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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방벌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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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5.16  18: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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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좌에 있는 자가 그 능력을 잃거나 원래부터 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능력있는 자에게 그 자리를 넘겨주어야 한다. 선양(禪讓)이란 말은 이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 한 제자가 맹자에게 물었다.

『권좌에 앉은 자가 능력이 없는데 그 자리에 연연하여 선양하지 않으면 어찌해야 하옵니까?』
『그때는 신하가 무력으로 권력자를 물러나게 해도 된다. 그것이 백성을 위하는 길이니라.』

바로 맹자의 방벌사상(放伐思想)이다. 이 사상은 훗날 동양3국에서 역세혁명론으로 발전했다. 토지개혁과 노비폐지, 위민민본(爲民民本)사상 등 사회와 경제개혁을 주창했던 조선시대 실학자들의 이론적 바탕도 사실은 이 사상과 닿아 있다. 「탕론(湯論)」의 정약용과 「반계수록」의 유형원, 심지어 「양반전」의 박지원과 「홍길동전」의 허균까지도 방벌사상의 신봉자였음은 널리 알려진 바이다.

그러나 역세혁명을 통해 권력을 잡은 조선 왕조는 역설적으로 이 사상을 철저히 금했다. 정약용과 유형원 같은 실학자들이 생의 황금기를 모두 유배생활로 보내지 않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16세기 일본의 전국시대 무장들이 천하를 쟁취하기 위해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일삼았던 이론적 토대 역시 방벌사상이었다. 오늘날 일본에서 가장 떠 받들어지는 영웅들인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포함한 무장들 대부분은 자신이 모시던 주군을 쳐서 권좌에 오른 경우다. 그러나 방벌로서 권좌에 오른 이들은 반대로 자신들이 방벌의 희생자가 될까봐 두려워하기도 했다. 그래서 권좌에 올라서는 무력혁명을 인정한 맹자를 불온서적으로 금기시하였다. 어떤 권력자는 맹자를 싣고 오는 배를 현해탄에서 침몰시켜버렸다고 한다.

방벌은 윗사람 입장에서 보면 매우 불손한 하극상이지만 아랫사람 입장에서 보면 『덕을 잃은 왕은 한낱 필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맹자의 말을 증명해 보일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어떤 정치학자는 맹자의 방벌사상이 근대 민주주의 이론과 그 맥이 통하고 있다고도 했다.

실제로 방벌사상은 오늘날 전국시대의 그것처럼 잔인한 형태는 아닐지라도 여러 가지 양상으로 부단하게 행해지고 있다. 최근에 한 재벌 계열사 최고경영자가 부도위기에 몰린 그룹 총수의 지원 요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는 뉴스가 화제에 올랐다. 오래전 일본의 한 경영평론가는 다음과 같은 20개의 항목을 적시해 놓고, 당신의 업무스타일을 스스로 평가해보라고 했다.

(1) 조직의 융화만 강조할 뿐 지도력과 통솔력을 갖추지 못했다.
(2) 돌다리를 두드리기만 할 뿐 건너려 하지 않는다.
(3) 조직의 목적과 개인 사정을 구별하지 못한다.
(4) 협상에서 상대의견만 따라갈 뿐 관철시켜야 할 문제를 주장할 줄 모른다.
(5) 업무파악이 게을러서 일이 발생할 때마다 부하에게 물어본다.
(6) 명령할 때 단호하지 못하고 주저하는 모습을 보인다.
(7) 최고 책임자는 차하 책임자에게 명령해야 하는데 몇 단계 건너 실무 담당자에게 직접 명령한다.
(8) 조직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그 가능성을 제시하지 못한다.
(9) 함부로 행동하는 부하를 방치한다.
(10) 현장업무에 대해 관념적으로 이해하고 이론만을 앞세운다.
(11) 조직이 위기에 빠졌을 때 당황함으로써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
(12) 부하 앞에서 동료나 다른 부서 직원과 수군거린다.
(13) 사회 정치 전반에 대한 식견이 부족하다.
(14) 금전에 인색하고 스케일이 작다.
(15) 함께 술을 마시거나 식사를 하는 것으로 단점을 보완하려 한다.
(16) 사소한 문제만 지적하고 기본적인 것은 간과한다.
(17) 배신자를 너그럽게 봐주고 돌아오면 기꺼이 받아준다.
(18) 외부에서 어려운 문제를 요청할 때 거부하지 못한다.
(19) 자신의 질병을 적극적으로 밝히는 것으로 무능함을 보완하려 한다.
(20) 취미에만 몰두하고 그 방면의 성취도를 직장에서 과시한다.

이상 20개 항목 가운데 당신에게 해당되는 사항은 몇 개나 되는가. 만약 이 가운데 6개 이상이 당신의 스타일에 맞는다면, 일단 당신은 부하들에 의해 방벌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걱정해야 할 것이다.
<본사 편집고문>

서현진 본사편집고문  suh@irobot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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