투입하는 등 로봇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과거 유선 인터넷이 취약한 국가들이 무선 인터넷 인프라의 선도국으로 나섰듯이 부족함이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올해부터 3년간 기업이나 매장에서 일할 수 있는 로봇 개발과 배치를 위해 3억 3300만달러를 투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싱가포르 정보통신부(IDA)에서 IT를 통한 생산성 향상을 추진하고 있는 ‘앤드루 코우(Andrew Khaw)’ 국장은 “아직 기업이나 상점 등에서 로봇 일꾼을 채택하는 비율이 기대하는 것보다는 낮지만 노동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로봇 도입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싱가포르의 ‘칠리 파디 난야(Chilli Padi Nonya)’ 카페는 이미 로봇을 일꾼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카페에서는 트레이를 장착한 로봇이 식당을 돌아다니며 고객이 사용한 접시를 수거해 부엌에 갖다놓는 일을 한다. 싱가포르에서는 호텔리어로, 레스토랑의 웨이터로, 혹은 청소부로 일하는 로봇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싱가포르가 로봇 노동자로 적극 눈을 돌린 것은 싱가포르 정부가 이민 증가에 대한 정치, 사회적 불안감을 우려해 2011년 외국인 노동자 제한 조치를 강화하면서부터다. 절대 인력 부족은 물론 특히 늦게까지 일하거나 노동집약적인 일을 하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고학력인 싱가포르 주민들은 힘든 일을 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몇 년째 레스토랑, 호텔, 소매점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 레스토랑 그룹인 싱가포르 ‘텅록(Tung Lok)’의 인사담당 셰린 토(Sherine Toh)는 “한 때 600명 가량의 직원이 함께 일했던 좋은 시절도 있었다”며 회고하고 “5년전에 비해 인력 부족이 극심해졌으며 늘 20개 정도의 자리가 비어있다”고 토로한다. 그룹 레스토랑 중 일부 매장은 문을 닫기도 했다고.

텅록 뿐 아니라 싱가포르의 식당, 호텔, 가게 등 수 천 개의 매장들은 이 같은 어려움과 사업 철수 위기에 직면해 있다. 2200개의 사업체를 회원사로 갖고 있는 싱가포르 레스토랑 협회의 한 관계자는 “식음료 관련 기업의 90%가 노동력 부족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고 3분의 1은 매우 심각한 상태”라며 “매물로 나온 사업체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민 정책을 바꾸지 않는 상황에서는 인력 문제를 자동화와 로봇의 활용으로 풀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본, 미국, 독일과 같은 기술 강국들이 미래를 위해 신흥 분야인 로봇에 수 십억 달러를 투자하는데 반해 싱가포르는 일손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생존이라는 절박한 필요성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점이 다르다.

정보통신부 앤드루 코우 국장은 “처음에는 ‘누가 하나보자’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며 “비록 속도는 아직 더디지만 우리는 이 정책을 강하게 드라이브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서비스 로봇의 개발과 확산을 위해서는 보다 더 많은 정책 자금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칠리 파디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로봇을 개발한 유니텍 메가트로닉스(Unitech Mechatronics)의 제임스 시아(James Xia)는 “로봇 제품의 확산 가능성을 보고 있지만 개발 자금이 부족해 상용화가 늦어지고 있다”며 “더 많은 정부 자금이 지원돼야 한다”고 말한다.

또 다른 기업인 아이테크로보틱스앤오토메이션(Aitech Robotics and Automation)은 직원들에게 식사와 음료를 제공하는 티로봇을 개발하고 있지만 찾는 기업이 없어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노동력 부족이 싱가포르 경제의 유일한 문제는 아니지만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서비스 로봇 개발을 위해서는 정부의 더 많은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